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사랑이야기 3부 (19)

이틀을 학원을 못 나갔다. 오늘도 못 갈 것 같다. 오늘 오전에 주인 아줌마를 입원실로 옮겼다. 여섯 명이 쓰는 중환자실이지만 응급실 보다는 훨씬 안정적인 느낌이다. 그녀도 다소 진정이 되었는지 방금 병원에 온지 사흘만에 집으로 돌아갔다. 입원실에서 필요한 생활도구도 챙기도 하숙생들 식사도 차려 줄 겸 집으로 갔다. 나를 비롯해서 하숙생들 모두가 그녀가 없던 관계로 집에서는 라면이나 중국음식으로 아침 저녁 끼니를 때웠었다. 응급실에 있는 동안 하숙생들이 간간히 찾아 왔었다. 고마운 녀석들이다. 분명 생활에 불편이 많았을 텐데 내색하지 않았었다. 세상이 생각만큼 매정하지는 않은가 보다. 아줌마도 매정하시지 않을 것 같다. 나을것이다. 지금 아줌마 곁에는 나혼자 있다.

아줌마는 정신을 차리셨다. 혈압을 많이 낮추어 놓았기 때문에 힘이 없는 모습이지만 말씀도 간혹 하셨다. 아줌마 침대 옆에 앉아 반쯤 잠이 든 몽롱한 상태였는데 아줌마가 잠에서 깨셨다.
"나영이는?"
"예? 아, 집에 갔어요."
"자네가 대신 있는 게야?"
"네."
침을 흘리지 않았나 모르겠다. 아줌마의 모습이 아직 많이 안되어 보이지만 분명 어제, 그제 보다는 나아 보였다.
"자네한테 미안하고 고맙네."
"별말씀을요."

아줌마는 나와 짧은 대화를 하고 난 뒤 다시 잠이 드셨다. 심심하다. 중환자실이라 그런지 조용한 편이다. 하지만 알수 없는 긴장감이 있다.

아줌마는 여전히 잠이 들어 있었고 해는 서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간호사가 들어와서 링겔을 바꿔 놓고 갔다. 이 방에는 여섯 명의 환자가 있지만 깨어 있는 사람은 두사람 뿐이다. 저녁 밥이 들어 왔다. 세 명분의 밥이다. 명단을 부르며 배식기를 돌렸다. 아줌마는 호명되지 않았다. 배가 고프다.
"꼬로록."
생각해 보니 점심도 먹지 않았다. 움직인 것도 없는데 배가 참 고프다. 잠이 드신 아줌마를 보았다. 병원에 와서 아직 한끼도 드시지 못했다. 야, 마이 배. 분위기 파악 좀 하며 왠만하면 소리는 자제해라.
"꼬로록."
새끼 진짜 말 안듣네.

그녀가 생각보다 늦다. 어머님이 잠이 드신 틈을 타 입원실 밖으로 나가 보았다. 병원 복도를 걸어 보았다. 아픈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어둡다. 어쩌다 느끼는 학원생활의 어둔 느낌은 쨉도 안된다. 학원 생각이 난다. 그 종석이라는 형에게 전화나 해 볼까? 마침 학원을 파할 시간이다. 전화기를 찾으며 복도를 계속 걸었다.

전화기 앞에 낯익은 여인이 수화기를 붙잡고 짜증 섞인 말을 하고 있다. 앗, 그녀다. 전화기 옆 간이 의자에는 큼직한 가방이 놓여 있다. 그녀가 들고 온 것 같다. 그녀는 내가 자기 옆에 와 있는지를 눈치채지 못했다. 가방이 놓여진 의자 옆에 앉았다.
우와, 돈 참 빨리 떨어진다. 거의 일분에 천원 꼴로 떨어지는 것 같다. 그녀가 전화하고 있는 전화기의 잔여금액 표시를 말하는 것이다. 자기 언니에게 하는 것 같다. 같은게 아니라 맞다.

"딴 얘기는 하지말고 언제 올거냐니까?"
"..."
"얼마나 아픈지 직접 보면 알잖아."
"..."
"진짜 모레는 올거야?"
"..."
"알았어. 만약 그 사이 무슨 일이 생기면 언니 다시는 안볼 줄 알아."
그녀의 말투가 상당히 겁나다. 쌈하면 잘 할 것도 같다. 뭐가 답답한지 했던 얘기 하고 또 한다. 외국 나가기가 그렇게 쉬운가. 그녀 언니가 여기 오기가 어려운지 자꾸 어머님 병세를 되묻는 것 같다. 기어이 카드의 잔여금이 제로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녀가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어머, 동엽씨."
그녀가 가방을 들여다 나를 보았다. 고개만 끄덕거려 주었다.
"여기 언제부터 있었던 거에요?"
"방금 왔어요. 저도 전화나 할까 해서."
"그래요. 저 전화하는거 들었어요?"
그럼, 소리가 좀 컸지 아마.
"조금요."
"언니하고 통화했었어요."
"대충 그렇게 생각했어요."
"엄마는요?"
"주무세요."
"무슨 일 없었죠? 의사가 무슨 말 하던가요?"
"없어요."

그녀가 가방이 있던 자리에 앉았다. 그래 지금 입원실로 가봤자 별 할 일도 없다. 그녀의 모습이 날 조금 덜 심심하게 했다.
"전화 안 하세요?"
"그냥 안 할래요."
"저녁 안 먹었죠?"
"네."
"미안하네요."
그녀가 가방을 열더니 도시락을 꺼내 놓았다.
"저 줄려고 싸온 거에요?"
"그럼 누굴 줘요?"
알면서 물어 본 거야. 여기서는 먹기가 불편하다. 지나는 사람들도 많다. 어디 괜찮은 곳이 없을래나?
결국 찾은 곳이 병원 비상계단이었다. 간혹 담배 필때 찾아 왔던 곳이다.
"나영씨는 밥 먹었어요?"
"밥이 좀 많아 보이지 않나요? 동엽씨랑 같이 먹으려고 안 먹고 그냥 왔어요."

그녀를 흘깃 쳐다 보았다. 쪼금 감격했다. 그치만 이 정도 나혼자 다 먹을 수 있어요,라고 말하고도 싶었다. 계단에 나란히 앉아 도시락을 사이에 두고 저녁 식사를 했다. 밥상을 마주하고 식사해 본 적은 있지만 그때는 밥그릇이 따로따로 였다. 지금은 하나다. 헤헤. 그녀와 난 이제 같은 밥그릇의 밥을 같이 먹은 사이가 됐다. 젓가락이 부딪칠 때도 있었다. 그 재밌네.
"애들이 뭐라 그러지 않던가요?"
"밥을 보며 감격하던데요."
"걔들도 어머님 걱정 많이 하죠?"
"네."
"좋아지실 거에요. 아까는 말씀도 제법 하셨어요."
"고마워요."
고맙단 말 심심찮게 듣는다. 그 말할때마다 그녀가 내 마음을 조금씩 떼어가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알까. 자꾸 그렇게 말하면 날 책임져야 할텐데...

병원에서 밤을 그녀와 같이 하고 싶었는데 그녀가 날 쫓아 냈다. 매정하게 말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매정한 것이랴. 그래 내일 오전에 내 다시 오리라. 허허,
울 엄마도 아닌데 병원에 오고 싶다. 내 맘에 분명 뭔가 있다.
"그럼 내일 오전에 올게요."
"그래요."
그녀가 내가 온다는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내일 봅시다. 아줌마의 잠든 모습과 날 마중하는 그녀를 뒤로 한채 하숙집으로 돌아 왔다.

20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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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이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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