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춘기 부부 #23조회수 : 665    
    작성자 : joker작성일 : 2004-10-05    

1999/03/30 조회: 1420, 줄수: 253, 분류: Etc. 미자 02-15 16:56 | HIT : 19 | VOTE : 0 
사춘기 부부 #23 


민철이 집에 들어온 시간은 새벽 2시가 막 넘어서고 있을때
였다. 그때까지 미자는 불을 꺼 놓고 있었지만 눈에는 불울켜
고 있었다.

" 야 -
자 - 냐 ?
헤헤...
우리 마누라가 벌써 잠 드셨 - 나 ...
버-얼써 자면 어떻-해 ~
생산적인 일-을 하-자구 ~ 기럼. 생산적인 일을 해야지 ~"

민철은 술냄새를 풍기며 미자에게 달려 들었다. 그러나 퍽-
소리와 함께 새가 된듯한 기분..

미자는 벌떡 일어서서 민철을 쏘아 보았다. 그러나 민철은
이미 꿍 ~ 소리와 동시에 꿈의 나라로 훨훨 날아가 버렸다.
드르렁....

미자는 민철의 얼굴에 오색줄무늬와 커다란 주먹의 위력을
보여 주려 했지만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일어나질 않았다. 하
는 수 없이 미자는 야밤의 부엉이 같이 눈이 벌게져서 밤을
꼬박 새워야만 했다.

민철이 일어났을 때에는 미자가 책상에 엎어져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민철은 미자를 안아서 뉘인다음 혜지를 만나
기 위해 서둘렀다. 오늘이 바로 쌍쌍 파티의 보디가드 역할을
해 주는 날이었던 것이다. 미자에게는 좀 미안 하지만 자신은
사심이 없음을 강조 하는 듯한 눈으로 미자에게 이불을 덮어
주고 집을 나섰다.

미자가 일어난것은 전화벨이 7번이 울린 다음이었다. 상희
의 전화였다. 그렇치 않아도 상희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됐는데 만날 수가 없어 마음이 불편 했었는데 상희의 전화상
의 목소리른 그날의 일을 잊었는지 이미 명랑한 상희로 돌아
온듯 싶었다.

미자는 간단히 세면을 하고 학교로 갔다. 언덕 공원에서 상
희가 미자를 즐거운 낮으로 맞이 했다. 미자는 그러한 상희를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어떤 감정들이 금새 잊어 버리거나 기
분을 이렇게 빨리 되 돌릴 수 없는 상희임을 미자는 알고 있
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희의 모습은 그 어느때보다도 밝아 있
었다.

" 미.. 미안해.
그제일... 내가 너무 성급했어."
" 호호호...
얘. 지금 무슨 얘기 하는거야 ?
오히려 그때 나때문에 너희들의 감정이 상하지 않았나
하고 걱정 했었는데.. "

수줍음만 타는 상희가 대범하게 변한 모습을 미자는 도저
히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상희의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과장
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 미자야 - 내가 술한잔 살께 술 마시러 가자! "
" 그래 ? "

미자는 점점 이상한 행동을 하는 상희가 어딘지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라고 느끼고 있었다. 아무일도 없는데 술을 사겠
다는 상희의 모습은 예전과는 너무도 변해 있었다. 하지만 또
다시 성급하게 다그칠 수가 없어 학교내 간이주점으로 발걸음
을 옯겼다.

" 거기 말고..
밖으로 나가자 "

상희의 이말에 미자는 확신을 얻었다. 분명 상희는 대식과
눈이 마주칠까봐 학교로 가지않고 나가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같이 걸으면서 상희의 얼굴을 보니 얼굴은 미소를
띄우고 있었지만 눈에는 우수에 젖어 있는듯한 모습이었다.

미자는 아담한 술집에 들어가 상희가 소주를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러다가 또다시 사랑얘기가 나오리라 기대 하면서 한
편으로는 자신이 어떤 대답을 해줘야 하는지 걱정반 기대반을
하면서 소주를 홀짝대고 있었다.

" 나도 소주 한번 마셔 볼래."

상희는 미자가 마시려 했던 소주잔을 집어 들더니 단숨에
넘겨 버렸다.

" 크 ...
쓰다써 ~
소주는 쓴 맛으로 마시나 부지? "

상희는 어느새 맥주잔은 한쪽으로 치운체 그막강한 미자와
함께 소주로 대적해 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미자
가 듣고 싶어 하는 상희의 사랑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나오
질 않았다. 상희는 오히려 켱쾌한 목소리로 강의 시간에 생긴
일, 예쁜 옷을 보았을때 죽어도 사고 싶었던일, 그리고 장난
꾸러기 동생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5살때의
장난끼 있는 어떤 아이에 대해 말하면서 혼자 큭큭 대며 웃기
까지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상희에게서 할이야기가 떨어
졌는지.. 아니면 제풀에 죽어서 인지 고개를 푹 숙였다.

" 상희야 그만 마셔라.
그리고 우리 축제 구경이나 가자 !
오늘 무슨 가요제까지 열린 다더라."
" 히 -
술은 이런 기분으로 마시나봐 ~
히...
좋아... 좋아.. "

상희는 즐거운듯 웃음을 흘리면서도 입술을 입안으로 구겨
넣으며 잠깐 잠깐 호흡을 멈추곤 했다.

" 상희야..
너 괴로와 하고 있지.. "
" 히...
내가 그렇게 보여 ~
히힛..
그렇치 않아. 내가 무엇때문에 괴로와야 하니? "

그러나 또다시 상희는 입술을 구겨 넣으며 말을 잇질 못하
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미자는 안타가웠다.

" 나 -
나 있잖아..
.... 대식이 한테.... 데이트 신청 했다."
" 뭐라구 ? "

미자는 상희의 말에 눈이 동그래 졌다. 상희의 이 말은 충
격적이었다. 상희같이 대식 앞에서 얼굴도 못드는 애가 어떻
게 직접 데이트 신청을 했단 말인가.

" 정말이야 ? "

미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제차 물어 보았다.

" 응. 정말이야..
어제 술마시고 학교 밖에서 기다려서 그애가 나오길래 말했
지 뭐.
술이라는것은 참 좋더라..
제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그런 소릴 할 수 있으니..
왜 남자들이 술의 힘을 빌려 여자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지
이제야 알것 같애."
"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 "
" 후훗..
내가 바보 같았지 뭐-
후훗.. 난 정말 멍청했어. "

상희는 다시 입술을 구겨 넣더니 눈은 자제력을 잃고 눈물
을 주르르 쏟아내기 시작했다.

" 난,, 난 말이야 ...
정말 바보야..
히 -
다시는 그애를 볼 수 없을것 같아..
그애가 나한테 그랬어. 다른 여자와 약속이 있어서 오늘 시
간이 없다고.. 후훗.. 나는 그때 뭐랬는지 아니 ?
나는 널 사랑해. 나는 널 누구보다도 사랑해. 나와 함께 있
어줘.... 너의 사랑을 받고 싶지만 난 그렇게까지 과분한
욕심은 없어.... 그러니 내일 단 한시간 만이라도 내 곁에
서 나를 바라봐줘..... .....
후 ~
그건... 마음속의 외침 이었어. 난 ... 한마디도 못하고 부
끄러워 도망치듯이 그의 앞을 피해 달렸어.
술기운이 있었어도 내 선천적인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어."

상희는 거침없이 말을 쏟아붓고 있었다. 미자는 마치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미자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횡설 수설
하는 상희의 눈만 바라볼 수 밖에는 다른 말을 꺼낼 수가 없
었다.

" 미자야 -
학교로 올라가자 ~ "

상희는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해 댔다.

" 왜 ~ ?
학교 올라가기 싫다고 했잖아. "
" 술먹으니까.. 또 용기가 생기네 ..?
오늘 대식씨 ~ 노래 부를꺼야 ~
그... 노래를 듣고 싶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

미자는 상희의 취한듯한 말을 가만히 참견하지 않았다. 상
희는 말을 한참을 끊고 한숨을 여러번 내 쉬고 있었다.

" 미자야 --
나 .. 바보 같지 ? 그치?"
" 아니야.
그렇치 않아 !
우리 노래 들으러 가자..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안정 될꺼
야. "

미자는 상희를 일으켜 세우며 그렇게 말은 하고 있었지만
대식이의 노래를 들으면 더욱 상희의 마음이 아파 올거라는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플때 모든 아픔을 마지하고 시간을 갖
고 정리를 한다면 그게 나을 것도 같았다.

미자는 상희를 부축이고 가요제가 열리는 대강당으로 향했
다. 사람들은 무척이나 많고 실내는 어두 워서 상희가 눈에
띄지 않고 대식을 바라 보기에는 아주 적당한 듯 했다.

열다섯번째 대식의 모습이 무대에 오르는 것이 보였다. 상
희는 술에 취해서 인지 아니면 흥분해서 인지 몸을 비틀 거리
며 쓰러지려 했다. 미자는 억세게 상희의 팔을 움켜잡
아 주었다. 대식의 통키다 연주가 먼저 시작되고 사랑의 멜로
디로 시작되는 곡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 했다. 그러나 상희는
미자에게 몸의 무게를 싣고 머리를 숙이고만 있었다. 대식의
노래가 끝나자 우뢰와 같은 박수 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미자
도 어느새 대식의 새로운 모습에 잠시 넋을 잃고 있었다. 상
희는 그때서야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
이 주르르 흘러 내리고 있었다. 상희는 똑바로 대식의 모습을
피하지 않고 바라 보았다. 대식이가 다른 여자에게로가 살짝
포옹하는 모습까지 눈하나 깜박하지 않고 그렇게 바라 보았다.

" 미자야 ~
나 갈께. "

상희는 몸을 추스리며 천천히 돌아 섰다.

" 상희야 -
데려다 줄께. "
" 아니야 ..
나 - 혼자 있고 싶어... 그냥 나둬..
나중에... 전화 할께. "

상희의 돌아보지 않고 하는 말에는 힘이 없었다. 그러나 그
말 속에는 어느덧 어떤 감정의 여분이 말끔히 씻겨진듯한 그
런 목소리 였다. 미자는 상희의 뒷 모습을 보면서 사라질때까
지 바라보았다.

' 그래.. 많이 아파하는 구나...
나는 그래도 너의 그런 모습이 부럽단다.'

어느덧 미자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있었다. 대식이 앞으로
지나칠때도 미자는 알지 못했다. 어떤 여자와 다정히 지나치
는 대식의 모습은 뒷 모습 뿐이었다. 상희 때문에 대식을 미
워 하고 증오스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식의 뒷모습이 불
쌍하고 안타깝게만 느껴 졌다. 한사람이 사랑 한다고 해서 또
상대방이 그렇게 되야 한다는 의무는 없지만, 그래도 그런 사
랑을 저버리는 대식은 정말 바보 같다고 미자는 생각하고 있
었다.

그런 생각중에 민철이 지나가는 모습을 또 보질 못했다. 어
떤 여자와 같이 팔을 어깨에 올리고 다정히 지나가는 모습을
미자가 본것은 역시 뒷 모습이었다. 아 - 모두다 떠나 가는구
나... 민철 ?

" 어 - ?
야 ! 고민철 ! "

대강당이 떠나갈듯한 미자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미자의
눈에는 불길이 솟고 있었다. 사람들이 일제히 미자를 쳐다보
았지만 미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미자를 제정신이 아니게 만들
었다.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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