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사랑이야기 3부 (18)

"무슨 월요일 아침부터 라면이에요."
역시 예상한데로 현철이란 녀석이 제일 많이 투덜거렸다. 굶기지 않고 끓여 준 것에 대해 고마워 하지는 못할 망정 씹퉁되는 저녀석, 언제 기회 봐서 어둔 골목으로 끌고 가 조패야 겠다.
커억, 아침에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트림이 나왔다. 그녀가 내 트림 소리를 들을 적 마다 저러니,라는 말을 했었다. 욱! 트림을 참으면 더 이상한 소리가 나오는 줄 그녀는 모르나 보다.

학생들은 다 등교를 했다. 아침이 조용하다. 아무도 없다.
병원에서는 별다른 연락이 없다. 큰일은 없나 보다. 잠이 쏟아 졌다. 별 걱정이 안되어서 그런지 잠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잤다.

열 두시가 지나는 무렵에 눈을 떴다. 하숙집은 쓸쓸하다.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의 모양처럼 말이다. 다른 날도 이 시간 정도면 조용했었지만 오늘은 느낌이 다르다. 쾅,쾅 거리는 노크 소리도 없다. 잠에서 깨어 멍한 상태서 묘한 불안함이 스며 들었다. 그녀는 아직 한숨도 못 잤을 것이다. 병원을 가 봐야 겠다.

날씨가 너무나 곱다. 화창하게 내리는 햇살이 다소 뜨거웠지만 그 모양은 너무나 곱다. 밝은 거리에 밝은 사람들 모습이 좋다. 병원 앞으로 난 길로 푸른 나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으로 작은 바람에 속삭이고 있다. 응급실로 들어가기 이전까지의 풍경은 슬픔이 끼여 있지 않았지만 응급실로 들어 서자  마자 그런 풍경들은 사라지고 어둔 흐린날의 하늘 같은 모습으로 내 눈가에 펼쳐 지고 있다.

교통 사고가 났었나 보다. 응급실 내가 소란했다. 피 묻은 옷을 입은 한 사내가 절뚝거리며 걸어 가는 모습이 보였다. 안 아플까? 모습은 상당히 험악하게 망가져 있는데 스스로 수속을 밟는 모습이 많이 신기했다. 참 저사람 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아줌마를 찾아야 한다. 아줌마의 모습을 찾아 보았지만 새벽에 있던 침대에는 딴 사람이 누워 있었다. 사방을 둘러 보았다. 저기 구석에 혼자 누워 있는 아줌마를 보았다.

아줌마의 모습은 어제 내가 병원으로 업고 갈 때의 모습이 아니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가 있을까? 병원은 병을 낫으라고 오는 곳인데 아줌마의 모습은 중환자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왜 이런겨? 링겔을 세개나 꼽고 있다. 그리고 의식이 없는 아줌마의 얼굴이 간간히 찌푸려졌다. 89, 44.라는 숫자가 표시되는 기계가 조용히 아줌마 곁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이 없다. 어디를 간 것일까. 아줌마의 모습이 지금 이런데 그녀는 아줌마를 홀로 남겨 두고 어디를 갔을까? 아줌마 곁에 앉았다.

이십분 가까이 시간이 흘렀을 때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모습도 이상하다. 눈이 퉁퉁 부어 있다. 그리고 많은 눈물을 흘린 것을 짐작케 하는 빨간 눈동자다.
"동엽씨 왔어요?"
"네. 어머님 왜 그래요? 그리고 나영씨 많이 운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에요?"
"아직 어떻게 될 지 몰라요."
"모르다니요? CT 찍었지요?"
"네."
"결과 나왔어요?"
"방금 듣고 왔어요."

그녀가 눈물을 떨구기 시작한다.
"뭐라고 하던가요?"
"나 이제 어떡해요. 엉!"
그녀가 왈칵 울음을 쏟았다. 주위 사람들 아랑곳 없이 눈물을 쏟아 내더니 내게 안기듯 기대어 흑흑 거린다. 어 어, 왜 이러는겨? 갑자기 내게 기대어 오는그녀 때문에 잠시 당황이 되었었다.
"왜 그래요? 많이 안좋대요?"
"앞으로 삼일이 고비래요."
"네?"
"혈관이 터졌대요. 세겹중 두겹이 찢어 졌어요. 한 겹마저 찢어 지면 울 엄마 죽는대요."

무슨 말이냐? 지금 내 가슴이 뜨겁다. 그녀가 흘리고 있는 눈물 때문이리라. 소리가 내 가슴에 가려서 들리지 않는다. 목이 매였을까? 죽는다는 소리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녀의 등을 어루 만져 주었다. 허허, 이 상황에서 나는 약간 허튼 생각을 했었다. 아줌마 때문에 슬퍼지만 마음 한구석으로 내게 안겨 있는 그녀 때문에 묘한 다른 감정이 생겼었다. 내가 그녀의 연인이 된 기분이다.

"괜찮을거에요."

주인 아줌마가 누워 계신 침대 앞에서 한참을 그녀를 안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울음을 그쳤지만 아주 슬프게 멍한 상태다. 그래도 그녀의 모습이 아까보다는 많이 진정이 된 상태다. 그녀의 어깨를 감싸 주며 말했다.
"언니가 있다고 했죠?"
"네."
"연락 했어요?"
"안 했어요. 잊고 있었네요."
"어머님 아프시니까 연락 한 번 하세요."
"흠. 그런 걸 챙겨주는 것 보면 여자 친구 있을 만도 하네요."
그녀가 작은 웃음을 웃었다. 지금 저 말을 왜 했을까. 눈이 퉁퉁 부어 있는 채지만 웃는게 역시 보기 좋다. 어깨를 감싸고 있던 팔을 풀어 주며 나도 자그맣게 웃었다. 아줌마는 다소 편안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다.

"갔다 오세요. 하숙집에도 전화 해 보세요. 혹시 누가 있는지."
오늘 학원 가기는 틀린 것 같다. 허허, 지금 그녀 곁에 내가 있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기도 하지만 의지할 사람이 없는 그녀 곁에 있어 줄 수 있다는 것이 마음을 맑게 했다.
"네. 혈압 좀 봐주세요. 지금 아주 낮추어 논 상태거든요. 100이상 올라 가면 안된다고 했어요."
"혈압이요?"
"저 기계 앞 숫자 말이에요. 100이상 올라가면 간호사 불러야 돼요."
"네."
아까 89였던 숫자는 지금 87을 가리키고 있다. 내 혈압이 한 120정 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87이라면 엄청 낮은 수치다. 고혈압이라고 했는데...

그녀는 다시 눈물 몇 방울을 달고 응급실로 돌아 왔다. 들어 오면서 닦아는 내었지만 흔적이 남아 있었다. 괜찮아 보이던 주인 아줌마가 갑자기 왜 저렇게 되었을까? 갑자기 흐르는 눈물을 거의가 슬픈 눈물이다.
"전화 했어요?"
그녀가 내 옆에 앉았다. 그냥 고개만 끄덕 거렸다.
"동엽씨 학원 안 가세요?"
"오늘 하루 안간다고 많은 지장 있겠어요."
"그래도."

"여기 있을 겁니다. 그리고 어머님 계속 응급실에 계실거예요? 입원실로 옮기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안그래도 말해 놓았어요. 아직 방이 없다고 하네요."
"생각보다 아픈 사람들이 많은가 보네요."
"네."
"어머님 반드시 나을거에요. 낫고 나면 예전보다 분명 좋아지실거구요."
"흠. 고마워요."
"오늘따라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네요."
"아까 혼자서 검사 결과 들을 때 너무 무서웠어요. 지금은 동엽씨가 옆에 있어서 그런지 조금 안심이 되네요."
"허허."
"왜 웃어요?"
"그냥요."

그냥 왜 웃었겠냐. 그렇게 말하는 그녀가 사랑스러우니까 웃었지. 그건 그렇고 정말 아주머니 좋아 지셔야 할텐데. 응급실 실내가 밖보다 밝아 지면서 불안해져 간다. 응급실이 아까 보다 많이 조용하다.
아줌마를 지켜 보며 저녁 먹을 시각을 훨씬 넘길때 까지 그녀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 한편으로 걱정되고 한편으로 정겹다.

19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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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이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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