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당근] 한국의 야담 96조회수 : 831    
    작성자 : joker작성일 : 2004-10-04    

작성자 : redbeet69 추천: 1, 조회: 2612, 줄수: 138, 분류: Etc. 
[당근] 한국의 야담 96 


狹氣有幸 

영남에 김씨 성 가진 자가 있어 힘이 무섭게 세고 또한 활 쏘기를 썩 잘하여, 
무과(武科)에 응시하기 위하여 상경하다가 길을 잃어, 산으로 들어가니, 가을 
날씨가 장차 저물려는데, 다시 수백보를 나아간즉 가운데 큰 집이 있고, 곁에 
조그만 오막살이들이 있는데, 그 광경이 어쩐지 쓸쓸하기 그지 없었다. 

고요하여 인적이 끊인 품이 귀신이라도 나올 듯 하였다. 다시 문을 두드려 
보았으나 응해 주는 자가 없더니, 중문(重門)에 이르른즉 한 절세미인이 
나타났는데 나이 열 칠팔 세 밖에 되지 않았고, 아직 머리를 얹지 않은 것으로 
보아 처녀임이 분명한데, 여인이 슬픈 듯도 하고 기꺼운 듯한 표정으로 물어 
가로되, 

"손님께서는 어디서 오시는지요? " 

"청컨대 바깥채에서라도 하룻밤 자고 가기를 원합니다. " 

하고 김씨가 말하니, 처녀가 김씨를 객석에 맞이하여 몸소 저녁상을 잘 차려다 
주는데, 비록 고기 반찬은 없으나 소채의 종류가 아주 깨끗하기 이를 데 
없었다. 

김씨는 굶주린 끝에 순식간에 다 먹어 치우고, 처녀가 혹시 귀신인가 사람인가 
의심하여 물어보니, 처녀가 김씨를 대하여 눈물을 흘리며 가로되, 

"제가 본시 양반의 자손으로 집안이 크게 부유하여 좌우 촌란이 다 우리집 
노비권속이었고, 동서 전원이 다 우리집 땅이었지요. 

한 집안 속에 오손도손 스스로 평안한 백성이 되어 살고 있었는데, 불의에 
포악한 놈이 하나 나타났는데, 그 기운을 말하면 오확이라 할까요. 그 흉악함을 
말할진댄 현대판 도적이 분명해요. 

저의 자색을 탐내어 위로 부모로부터 아래로는 청지기 기타에 이르기까지 
모조리 없애고, 저를 겁간코자 하니, 한번 죽음이 쾌한 줄을 알지 못함이 
아니나 제가 만약 죽으면 깊은 원수를 그 누가 갚아 주며, 지극한 원한을 어찌 
풀 수 있으리오. 

마음 아픔을 참고 원한을 품으며 핍박에 이기지 못하여 부득이 좋은 말로 
도적에게 타일러 가로되, 

'일이 이에 이르매 죽어, 무슨 이익이 있으리오. 자못 좋은 깨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다 먹은 후에 허신(許身)하여도 오히려 늦지 않으리니, 내 말을 
좇지 않으면 그때엔 나도 죽음이 있을 뿐이로다' 

하니 흉적이 나를 자기 손안의 물건이라 인정하고 또한 잘못 건드렸다가 죽으면 
아깝다 하여, 짐짓 나를 범하지 않는 고로, 구차히 모진 목숨을 이어 
왔습니다. 

생각컨대 조놈을 죽여야만 하겠는데, 우리 집이 궁벽한 곳에 있는지라, 이미 
오는 이도 없고 비록 친척이 있다 하나 이제는 정말로 욕을 보지 않고는 견디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으니, 스스로 한번 죽어야겠다고 생각하여 슬픈 심정으로 
있었더니, 이제 귀객이 문득 이르시니, 능히 저를 위하여 이 지극한 원한을 
말씀드리옵니다. 

저로 말미암아 그 앙화가 골육지친에 미치니, 생각해 보면 창자가 끊어지는 
것같고 가슴이 메어지는 것 같습니다. " 

하고 말을 마치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거늘, 김씨가 비록 흉적의 용기를 
꺼리기는 하였으나, 한번 듣고 분통이 터지며 담기가 뭉클하여 이에 가로되, 

"내 만일 이 도적놈을 죽이지 못하면 대장부가 아니로다. 모름지기 내 하는 
양을 보라. " 

여인이 기뻐 가로되, 

"이 도적은 기운만으론 이기기 어려우니, 반드시 계책을 써야 할 것이옵니다. 
" 

하면서, 

"동네 밖에 숲이 있고 숲 사이에 못이 있으니, 못의 깊이가 천척이나 되고 길이 
못가에 둘러 있는데, 일찌기 들으니, 이 도적놈이 못을 헤엄쳐서 지름길로 온다 
하오니, 숲 사이에 숨어 계시다가 가히 온 힘을 기울여 못을 헤엄쳐 그 도적의 
용기가 감해지기를 기다리시어 기회를 타서 행동하시면 거의 성공하오리라. 
그렇치 않으실까요? " 

하니, 김씨가 그 계책이 그럴 듯하다고 생각한 후에 새벽에 그 곳에 가서 활을 
벌려 화살을 끼고 엎드려 기다리는데, 아침나절이나 되어 도적이 묻되, 

"어제 온 자는 누군데 어디서 왔느냐? " 

여인이 가로되, 

"그는 나의 외척이니, 오늘 새벽에 이미 떠나 갔소이다. " 

듣기를 마치지 못하고 냇가에 이르러 동서를 돌아보고 옷을 벗고 헤엄쳐 감에 
그것은 마치 날오리가 층랑(層浪)을 희롱하는 것과 같았다. 

김씨가 가만히 등뒤로 좇아 날카로운 한 화살을 쏘니, 도적이 울부짖으며 크게 
소리치고 몸을 돌이켜 오거늘, 김씨가 정신을 가다듬어 또 쏘고 거듭 쏘아, 
화살이 목덜미를 꿰뚫고 사지가 늘어지며 물 위에 뜨거늘, 김씨가 그가 이미 
죽은 것을 알고 화살을 도로 빼가지고 돌아오니, 

여인이 비단 수건을 들보에다 걸고 성패여하로 생사를 결단코자 하다가, 도적을 
죽이고 돌아옴을 보고, 바쁘게 집에서 내려와 김시를 보고 칭사함이 
천만번이라, 칭사에 가로되, 

"지극한 원한을 풀어 주시고, 원통을 없애 주시니, 태산같은 은혜와 바다 같은 
은덕을 무엇으로써 보답하리이까. 

저를 난 자는 부모요, 저를 살린 자는 그대이시니, 이 몸의 터럭과 머리카락은 
그대의 주신바라. 오직 그대는 이몸을 마음대로 하소서. " 

"나의 이번 일을 가린 것이 자못 일단 의기를 위하여 하였을 뿐이고, 저 도적이 
화살 앞에 꺼꾸러진 것은 나의 용맹이 아니라, 다만 그의 죄악이 하늘에 차서 
나의 손을 빌렸을 뿐이니, 나에게 어찌 믿으리오. 오직 바라건대 소저는 스스로 
행복을 구하여 잘 지내시오. 잘 지내시오. " 

하고 김씨가 말을 마치자 성명을 고하지 않고 서울로 돌아와 무과에 급제 
하였으나, 본시 시골의 세력 없는 백성이라 정향을 왕래하여 벼슬을 하지 
못하기를 이미 십여 년이었다. 

그때 여인은 도적을 죽인후 비로소 친척을 찾아 그 배를 갈라 그 간을 씹고, 
날을 가리어 친장(親葬)을 지낸 후에 가사를 정리하고, 서울의 어느 재상의 
계실(繼室)이 되었더니, 심히 부덕이 있어 금슬이 좋으나, 일찌기 사람을 보고 
웃는 낯을 해본 일이 없었다. 

재상이 괴상히 여겨 물어 보거늘 부인이 울면서 그 일을 말하기를, 

"내가 살아 생전에 이 은혜를 갚지 못하면 죽는다 하더라도 눈을 감기 
어려우니, 어찌 웃으리까. " 

재상이 마음에 측은히 여겨 반드시 그 사람을 찾아 그 은혜를 갚고자 하였더니, 
대사마(大司馬)가 되어 매양 시골 사람을 만나면 각각 자기의 경력한 바를 
말하게 하고, 

그 사람을 찾고자 하였더니, 부인이 병풍 뒤에 앉아 가만히 그 말을 
엿들었는데, 하루는 김시가 통자(通刺) 배알한 후에 그 지난 일을 말하니, 
김씨의 모습과 이목은 이미 부인의 심간에 새겨 둔지라, 비록 백년이 지났다 
하나, 어찌 잊을 이치가 있으리오. 

한번 그 말을 들으매, 곧 외당(外堂)에 나와 그의 손을 잡으며 아저씨로 불러 
눈물이 비오듯하며, 감히 더 말을 하지 못하는지라, 재상이 김씨를 위하여 집 
한 채를 사서 이웃에 살게 하며, 친척으로 대우하니, 김씨 또한 이로 인하여 
마침내 현관(顯官)에 이르렀다. 

파수록(破睡錄)에서 

2001/06/3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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