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당근] 한국의 야담 101조회수 : 589    
    작성자 : joker작성일 : 2004-10-04    

작성자 : redbeet69 추천: 1, 조회: 4081, 줄수: 75, 분류: Etc. 
[당근] 한국의 야담 101 


自願稗將 5 

대감은 놀라며 비장에게 물었다. 

『종일 와도 사람 하나 못 보겠더니, 저 마을은 어디기에 저렇게 굉장한가?』 

『이제 가서 보시옵소서』 

어느 사이에 그곳에 이르러 본즉, 마을 한가운데 유독히 큼직한 고루거각이 
있느데 모습은 서울의 재상의 집들에 손색이 없었다. 그 집옆에도 또한 그런 
집이 있었다. 

그들 집에 들어가니 우마·노비가 넉넉하고 겉뿐만 아니라 내면도 윤택하였다. 
대감은 이상히 여기면서, 

『이 집의 주인은 누구인가?』 

비장에게 물었다. 비장은 곧 대감 일행을 그 집으로 모시고 그가 이 마을 
개척하였다는 것과 거기 따른 여러 가지의 재미나는 얘기를 하고 이어 이 마을은 
안심하고 피난할 만한 곳이니, 이 집은 대감님이 쓰라고 하였다. 

대감은 꿈꾸다가 깨어나 사람 모양 놀라며 비장의 손을 잡고, 

『이것은 다 그대가 준 것이니 형제인들 이보다 더 하겠는가? 우리가 오늘부터 
의형제를 맺고 지냄이 어떤가?』 

이로부터 비장과는 의형제가 되어 아무 일없이 편안히 지냈다. 어느날 비장이 
대감에게, 

『오늘은 날씨가 청명하니, 높은 곳에 올라가 울화를 푸심이 어떠하시오니까?』 

대감도 오래도록 아무 하는 일 없이 적적하던 터라 대단히 기뻐하고 함께 
뒷산으로 쉬어쉬엄 올라갔다. 

한낮이 겨워서 산정에 올라가니, 사방이 확 트여 전망이 장관이었다. 대감은 
정신없이 전망에 사로잡혀 있는데, 비장이 멀리 보이는 산을 가리키면서 먼저 
말하였다. 

『대감은 저 산을 아시니이까?』 

『모르겠는걸』 

『그러면 그 옆에 검은 연기가 하늘을 가리었는데 그것은 보이시오니까』 

『흡사 검은 안개가 끼어 해가 진 것 같구먼』 

『세 산이 높게 솟은 것을 삼각산이옵고, 연기가 자욱한 곳이 서울이옵니다. 
지금 왜놈들이 쳐들어 와서 팔도가 크게 어지러운 것 같은데 저것은 
병진이옵니다.』 

대감은 그 말을 듣고 놀랐다. 

『그러면 어찌 여기는 무사하단 말인가?』 

『여기는 지명이 삼척이온데 퇴계 선생이 계셨던 곳이옵니다. 당초에 왜놈들이 
노략질할 양으로 평의(平義)란 밀정을 몰래 보냈는데 퇴계 선생이 그 놈을 
잡아서 죽이려고 하셨더랍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시고 그놈에게 말씀하시기를, 〈네 한 놈을 죽이더라도 
조선의 八년 영화를 면할 수 없어 그런 것이 아님을 알아라.〉 

그러므로 왜장이 발병에 앞서 부하들에게 이르기를 〈너희들이 삼척을 범하면 
반드시 예측하지 못할 우환을 당할 것이니, 특히 명심하라〉고 하셨다 하므로, 
이곳은 피난할 만한 곳이온데 아무도 모르옵니다.』 

대감은 그의 달견에 더욱 놀랐다. 그리고 임진왜란 八년 동안을 무사히 지내고 
평란 후에야 두 집은 서울로 올라와서 벼슬살이를 하였는데 한 집은 백병사 
(白兵使)의 조상이니 곧 자원비장이고 한 집은 연동(淵洞)이씨 집이라고 한다. 

= 끝 = 

기문(奇聞)에서 

2001/07/20(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