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사랑이야기 3부 (13)

그녀가 꺼낸 말로 난 오랫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녀의 표정이 밝지 않고 노을에 기대어 무언가에 잠겨 있는 듯 하다. 이럴 때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배워 본 적도 없고 괜한 말로 분위기 더 가라 앉힐까봐 아무 말도 못하겠다. 노을이 땅 아래로 사라 질 때까지 그녀의 옆에 앉아 만 있었다.
"지금 몇 시에요?"
그녀가 주위가 어두워 지자 입을 열었다.
"일곱시 십분이 좀 넘었네요."
시계를 보며 답을 해준 나는 깜짝 놀랐다. 학원 두번째 수강도 포기를 해야 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가요."
아까와는 달리 생글생글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당한 것 같기도 하고 홀린 것 같기도 하다.
"어디를 가는데요? 나는 이제 학원 못가요. 집에 가면 같이 갑시다."
"이제 배 고파요?"
"조금."
그래서 난 그녀와 밥을 먹으러 갔다.

학원 반대 방향으로 강을 따라 쭉 내려 와서 좋은 집들이 많이 보이는 곳까지 왔다. 오늘 걷는 것도 참 많이 한다. 걸으면서 이렇게 시간이 잘 가는 것은 그녀가 옆에서 걷고 있기 때문일까?
버젓한 식당 참 안 보였다. 저녁으로 패스트 푸드점에서 햄버거랑 치킨튀김을 먹어야 했다. 그리고 거기서 그녀가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었기에 쪽팔림을 무릅쓰고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 주어야 했다. 그 패스트 푸드점 이층 한쪽에서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불렀지만 그래도 들렸나 보다.

옆에 앉아 있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처녀들이 날 보며 비웃었다. 내 노래는 무시하고 우리쪽을 쳐다 보는 그 처녀들에게 답례 해주는 그녀의 모습은 분명 공주 같았다. 내 모습은 시종이었겠지 뭐. 근데 왜 내가 그녀의 부탁을 받고 그대로 해 주었을까. 아까 강을 보며 숙인 그녀의 모습이 슬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자. 웃음을 띠우게 만들었으니 쪽팔렸지만 기분은 괜찮다.
"노래 참 못 부르네요."
불러준 성의를 봐서라도 그냥 고맙다는 말만 하면 아무래도 편찮나 보다.
"에이씨..."
"고마워요. 오늘 동엽씨 덕에 오랜만에 생일 축가도 들어보고 기분 참 좋네요."
그래 그렇게 말해야지.

하숙집 동네로 돌아 왔다. 학원을 빼먹었지만 오늘은 다른 날 보다 기억에 많이 남는 일을 한 것 같다.
하숙집으로 그녀와 함께 들어섰다. 마침 마루에 나와있던 학생 한 녀석과 마주쳤다. 꼬아보는 투가 맘에 안든다.
"누나 오늘 참 예쁜 모양으로 외출하셨네요."
"그래, 오늘 저녁 못 차려 준 것은 미안하다."
나는 그 둘이 말하는 틈을 타 그냥 내 방으로 들어 가려고 했다.
"형하고 누나하고 어떻게 같이 들어와요?"
"만났지 임마."
그렇게 말하고 그냥 방으로 들어 서려 했는데 그녀가 뒤에서 소리쳤다.
"동엽씨 오늘 고마워요."
뭘 그렇게 꼬아 봐 임마. 나와있던 녀석의 눈초리가 아까 보다 더 맘에 안들었다.

방에 들어서 옷을 갈아 입고 누웠다. 오늘 학원을 빼먹었기 때문에 뭔가 불안해야 할텐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해야 할 일도 분명 있을텐데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그냥 누웠다. 오늘 일을 생각 좀 하다가 그냥 히죽거렸다. 천정의 형광등 불 빛이 오늘은 왜 저렇게 곱냐.

잠에서 깨어 보니 천정이 아직도 하얗다. 창밖이 밝아 오고 있다. 그냥 히죽거리다 잠이 들었었나 보다.
불을 끄고 다시 자려고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내 꿈꾸는 생활에 기분 좋은 것이 하나 스몄다. 만약에 잘 되면 내 그려지지 않던 미래가 너무나 핑크 빛일 것 같기도 하다. 그녀가 좋아진다. 그래도 아직은 너무 많은 꿈을 꾸기에는 이른 것 같다.

누워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한숨이 나오다가 또 히죽 웃게 되다가 마음에 변화가 많이 생기기는 하지만 오늘 아침이 참 좋다. 밖에서 인기척 소리가 났다. 그녀가 지금 아침을 차리나 보다. 괜히 할 일도 없으면서 나가 보았다. 싱크대에 앞에서 그녀가 쌀을 씻고 있다.
"어, 왠일이에요? 이렇게 이른 시간에."
"그냥 일찍 일어 났어요."
그녀가 밝은 표정이다. 식탁에 앉아 보았다.
"거기 앉아 있을려구요?"
"왜요. 싫어요?"
"싫긴요."
"물 한컵만 줘요. 아우웅."

이 시간에 하품 하는 것이 얼마만이냐. 오늘 하품은 귀한 것이다. 그녀가 내 모습을 귀엽게 쳐다 보더니 쌀을 씻다 말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손수 따라 주었다. 공주에게 물받아 먹으니까 느낌이 참 묘하네. 컵을 잡은 그녀의 손이 아름답다. 확 한번 잡아 볼까 싶다. 아침부터 맞긴 싫다.
"할 일 없어요?"
"네."
"아침에 콩나물국이 참 좋겠죠?"
"괜찮겠네요."
내 그말과 동시에 그녀가 아직 다듬지 않은 콩나물 한 접시를 내 앞에 가져다 주었다. 쩝.

아침을 그녀와 함께 했다. 그녀는 밥을 짓고 나는 콩나물을 다듬고. 싫지 않은 아침 풍경이다.

오랜만에 학생들과 같이 아침을 먹었다. 어제 못마땅한 눈초리를 보냈던 녀석이 하숙집 그녀와 데이트 했다고 날 놀리다 그녀한테 얻어 터졌다.
"형한테 놀렸는데 누나가 왜 그래요?"
"데이트 좀 하면 어떻니?"
"그래 임마 데이트 좀 하면 어때."
"어제 그게 무슨 데이트에요."

허허 여자들의 심리는 참 오묘한 것 같다. 밥을 먹고 있는데 주인 아줌마가 나오셨다. 모습이 괜찮아 보이신다.
"요즘 우리 딸래미 음식 솜씨가 좀 어떻니?"
"많이 좋아 졌어요.""괜찮아요."
"어머님 따라 갈려면 많이 멀었어요."

나말고는 다들 좋은 대답을 해 주었다. 주인 아줌마는 학생들을 보며 포근한 눈빛을 지으시고는 끊인 국을 한 번 맛 보시더니 다시 방으로 들어 가셨다.
흠 다시 예전으로 돌아 온 모습이다. 밥을 먹고 나서 방으로 들어 오다 하숙집 풍경을 한 번 돌아 보았다. 제사가 끼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뭔가 변화가 있었던 분위기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14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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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이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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