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당근] 한국의 야담 51 조회수 : 606    
    작성자 : joker 작성일 : 2004-10-03    

작성자 : redbeet69 추천: 1, 조회: 3515, 줄수: 134, 분류: Etc. 
[당근] 한국의 야담 51 


智婦瞞盜

한 선비가 외로울 뿐 아니라 집안조차 가난하여 나이 이십에 영남에서 장가 
갔더니, 그 처가 절세 미인일 뿐 아니라 재주가 비상하여 일년 동안에 능히 
생활을 그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그해 늦은 세말에 처가 고향에 다니러 가겠다 하거늘, 선비가 허락하여 말 한 
필을 얻어 처를 태우고 선비는 보행하여 가더니, 오륙일 동안 가는데 저녁에 
어느 주막에 이르러 자게 되었었다.

밤중에 문득 문 밖에서 사람의 지껄이는 소리와 말 울음소리가 들리는지라 
선비가 놀라 일어나 등불을 켜고 오똑하니 앉았는데, 문득 한 사람이 많은 
부하를 거느리고 선비의 방으로 들어오는 지라, 

선비가 맞이한즉, 그 사람이 나이는 삼십에 극히 준걸스럽고 거룩하여 품격과 
거동이 동탕(動蕩)하고, 몸에는 남천익(藍天翼)을 입고 모양이 마치 아장(亞將) 
이나 대장과 흡사하였다. 

내외 부하의 그 수를 알지 못하겠는데, 그 사람이 선비와 더불어 인사가 끝난 
다음에, 

『그대는 어떠한 사람인데 일찍이 한번도 면식이 없는 터에 깊은 밤중에 가난한 
선비의 방을찾으셨나?』 

하고는 선비가 물으니, 

『나로 말하면 산중에 숨어 사는 사람으로 수하에 거느린 졸도가 천만을 넘고, 
부귀 또한 방백(方伯)을 부러워하지 않을만하나, 다만 나이 삼십에 아직 장가를 
들지 못하였음이라.

대대 시골 여인은 가합할리가 없고 해서, 이제 현형(賢兄)이 부인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매, 부인이 아름답고 또한 현숙하기가 세상에 짝이 없단 말을 
듣고, 이 말씀이 극히 무례한 줄은 아나,

형이야 서울 분이요 아내 구하기도 또한 어렵지 않을 터인즉, 이제 내가 찾은 
뜻은 현형의 실내를 구하여 산중에서 내조(內助)를 삼고자 하니, 오천 금으로써 
원컨데 바꾸는 것이……한번 형의 뜻이 어떠하시오?』 

『세상에 어찌 백지(白地)에 남의 처를 빼앗는 자가 있으리오? 또한 어찌 처를 
돈받고 파는 이치가 있으리오?』 

얼굴빛이 새파랗게 되어 떨면서 말하니, 

『형은 왜 생각이 그렇게 모자라시오? 이 일이 예의가 아닌 줄 모르는 것이 
아니로되, 내가 이미 여기 올 때에 이 말을 하였은즉 어찌 이를 중지할 수 
있으리오.

형이 만일 내 말대로 한 후에 이 돈으로써 다시 현실(賢室)을 택하시면 오히려 
상처 없이 몸을 보존하여 돌아갈 것이어니와,

만약 듣지 않을 경우에는 형은 한 몸이요, 나로 말하면 많은 부하를 
거느렸으니, 마땅히 겁탈하여 가지고 돌아가리니, 형의 낭패 뿐이고 또한 오천 
금도 잃어버릴 터이니, 어찌 생각이 이에 미치지 않는가?』 

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니, 선비가 놀라 눈물을 흘리던 차에, 벽을 격한 
안방에서 갑자기 여인이 선비를 부르거늘 선비가 들어간 후에, 그 사람이 
가만히 벽을 격하여 그들의 말을 들은즉 그 처가 말하기를, 

『이것이 큰 변이니 가히 입으로 서로 싸울 일이 아니와요. 또한 힘으로써도 
항거할 수 없사오니, 그들이 반드시 큰 도적으로 이와 같이 말한즉 어찌 능히 
꺽으리까!

또한 생각켄댄 첩이 낭군집에 들어온 후에 기한을 이기지 못했삽고, 또한 
자녀가 없거늘 저 사람에게 몸을 허락하면 첩도 평생에 부귀를 누리고, 낭군도 
또한 오천금으로 다시 현처를 얻으며, 널리 밭과 집을 장만하고, 가히 부잣집 
늙은이가 될 터이니, 이것이 어찌 낭군과 첩의 양편이 다 좋은 일이 아니리까?

일이 여기에 이르렀은즉 가히 벗어날 길이 없삽기에, 곧 그렇게 허락하시와 
몸까닭으로 하여 귀하신 몸을 손상치 말게 하시옵소서.』 

하고, 

흐느껴 우는 소리가 슬프기 그지 없었다. 선비가 그말을 듣고 그의 손을 잡고 
통곡해 가로되, 

『내 비록 죽을지언정 어찌 참아 그대와 생이별하리오.』 

『대장부가 어찌 그리 녹록하시오? 첩도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니니 속히 
나가도록 허락하시오.』 

하니 선비가 마음에 슬프고 분하여 어찌할 수 없는지라, 밖으로 나오니 그 
사람이 웃으면서, 

『잠간 방안의 애기를 들은즉 과연 현부인이라, 그대는 어찌 한때의 정을 
금하지 못하고 큰 재화(災禍)를 취하고자 하는고?』 

선비가 맥없이 앉거늘 선비의 처가 종놈들을 불러, 

『내 마땅히 장군을 따라 가리라. 머리 빗고 세수하고 새옷 갈아 입을 동안에 
너희들은 마땅히 때를 맞추어 교자(轎子)와 하인으로 하여금 기다리게 
하여라.』 

하니, 그 사람이 듣고 크게 기꺼워하여, 곧 행구를 대령하고 한편으로 오천 
금돈을 방 안으로 들여오니, 선비가 넋이 몸에 붙어있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두어 식경 지난 후에 선비의 처가 교자를 타고 나오거늘, 여러 도적이 교자를 
붙잡고 옹호하여 나오니, 그 사람이 크게 기뻐 선비를 사별(謝別)한 후에 함께 
따라 가더라.

선비가 통곡하고 다시 안방에 들어와 보니, 처가 전과 같이 단정히 앉아 웃는 
얼굴이 기막히게 아름다운지라, 죽은 사람 만난 것 같아 또한 반갑고 또한 
놀라며, 

『이것이 어찌된 일이오?』 

『낭군은 가만히 앉으셔서 저의 말씀을 들으시와요. 저도 적이 깊은 밤에 
부하를 거느리고 와서 겁탈하여 돌아가면 우리 두 사람이 무엇으로써 면하리오.

저를 오천 금으로써 바꾸자 함은 선심이오니, 허락치 않사오면 오직 겁탈을 
면하지 못할 뿐 아니라, 낭군 신상이 어찌 될지 알지 못하여, 제가 꾸며서 
낭군께 청하여 아까 말과 같이 한 것은 도적으로 하여금 마음을 놓고 방심케 
하고자 한 것이옵니다.

제 몸종이 모양이 곱고 나이 또한 첩으로 더부러 비슷한 고로 급급히 치장하여 
치송하였사오니, 도적이 반드시 나로 알고 기뻐하리이다.

몸종 아이도 가히 부귀를 얻을 것이요, 낭군은 처를 잃지 않으시고 또한 많은 
재물을 얻었사오니, 크게 재산을 불군지라, 어찌 일이 마땅함을 얻음이 
아니리이까?』 

『그대의 현지(賢知)는 내가 능히 만 분의 일도 따를 수 없도다. 꿈에서 처음 
깬 것 같소.』 

하며 칭찬하니, 

『일이 어찌할 수 없게 되와 부득이하여 조그만 계책을 베푼 것 뿐이오이다. 
무엇이 그리 칭찬하실 만하겠나이까?』 

하고 바리바리(砧砧)돈을 싣고 시골로 가서 널리 밭과 집을 사서 벼락 부자가 
되고, 그 후에 벼슬까지 높아져서 백수해로 하고 자손이 만당하였다.

- 교수잡사(攪睡雜史)에서

2001/01/05(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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