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당근] 한국의 야담 83조회수 : 926    
    작성자 : joker작성일 : 2004-10-03    

작성자 : redbeet69 추천: 1, 조회: 3458, 줄수: 159, 분류: Etc. 
[당근] 한국의 야담 83 


[중매쟁이 박어사(朴御史)]

기은(耆隱) 박문수(朴文秀)는 암행어사로 이 고을 저 고을을 다니다가 때가 
늦어서 밥을 얻어 먹지 못하였다.

몹시 허기진 몸을 이끌고 한 인가를 찾아갔는데 나이 열대여섯쯤 되어 보이는 
소년 한명만이 바깥 사랑에 있었다.

어사가 앞으로 다가가서 밥 한 그릇 얻어 먹자고 청하니, 소년은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저는 편모시하(偏母侍下)로 생계가 빈궁하여 솥에 불을 지피지 못한 지 벌써 
여러 날이라 손님을 대접할 밥이 없습니다.”

어사가 지치고 힘들어 잠시 앉아 있었더니, 그 소년은 천장에 매달려 있는 
종이봉지를 자꾸 바라보며 슬픈 기색을 비치었다. 그러더니 곧 그 봉지를 
떼가지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집은 두어 간 정도의 작은 집이라 사랑문 밖이 바로 내실이었다. 어사가 
밖에서 들으니, 소년이 그 어머니를 불러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밖에 과객이 계시는데, 끼니 때를 잃고 밥을 청하시니 남의 배고픔을 어찌 
돌보지 않겠습니까? 양식이 떨어져서 밥을 대접할 수 없으니 이것으로 밥을 지어 
대접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자 그 어머니가 말하였다. 

“그렇게 하고 나면 네 아버지 제사는 거를 셈이냐?”

“차마 못할 일이나 남의 굶주림을 눈으로 보고 어찌 구제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그 어머니는 그 쌀을 받아가지고 밥을 지었다.
어사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몹시 괴로웠다.

소년이 밖으로 나오자, 그 까닭을 물으니, 소년이 대답하였다.

“손님께서 이미 들어 알고 계시니 감히 속이지 않겠습니다. 제아버님 제삿날이 
멀지 않은데 제사지낼 형편이 안 됩니다.

마침 쌀 한 되가 생겼기에 종이봉지를 만들어 그 속에 넣어 매달아 두고 밥은 
굶으나 그 쌀을 먹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손님께서 몹시 배가 고프실 텐데 집에 대접할 것이 없으므로 
부득이 그 쌀로 밥을 짓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손님께서 들으시고 
아셨으니 몹시 부끄럽습니다.”

이처럼 어사와 소년이 얘기하고 있을 때에 한 하인이 와서 소리쳤다.

“박도령아! 속히 나오너라.”

그러자 소년이 애걸하였다.

“오늘은 내가 갈 수 없소.”

어사가 그 소년의 성을 들어보니 바로 자기와 같은 성이었다.

“저기 온 자는 누구냐?”

소년이 대답하였다.

“이 고을 좌수의 하인입니다. 저의 나이가 이미 장성하였기로 좌수에게 딸이 
있다는 말을 듣고 혼인을 청하게 되었습니다. 

좌수가 모욕을 당하였다고 하며 매일 하인을 보내 저를 잡아다가 못하는 짓없이 
모욕을 주고 있답니다. 그래서 오늘도 또 잡으러 온 것입니다.”

어사가 그 하인을 대하여 말했다.

“나는 바로 이 아이의 아저씨이니, 내가 대신 가마.”

그리고 곧 밥을 먹고 나서 그 하인을 따라갔다. 좌수란 자가 거만하게 앉아서 
하인을 시켜 잡아 들이도록 하므로 어사가 곧장 대청으로 올라가 앉고 나서 
말했다. 

“내 조카의 문벌이 그대보다 낫다. 그런데 단지 집이 가난하기 때문에 그대에게 
혼인을 청한 것이다. 그대가 만일 생각이 없으면 그만두는 것이 옳거늘, 어찌 
매일 잡아다가 욕을 보이느냐?”

고을의 수향(首鄕)으로서 권력이 있다고 그러는 것이냐?

좌수가 크게 노하여 그 하인을 잡아들여 꾸짖었다. 

“내 너더러 박동(朴童)을 잡아오라고 했는데, 너는 어찌하여 이 광객(狂客)을 
잡아와서 네 상전을 욕되게 하느냐? 네 죄는 매를 맞아 마땅하다.”

어사가 소매 속에서 마패(馬牌)를 드러내 보이며 말했다.

“네가 어찌 감히 이럴 수가 있느냐?”

좌수는 대번에 낯빛이 흙빛으로 변하더니 뜰 아래로 내려가 엎드렸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너는 결혼시키겠느냐?”

“어찌 감히 혼인을 맺지 않겠습니까?”

“내가 달력을 보았는데 글피가 바로 길일이다. 그날 내가 신랑과 같이 올 
것이니, 너는 혼인 준비를 하고 기다리도록 하라.”

좌수는 긴장한 듯 조심스럽게 승낙하였다.

어사는 이내 그 집에서 나와 곧장 읍내로 들어가 출또를 하고 그 본과 사또에게 
분부하였다.

“내 족질(族姪)이 마을 어귀에 살고 있는데, 이 고을 좌수와 혼인을 정하여 
혼인 날짜가 글피로 잡혔소.

그러므로 사또께서 그때의 혼인기구와 잔치음식을 모두 관에서 준비해 주었으면 
좋겠소.”

본관 사또가 대답하였다.

“그 좋은 일에 어찌 풍부하게 보조하지 않겠습니까? 마땅히 분부대로 
하오리다.”

어사는 또 이웃고을 수령들에게도 도움을 청하였다.

결혼 당일에 어사는 신랑을 자기의 처소로 청하여 관복을 입히고, 자신은 위의를 
갖추고 뒤따라 갔다.

좌수의 집에는 차일이 하늘을 찌를 듯이 쳐져 있고 잔치상이 낭자하였다.

좌상에서 어사가 한가운데 앉고 여러 고을 수령들은 좌우로 늘어 앉으니, 좌수의 
집이 더욱 빛이 났다.

행례 후에 신랑이 나오자, 어사가 좌수를 잡아들이도록 명하였다. 그러자 좌수가 
말했다. 

“소인은 분부대로 혼례를 행하였나이다.”

어사가 말했다. 

“네 전답이 얼마나 되느냐?”

“꽤 많습니다.”

“반을 나누어 사위에게 주겠느냐?”

“어찌 감히 그렇게 하지 않겠사옵니까?”

“노비(奴婢)와 우마(牛馬), 기명(器皿)과 집물(什物)은 또 얼마나 되느냐?”

“각각 수십에 이릅니다.”

“또 반을 나누어 사위에게 주겠느냐?”

“어찌 감히 그렇게 하지 않겠사옵니까?”

어사는 곧 문서를 작성하도록 명하고, 증인은 맨 위에 어사 박문수를 적고 그 
다음 본관을 적었으며, 여러 고을 수령들을 차례로 죽적고 마패를 찍었다.

이 일을 마치고 이내 박어사는 다른 곳으로 떠났다 한다. 

《청야담수》

2001/05/18(08:28)





한국 Korea Tour in Subkorea.com Road, Islands, Mountains, Tour Place, Beach, Festival, University, Golf Course, Stadium, History Place, Natural Monument, Paintings, Pottery, K-jokes, 중국 China Tour in Subkorea.com History, Idioms, UNESCO Heritage, Tour Place, Baduk, Golf Course, Stadium, University, J-Cartoons, 일본 Japan Tour in Subkorea.com Tour Place, Baduk, Golf Course, Stadium, University, History, Idioms, UNESCO Heritage, E-jokes, 인도 India Tour in Subkorea.com History, UNESCO Heritage, Tour Place, Golf Course, Stadium, University, Paint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