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한국의 야담 123
언제나 사랑방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선비가 있었다.
어느 날 그의 아내가 선비가 외출한 틈을 타 책을 들여다보니 붉은 색으로 줄,
작대기, 점 등이 즐비하고 종이가 붙은 곳도 있었다.
이를 궁금히 여긴 아내가 외출에서 돌아온 남편에게 물어보니,
"문장이 아름다운 곳에는 줄을 치고, 그 버금간 곳에는 점을 찍었다오. 그보다
아름답지 못한 곳에는 작대기를 그었고 의문이 간 곳에는 쪽지를 붙인
것이오."라고 설명하였다.
하루는 남편이 술에 취해 돌아와 사랑방에 곯아떨어졌다.
걱정이 되어 가보니 남편은 발가벗고 자고 있는데 남편의 물건이 꼿꼿이 서
있는 모양이 맘에 들었다.
그녀는 곧 양물에다 붉은 붓으로 줄을 긋고, 불알에는 점을 찍고, 음모가에는
작대기를 내리긋고, 코에는 쪽지를 오려붙이고 돌아왔다.
잠에서 깬 남편이 영문을 몰라 아내를 찾아 그 기이한 일을 이야기하니,
아내가 자기가 그랬노라고 태연히 대답하며 말했다.
"당신의 양물은 크기에 줄을 그었고, 불알이야 무방한 물건인지라 점을
찍었으며, 음모는 요긴한 것이 아니라 작대기를 그었다오. 옛말에 코가 큰
자는 그것이 크다 했는데 당신의 코는 작아도 양물이 크니 의심이 들어
종이쪽지를 붙였답니다"
- 고금소총 (古今笑叢)에서
2001/12/29(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