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당근] 한국의 야담 102조회수 : 675    
    작성자 : joker작성일 : 2004-10-04    

작성자 : redbeet69 추천: 1, 조회: 3361, 줄수: 39, 분류: Etc. 
[당근] 한국의 야담 102 


良妻無信 

옛날에 봄놀이 하던 여러 선비가 산사(山寺)에 모여 우연히 여편네 자랑으로 
갑과 을을 정하지 못하더니, 곁에 한 늙은 스님이 고요히 듣고 있다가 한참만에 
길이 탄식하며 가로되, 

"여러분 높으신 선비들은 쓸데없는 우스갯소리를 거두시고 모름지기 내 말씀을 
들어 보시오. 

소승은 곧 옛날의 한다 하는 한량이었지요. 처가 죽은 후 재취하였더니 재취가 
어찌 고운지 참아 잠시도 떨어지지 못하고 다정히 지내다가, 마침 되놈들이 
쳐들어와 크게 분탕질이라, 

사랑하는 아내한테 빠져 능히 창을 잡아 앞으로 달리지 못하고, 처를 이끌고 
도망치다가 말탄 되놈들에게 붙잡힌 바 되었는데, 

되놈이 처의 아름다움을 보고 소승을 장막 아래에 붙잡아 매고, 처를 이끌고 
들어가서 함께 자거늘, 깃대와 북이 자주 접하매 운우(雲雨)가 여러 번 
무르익어 남자도 좋아하고 계집은 기뻐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어 더럽더니, 

밤중에 계집이 되놈장수에게 '본부가 곁에 있어서 마침내 편안한 마음으로 하기 
곤란하니, 죽여 없애는 것이 어떠하오? '하매, 

그 두목이 '네 말이 옳도다. 좋아! 좋아! '하니 소승이 이에 그 음란한데 
분통이 터진 데다가 또한 이 말에 놀래어, 있는 기운을 힘껏 써서 팔을 펴 매어 
묶은 끈이 다행이 끊어지는지라, 

청룡도(靑龍刀)를 훔쳐 바로 장막 안에 뛰어 들어, 남녀를 함께 벤 후에, 몸을 
빼쳐 도망해 돌아가서, 머리를 깎고 치의(緇衣)를 입어 구차히 생명을 
보전하니, 이로 말미암아 말하건대 여러분 높으신 선비들의 여편네 자랑을 어찌 
가히 다 믿을 수가 있으리오. " 

하니 여러 선비들이 무연히 말이 없었다. 


파수록(破睡錄)에서 

2001/07/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