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사랑이야기 3부 (9)

오늘 학원에서는 무슨 알지도 못하는 작가가 와서 강의를 했다. 그래도 작가라는 소리 때문에 유심히 들었다. 음, 그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구나, 근데 지금도 어려운 거 같아 보였다. 모양새가 나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잘나지는 않았다.

학원을 파하고 어두워지는 거리를 그 년,놈과 같이 걸었다. 학원 그녀의 모습이 오늘 많이 행복해 보인다. 그 행복해 보이는 모습은 세상이 아름답기 때문에 짓는 모습이리라.
태어난 날을 축하 한다는 것은 세상에 나온 것이 축복 받을 일이라는 것이겠지. 그래 세상은 살아 볼만 한 것이다. 근데 지가 태어난 날도 아니면서 놈도 아주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둘이 사귀는 것 맞구만. 잘하면 작가 부부 나오겠네.

술 먹으러 가자면서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으로 그 둘이가 들어 갔다. 첨부터 술마시는 것이 부담 스러웠나?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았다. 어쭈 그래 니 둘이는 나란히 앉는다 말이지. 혼자 않은 내가 좀 초라하다.
"주영씨 생일 축하해."
"고마워요."
둘이서 아주 잘 논다. 놈이 선물이랍시고 그녀에게 뭔 박스를 하나 떡하니 꺼내 놓는다.
"뜯어 봐도 돼죠?"
"그럼요. 하하."
"어머 내가 갖고 싶어 하던 향수에요."

저새끼 분명 향수라고는 샤넬 no5 밖에는 모르는 것 같다. 향수는 아무에게나 주는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그녀가 아주 그윽한 표정으로 향수를 뿌려 맡아 본다. 괜히 한 번 물어 봤다.
"그거 얼마 짜리에요?"
놈이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좀 쪼잔한 것 같다. 그냥 웃지요,라는 것도 모르냐.
"응. 십만원."
저 조그만 향수가 제법 비싸네. 그녀가 미소를 짓는다.
"저도 선물 하나 샀어요. 나에게도 관심 좀 가져줘요."
"그래요. 동엽씨도 감사."
"선물 주었으니까 밥은 공짜겠지요?"
"종석씨가 사준다고 했으니까 맛있는거 드세요."
그녀가 대답을 하면서 내 선물도 뜯었다. 놈이 나를 보는 눈초리가 심상찮다. 그래서 졸라 비싼 거 시키기로 결심했다.
"어머. 스카프가 참 예쁘네요. 감사해요."

"아저씨. 여기 티본 스테이크 둘하구요. 돈까스 하나 주세요."
놈이 아주 비겁한 표정으로 주문을 했다. 쪼잔한 놈아 사내가 돈까스가 뭐냐. 여자 사귈려면 돈이 많이 깨지는 거 이제 알았냐?
"전 미듐으로 해주시구요. 동엽씨는요?"
"전 팍 익혀 주세요. 그리고 밥으로..."
참 오랜만에 스테이크를 먹어 봤다. 우리집 그녀에게도 치마하나 떡 사주고 스테이크나 얻어 먹어 볼까? 하하.

놈은 진짜 쪼잔한 새끼였다. 그 주영씨를 먼저 밖으로 내 보내고 날 슬며시 불렀다.
"만원만 내."
"정말 너무 하네요. 여자한테는 십만원짜리 향수도 사주면서."
"야. 난 남자하고는 뽀뽀 안해. 나 돈 없어 진짜. 만원으로 스테이크 먹었으면 땡 잡은 거 아녀?"
"구천원 밖에 없는데요."
녀석의 의도를 알았다. 내 끝까지 감시하리라. 내가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 주어야지.

밖은 어두워 있었다. 화려한 조명등 아래로 그것이 즐거운 듯 년,놈이 팔짱까지 끼면서 걸어 가고 있다. 좋아 보이기도 했다. 서로 감싸 주면 좋지 뭐. 그래도 오늘 둘이 뽀뽀하게 하지는 않으리라. 오늘 하숙집 제사다. 나보고 일찍 오라고 했었는데... 그냥 집에 가 버릴까? 하숙집까지 여기서 한 시간 가까이 시간을 소비한다 치더라도 한 시간 이상 어울릴 수 있겠다. 그래 놀다 가지 뭐. 그들이 이상한 술집으로 들어 갔다. 바도 있고 테이블도 있는 호프집인지 칵테일 집인지 헛갈리는 좀 있어 보이는 술집이었다. 놈이 오늘 상당히 무리 하는 것 같다. 내가 돈 낼 것 같냐?

으 좋다. 너네들은 호프 마셔라. 난 칵테일이다. 벌써 두잔을 비웠다. 그 좋네.
"생일을 축하합니다..."
놈이 그녀의 생일을 위해서 웨이터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신청했었다. 그녀가 즐거워 한다.
"아저씨. 이번엔 올드 패션드 한 잔 주세요. 주영씨 덕에 오늘 칵테일 많이 마셔보네요."
놈이 또 비겁한 표정을 지었다. 날 데리고 온게 잘 못이여. 어라. 그녀도 이제는 나를 안 좋은 표정으로 보고 있다.
어. 좋다.
이 칵테일도 맛이 괜찮다.

둘은 매일 보면서 무슨 할 말이 저렇게 많을까. 문득 시계를 봤다. 열시가 넘었다. 앗!
하숙집 그녀가 생각이 났다. 오늘 제산데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 같다.
급히 일어 섰다.
"왜 먼저 가려고?"
그녀를 쳐다 봤다. 홍조를 띤 모습에 옅은 미소가 베인 표정이 아무래도 놈이 키스하자고 하면 해 버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래 해라. 나는 가야 겠소이다. 하숙집 그녀가 떠 올려지니까 무진장 집으로 가고 싶다.

술기운에 그들이 지금까지 먹었던 술 값 다 계산 해버리고 나왔다. 그래 둘이 즐거운 시간 가지는데 내가 방해를 해서야 되겠냐? 내 오늘 기분 좀 냈다. 내가 계산 한 줄이나 알까? 내가 나가는데 놈이 날 배웅하는 척 따라 나왔다. 아주 비겁한 표정으로 말이다.
"고마워. 둘이면 다소 초라할 것도 같았는데 네가 있어 주어서 좋았다."
어라. 표정과는 다르게 아주 의외의 반응이다. 내가 계산 한 것을 알았을까? 모를텐데...
"다음엔 둘이만 만나요. 보니까 이제 충분히 친해 진 것 같은데."
"그래. 하하. 잘 가."

시간이 촉박하다. 내 입에서 술 냄새가 나겠지? 큰일이다. 그녀에게 잘 못 보이면 밥도 없는데... 밥만 먹고 집에 오는 건데 잘못했다. 그녀에게 밉보이기는 싫은데...

동네에 와서 캔커피를 하나 샀다.
"아저씨 저한테서 술 냄새 나요?"
수퍼 아저씨께 물었다.
"그렇게 술냄새가 많이 나지는 않는데 냄새가 참 고약하다."
"이게 칵테일 냄새에요."

아무래도 냄새를 그녀가 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가까스로 하숙집 앞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열 한시까지 십여분의 여유가 있었다.
"헉 헉!"
술먹고 뛰니까 참 힘들다. 술냄새가 나면 그녀가 실망 하겠지?
하숙집을 돌아 한적한 곳에서 그 아까운 칵테일 억지로 토해 냈다. 스테이크까지 나왔다. 힘이 쫙 빠졌다. 허허. 왜 내가 그녀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할까? 모르겠다. 밥 얻어 먹을려면 어쩔 수 없다.
커피를 한 잔 들이키고 입을 씻어 내었다. 어허라. 긴 한숨 한 번 쉬고 하숙집으로 들어갔다.

"다녀 왔습니다."
그녀가 암말 않고 나를 빤히 쳐다 보았다. 그리고 시계를 본다. 좀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저녁은 먹었어요?"
"네."
"좀 씻으세요."
"그럼요. 집에 들어 왔으니까 당연히 씻어야죠."
뛰어 왔던 탓인지, 그녀의 다소 쌀쌀한 표정에 겁이 난 것 때문인지 내 이마에 땀이 많이 고였다.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가고 그녀는 다 만든 음식들을 챙기며 하숙집 아줌마의 방에다 대고 말했다.
"엄마. 이제 차려요."
다행히 술 냄새는 맡질 못했나 보다.

욕실로 가다가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가 제삿상 차리는 모습을 보았다. 좀 미안했다. 모녀의 모습에서 괜히 미안함이 들었다. 일찍 들어와서 상차리는 것도 도와주고 하는 건데...
"쾅!"
"누구세요?"
어라 이것들이 있으면서 내다 보지도 않는다 말여?
"옆방 형인데 좀 나와."
"왜요?"
"이 하숙집 제사상 차리는데 좀 도와 주고 해라."
"아까 상 차리는 거 도와 줄려고 했는데 아직 시간이 안되었다고 했단 말이에요. 병풍내리는 것 하고 다른 거 많이 도와 드렸어요."
으이씨 또 미안해 지네.
"그래. 고맙다."
"형이 왜 고마운데요?"
그래 왜 내가 고맙다고 말을 했을까?
여기저기 씻고 머리까지 감고 내 방으로 돌아 왔다. 현철이라는 애와 아까 내가 불러 낸 애 덕분인지 제삿상이 재빠르게 제모습을 찾아 가고 있었다. 문을 활짝 연 하숙집 아줌마의 방안에 여덟자 병풍이 드리워져 있고 그 앞에 제사상이 차려져 있다.

방에 들어와 머리 손질을 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차분한 노크 소리였다.
"누구세요?"
"저에요. 와이셔츠 다려 났으니까 입으세요."
들어 올 줄 알았는데 그 말만 남기고 그녀의 다음 반응은 없었다. 문을 열어 보니 깨끗하게 다려진 와이셔츠가 방 문앞에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제 그녀가 샀던 넥타이도 함께 있었다.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았다. 넥타이를 집어 들며 멀뚱히 그녀가 들어간 방을 쳐다 보았다. 우리 하숙집 그녀가 너무나 고와서 오늘 밤이 서글프다.

까만 정장을 입고 방을 나왔다. 넥타이가 나에게도 잘 어울리나 보다. 그녀가 하얀 한복을 입고 서 있었다. 나에게로 와서 넥타이를 좀더 바르게 매만져 주었다. 단정히 매만진 머리 모양으로 그녀가 참 이쁘다.
"고마워요."
"뭘요?"
그녀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고맙다고 했다. 내가 술마시고 온 걸 알까.
또 좀 미안했다.

방에서 지금 그녀가 제사상을 마주하고 절을 하고 있다. 나는 그냥 옆에 서 있을 뿐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방 한쪽 편에서 제사상을 보며 그저 앉아 있을 뿐이고, 아까 제사상 차리는 것을 도와 주었던 두 녀석은 방 밖에서 선 채로 안을 들여다 볼 뿐이었다.
사람은 많은데 절을 하는 이는 여자인 그녀 하나 뿐이다. 왠지 분위기가 초라했다. 그녀가 시집을 가면 허! 과연 저 제사상은 누가 차리며 또 누가 절을 할 것인가?

그녀가 제사상에 술잔을 올리는 것을 도왔다. 내가 술을 따라 주었다. 그녀의 모습이 엄숙하면서 슬프다. 옆에 앉아 그 모습을 보는 하숙집 아주머니의 모습도 슬프다. 그녀가 또 절을 한다. 그리고 앉았다. 한 참 앉았다가 밥을 내 놓고 숭늉을 올렸다. 그리고 또 한참을 앉았다. 나는 그저 그 모습을 보며 옆에 서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일어 섰다. 그리고 다시 절을 올렸다. 내가 대충 안다. 이 절이 오늘 제사의 마지막 절인 것을...
멀쭘히 옆에 서있다가 그냥 나도 따라 절을 해 버렸다. 뭐 하숙집 아줌마 보고 어머님이라 부르는데 못할 것도 없다. 여자랑 아무 상관없는 남자랑 같이 절을 하는 것이 제사에서 많이 실례라는 것을 알지만 그녀의 모습이 왜 그렇게 많이 안타까왔을까. 그냥 같이 해 버렸다. 내가 잘 못한 것일까? 그녀가 절을 하고 일어 서 나를 빤히 쳐다 보았다.
"하면 안되는 거에요?"
"네?"
"내가 절한게 잘못한 거냐구요."
"아니에요. 고마워요."
뭘 또 고맙냐.

아까 제사상 차려 주었던 두 녀석들이 지금까지 자지 않고 저기 서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제삿상의 음식 때문이었다. 제사 끝나고 그녀가 "너희들도 들어와 먹고 싶은 거 좀 먹어."이렇게 말하기가 무섭게 참 많이도 쌓여 있던 부침개들을 한웅큼 접시에 담아다가 단지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 말만 남기고 이내 사라져 버렸다.

"차리는 거 못 도와 드렸으니까, 치우는 것은 도와 드릴께요."
"그러세요. 그럼 옷 갈아 입고 오세요."
"참. 이 넥타이 저 가져도 되는 거에요?"
"우리 집에 남자 넥타이 매는 사람 있나요."
"저 있잖아요."
"그래요. 가지세요."
그녀가 웃었다. 그래 웃는 모습이 참 잘 어울리는 그녀다.

10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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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이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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