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석세스 스토리 ... 103
방랑시인 김삿갓이 하루는 해가 저물어서 더 이상 길을 갈 수가 없었다.
마침 큰 집이 눈에 띄어 그 집에 가서 하룻밤 유하기를 청하였다.
그러나 집주인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여기는 여관이 아니니 저 건너 객줏집으로 가 보시오”
그러자 그는 궁금하다는 듯이 주인에게 이 집에서 몇 대나 살아왔는지 물었다.
16대를 계속해서 살아왔다는 주인의 대답을 듣고서 그는 또 물었다.
“그럼 그 16대가 지금 다 생존해 계시는가요”
주인은 대답했다.
“그야 다 세상을 뜨셨지요”
김삿갓은 빙그레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도 살다가 언젠가는 갈 것이 아니겠소.
따지고 보면 당신도 나그네요, 나도 나그네입니다.
그러니 같은 처지에 하룻밤만 쉬어 갑시다”
집주인은 재치 있는 그의 말을 듣고서 하룻밤 유숙하도록 허락했다.
예부터 인생은 길 가는 나그네라고 했다.
잘살아도 한 세상이요, 못살아도 한 세상일 뿐이다.
세상 부귀와 영화의 집착보다는 섬기고 나누면서 사는 삶이 참다운 삶이 아닐까.
2001/04/12(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