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사랑이야기 3부 (24)

이상하게 학원 분위기가 어색했다. 세상에 없는 하숙집 주인 아줌마의 모습이 자주 연상 되었었다. 차갑게 스미는 미소의 의미는 무엇일까. 학원을 파한 시간까지 낮의 흔적이 남아 있다. 오늘이 하지쯤 되나 보다. 어두워 지는 거리에서 어쩌면 하숙집을 바꿔야 한다라는 생각에 발걸음이 무겁다. 하숙집을 바꾸는 것은 그녀와 헤어진다는 것을 뜻함이다. 왠지 오늘 하숙집에 일찍 돌아가기가 싫다.

뭔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을 그녀에게서 들을 것 같으니까.
"오늘은 한 잔 해야지."
종석이 형이 또 술 마시자 한다. 오늘 그의 녀자가 안 보인다. 요즘 꽤 못 본 것 같다. 집에 들어가기 싫은데 잘 됐다 싶다.
"그럽시다."
"진짜?"
"주영씨는 안 보이네요?"
"걔? 시집갈 준비 한대."
"벌써 그런 사이까지 되었어요?"
"우리집 말고 다른 시집. 학원 안 다닐거래."
꼬시게 잘 됐다. 알고 봤더니 여자에게 차인 것은 자네였구만. 카운셀러 해 줄테니까 오늘 술값은 니가 내라.
"그래요? 그런 얘기는 어디 앉아서 얘기 합시다. 어디 가실래요?"
"포장마차 가지 뭐."

술 먹으러 가는 두 사람의 표정은 어두워 지고 있는 거리의 표정을 닮았다. 포장 마차에는 아직 사람들이 없다. 이제 갓 문을 연 포장마차 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다.
참! 그 나이 든 사람이 말 참 많이 하네. 나도 좀 하자.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면 말이야. 적어도 그와 지냈던 시간 만큼은 잊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잊어 가면서 그가 그리울 것이고, 그리워 하는 시간도 같이 지내는 시간이니까 또 잊는데 시간이 필요 하고. 그래도 잊혀 질거야 응? 사람이란 잘 잊고 사는 동물이니까. 근데 어쩌다 또 생각이 날 것이고, 생각이 나면 생각이 났던 시간 만큼 또 잊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이 사람 지금 뭔 말하는거여? 주절주절 혼자서 잘 씨불이네.
"본론이 뭔대요?"
"한마디로 사랑했던 사람은 못 잊는다는 거지. 그녀가 보고 싶어."
간단하게 말하면 될 것 가지고. 무슨 얘기 하나 했네. 중년처럼 보이는 아저씨가 질질 짜는 모습은 보기 역겹는데. 종석이 형아의 인상이 아주 더럽다. 일그러진 표정 하나 하나에 무언가 그리움 하나씩 스며 있어 보인다.
"주영씨가 왜 갑자기 시집 간다고 그러던가요?"
"힘들대. 그래서 시집이나 간대."
"결혼이 무슨 힘드면 하는 건가?"
"그건 그 사람한테 물어 봐."
"상대는 누군대요?"
"몰라. 지금은 없는대 곧 생길거래."
"그런게 어딨어요. 형이 못살게 굴어서 도망간 것은 아닌가요?"

"뭘 차여. 내가 좋긴 한데 요즘 자기 생활이 힘들대. 내 미래가 불확실 하잖아. 미래가 보이면 지금 힘든 것이 잘 못 느껴지지만 그렇지 못할 땐 자꾸 꺽이게 되거든. 그녀는 포기하는 인상이야."
"뭘 포기해요?"
"몰라. 나야 뭐 사귀기 시작한 지 오래 되지 않아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다 해도 그녀도 꿈이 있었을 텐데..."
"뭐가 힘들다고 그러는데요?"
"생각해 봐라. 그녀도 이제 얼마 안 있어 서른이다. 여자 나이 서른 지나면 옆에서 보는 시선이 얼마나 달라지는 줄 아니? 모든 게 힘들거야."
"그래도 그 동안 여기에 투자한게 아깝지 않대요?"
"그 사람한테 직접 물어 보세요."

종석이 형의 넋두리를 제법 들어 준 것 같다. 내가 술값은 한 것 같다. 술 값 나보고 내라고 그러면 배웠던지 안 배웠던지 이단 옆차기 하고 만다.
나이 서른 즈음에서 고민해야 하는 문제는 앞으로 남은 서른을 어떻게 살 것이냐에 대한 고민일테지.
어떻게 살까 응? 어렵게 느껴진다고 말이야 소중한 걸 포기하고 그러진 말아야 할텐데. 그래 저 놈은 그 주영씨에게 소중한 놈이 아닐것 같다. 서로 외로워서 만났었겠지 뭐.

"어려울 때 누군가 때문에 그 생활에 기분 좋은 미소가 자주 맺혔다면 그 사람은 자기에게 뭐가 되나요?"
"미소."
뭐야? 좀 성의있게 답하면 안되냐?
"그 사람이 내게 무슨 존재인가 아직 잘 파악이 안되는데요."
"헤어져 보면 알지. 쉽게 잊혀 지면 아무것도 아닌거고, 안 잊혀 지고 점점 그리워 지면 뭔가 있는 것이겠지."
"뭐가 있는데요?"
"자네 나이가 몇 살인데 그런 걸 나에게 물어보나? 니한테 물어 보세요."
"우리 앞으로 잘 될까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졸라 분했다. 뒤에 몇 마디 물어 본 것 대답해 준 걸로 조언을 해주었으니 나보고 술 값을 내라고 했다. 내가 자네 이야기 들어 준 게 훨씬 맞잖아. 나는 돈 없오. 표정으로 벌써 일어나 있지도 않은 먼 산을 바라 보는 종석이 형의 눈빛에 그리움이 있어 보인다. 이번까지만 봐준다. 하지만 술 값 계산하면서 돈이 나가는 모습이 날 가슴 아프게 했다. 이단 옆차기 시험을 무척이나 해 보고 싶었으나 조국 때문에 참았다.
'우리나라 경로 사상이 쫌만 더 퇴색했어도 오늘 넌 죽었어 새꺄! 넌 경로사상이 강한 조국에 감사해야 돼.'

하숙집에는 열한시를 훨씬 넘어서 들어 갔다. 마루에는 아무도 없다. 주방 식탁은 치워져 있었고 어디에도 내 밥의 흔적은 없다. 다른 날 같으면 그냥 별 생각없이 다행이다하며 방으로 들어 갈 터인데, 오늘 현철이가 한 말 때문에 몹시 열을 받았다.

"쾅! 쾅!"
너도 함 당해 봐라. 그녀의 방 문앞에서 심하게 노크 한 번 했다가 문고리를 홱 돌렸다. 어라 돌아가네.
방안이 깜깜하다. 벌써 자나? 기척도 없다. 술도 먹었는데 불 못 켤소냐. 그녀가 어딜 갔을까? 아무도 없다.

"동엽씨 이 방이에요. 근데 숙녀 방을 그렇게 아무렇게나 열어도 되는 거에요?"
등 뒤에서 그녀의 음성이 들렸다. 고개를 돌려 보았다. 주인 아줌마의 방문을 반쯤 열고 그녀가 서 있다.

"그 방에 계셨어요?"
"엄마 짐정리도 좀 할겸. 내일부터는 이 방을 쓸거에요."
"곧 나갈거면서..."
"흠, 내 방 노크는 왜 했어요?"
"바...밥."
"밥 없어요."
"하숙 그만 둘거라더니 맞긴 맞나 보네요."
"네."
"나도 하숙집 구해야 되겠네요."
"그래야 겠지요. 밥 안드셨다면 라면이라도 끓여 드려요?"
"됐어요. 술 먹어서 머리가 아픈 관계로 그냥 자겠습니다. 잘 자세요. 안녕."

방으로 그냥 들어 와 버렸다. 하숙 그만둔다는 말과 나 나가야 된다는 말을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그녀 때문에 마음이 서글퍼 온다. 내가 뭘 바라고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고 자책하지만 그래도 내가 어머님 돌아가셨을 때 친 가족처럼 돌봤다고 생각하는데 나영이 너 참 날 섭하게 많이 한다. 에이씨, 잠이나 자자.

25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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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이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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