제목 : [당근] 한국의 야담 95조회수 : 1724    
    작성자 : joker작성일 : 2004-10-04    

작성자 : redbeet69 추천: 1, 조회: 3502, 줄수: 87, 분류: Etc. 
[당근] 한국의 야담 95 


深山忘釋 

윤생(尹生)이란 자가 관서에 객유(客遊)하더니, 한 촌집에서 묵을새, 비에 막혀 
돌아오지 못하였다. 

안주인이 비록 늙었으나 말씨와 모양과 행동거지가 촌노파같지 않았던 바 
하루는 안주인이 웃으며 가로되, 

"행차가 반드시 심심하실 터인데, 내가 옛날 얘기나 해드려서, 한번 웃으시는 
게 어떠하오십니까? " 

"그것 참 좋습니다. " 

하고 윤생이 답하였다. 

이때 주인 늙은이(남편)가 즐기지 않으면서 하는 말이, 

"불길한 말을 이제 또 말하려고 하느뇨? " 

"당신과 내가 함께 늙은지라 그 말을 해서 무엇이 해로우리오? " 

하며 노파가 이어서, 

"내가 본시 초산기생(楚山妓生)으로 나이 열 여섯에 초산 사또에게 홀리어, 
그의 지극한 사랑을 받아 그의 방에서만 함께 지내더니, 사또가 의외에 
갈려가게 되어, 이별에 임하여 이에 소용의 가장집물을 전부 나에게 주며, 

또한 후하게 먹을 것까지 준 후에 나에게 가로되 '내가 돌아간 후에 너도 곧 
뒤따라 올라와서 함께 백 년을 지내는 것이 옳으리라' 해서 내가 울면서 
허락한지라. 

사또가 간 후에 정분을 억제치 못하여 그가 준 것으로 패물로 바꾸어 가지고 
동자 한 놈만 데리고 홀홀히 떠나갈새, 

겨우 수일간의 길을 가다가, 때마침 추운 겨울이라 대설(大雪)이 나부끼며 가던 
길을 잃어버려, 동자로 하여금 말을 버리고 길을 찾게 하였더니, 그릇하여 깊은 
눈 구덩이에 빠져 그 가운데서 헤어나지 못하고 죽은지라, 

중도에 머뭇거리게 되매, 추위는 심하고 다리는 아픈 위에 날 또한 어두워지던 
터에, 멀리 깜빡거리는 등불이 숲 사이에 명멸하는 것을 보고, 사람의 집이 
있음을 알고 간신히 찾아가 문을 두드리고 본즉, 

그것은 하나의 부처님 암자인데, 고요하여 사람 하나 없고 탁자 위에 다만 흰 
부처님 한 분이 계실 뿐이라, 

속으로 생각하기를 방 아랫목이 이미 따뜻하고 등불이 또한 밝은데, 중도 
없으니 괴상하고도 괴상하도다. 

그러나 일이 이 지경으로 궁한 처지에 어디 달리 갈 데가 없고 해서, 몸소 말 
안장을 풀어 죽을 쑤어 말에게 먹이고, 홀로 방 가운데 누워 천천히 잠을 
이루지 못하더니, 얼마 후에 몸이 녹으면서 번열증이 심한지라, 

사람은 없고 해서, 치마 저고리를 다 벗고 속옷만 입고 몸둥아리를 드러내 놓고 
누어 있었더니, 뜻 아니한 중에 스님 한 분이 달려들어 강간하니, 비록 
항거하려고 하였으나 밤중 깊은 산에 그 누가 와서 구해 주리오. 

원래 이 스님은 이미 십여 세때부터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벽곡(抗穀 : 생식) 
하고 홀로 암자 가운데 사니, 나이 바야흐로 이십 팔 세라, 위에 이른 바 탁자 
위의 백의 부처님이 곧 그라. 

계행이 비록 높으나 정욕이 움직인 바 되니, 어찌 가히 억제하리오. 이튿날 
창문을 열고 바라보니 적설이 처마에 쌓여 돌아가고자 하나 어찌 할 수가 없어, 
그럭저럭 겨울을 나니, 두 사람의 정분이 함께 흡족하거늘, 스님이 가로되, 

'나도 그대를 구하지 않았고 그대도 나를 찾지 않았건만 어찌 길로 쌓인 눈이 
나로 하여금 그대를 만나게 하여 줄줄 알았으랴. 

나의 계행은 그대로 인하여 훼손되고, 그대의 절개는 나로 인연하여 
이지러졌으니, 일이 이에 이르러 묘하게 합치게 되었도다. 

이는 하늘이 그대와 나의 좋은 인연을 만들어 준 바이라 할 것이니, 어찌 
반드시 옛 낭군을 찾아가서 첩이 될까 보냐. 

나와 더불어 해로하여 함께 안락함을 누리는 것이 어떠하냐? ' 

하거늘 내 또한 생각해 보매 말과 실지가 이치 있는 듯하여, 그 스님을 따라 
여기에 와서 산즉, 아들과 딸을 낳아 집안이 또한 넉넉하니, 이 어찌 하늘의 
이치가 아니리오. 저 늙은이가 바로 당일의 산승입니다." 

하니 늙은이 또한 웃으면서 말이 없었다. 


파수록(破睡錄)에서 

2001/06/27(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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