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사랑이야기 3부 (10)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절 두번 한 것이 힘이 들었을까? 뛰어 온 것 때문 에 힘이 들었을까? 하여간 오늘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이 들고 싶었다.
잠자리에 드는데 떠 오르는 모습이 있었다. 바로 우리 하숙집 그녀다. 오늘 그 녀의 모습이 조금 슬퍼 보였고 또한 사랑스러워 보였다. 아버지께 절 올리는 모 습에서 알 수 없는 감동도 있었다. 그녀가 준 넥타이가 마음 속 좋은 의미가 되었다. 확 그냥 좋아 해버릴까 보다.

다른 날 보다 일찍 잠이 들었었지만 일어 난 시간은 평상시와 별 다를게 없었다. 오늘도 그녀의 노크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밥 먹어요."
"몇 시에요?"
눈을 뜨지 못하고 일어나 정신이 없는 상태서 물었다. 10시라고 했다. 허허,
이 정도 시간에 그래도 아침을 꼬박 차려 주는 하숙집이 과연 몇이나 될까? 예전부터 쭉 생각해 온 것이지만 하숙집 하나는 잘 고른 것 같다.
그녀는 학생들이 아침을 먹고 난 식기들을 모두 설거지 한 다음 날 깨웠다. 식 탁 위가 깨끗한데 그녀는 오랜만에 작은 밥상 위에 아침을 차려 놓았다. 밥 그릇 이 두개인 것으로 보아 오늘 그녀와 마주 보며 아침을 먹겠다. 기분 좋다 뭐. 그 녀는 가스 렌지 위에 국을 데우며 서 있었다.

제사 상에 놓였던 부침개들이랑 생선들이 밥 상위에 올라 와 있다. 어제 제사상 음식들이 오늘 학생들 아침 식탁위에 놓여 졌다면 저런 모습으로 존재할 수 없었을 텐데 신기하다.
천천히 걸어 상 앞에 앉았다. 아직 싱크대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
"잘 잤어요?
"그럼요."
"어머님은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반찬 몇가지 만들고 국을 끓이시고는 조금 전에 다시 잠이 들었어요."
"오늘은 병원 안 가셔도 돼요?"
"오늘은 그냥 집에서 쉬시겠데요. 의사가 매일 올 필요는 없다고 했나 봐요."
"좋아지시나 보네요."
"흠."
옅은 미소로 답하고 그녀가 국을 떠 가지고 와 상 앞에 앉았다.

"제사 음식을 많이 한 것 같지는 않던데."
"왜요?"
"아침에 학생들 반찬은 따로 했어요?"
"네. 제사 음식 싫어요?"
"아니요. 귀한 음식들인데 싫기는요."
"학생들한테 제사 음식 줄 수 있나요."
"그럼 저는요?"
"늦잠 잤잖아요. 그리고 동엽씬 절도 했구요."
"하하, 나영씨 아버님 제산데 제가 절한 것이 좀 걸리네요."
"괜찮아요. 여자 혼자 절한 것 보다는 낫죠 뭐. 근데 어떻게 절 할 생각을 했어요?"
"그냥요."
"그냥? 그럼 기분 나쁘죠."
"그럼 아버님께 절 올리는 나영씨 모습이 고와서 그랬다고 생각하세요."
그녀가 눈을 제법 크게 뜨고 날 한 번 쳐다 보더니 밥 숟가락을 들었다.
"그랬어요? 혼자 절하는 내가 가엽게 보여서 절했다고 했으면 기분 상했을텐데 내 모습이 곱다고 그래서 기분이 참 좋네요. 이왕 기분 좋게 해준거 한마디만 더 해주세요."
"뭘요?"
"그냥 축하해, 한마디만 해 주세요."
"왜요?"
"그냥요."
"그럼. 축하해요 나영씨."
"감사."

그녀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수저를 들었다. 나도 들었다. 잘 먹겠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생각해 봤는데 그녀가 절 하는 모습이 솔직히 좀 가엽게 보이긴 했다. 우리 집안은 명절 날 큰댁에 가면 절하는 남자만도 일곱명이다. 여자는 차례상 차려진 방에 들어 오지도 못하는데. 제사라고 시집 안 간 딸 자식 혼자서 절 올리는 모습이 어떻게 가엽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 내가 먼저 밥을 다 먹었다. 국도 다 마셔 버렸고, 그녀는 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속도대로 조금씩 똑똑하게 씹어가며 식사를 하고 있다. 지금 일어 서면 뭐라 그러겠지. 그래 상 들고 갈 때까지 그녀 앞에 앉아 있자. 드디어 그녀가 밥을 다 먹었다. 상을 들고 그 긴 주름치마를 사박거리며 싱크대 앞으로 가는 그녀의 뒷 모습이 아까 그녀가 한 말 때문에 좀 가엽다.
그녀가 설거지를 하며 물 묻은 손으로 화장기 없는 얼굴에 내려진 머리를 쓸어 올린다.

그녀는 분명 예쁘다. 교사가 되었더라면 아침에 곱게 화장을 하고 정장을 입고 선 학생들 속으로 매일 외출을 하겠지. 저 정도면 분명 그녈 좋아하는 순진한 학생, 짖굿은 학생 참 많을 것 같다. 아무래도 치마하나 사줘야 겠다. 그런데 저렇게 수수해 보이니까 내가 그나마 말이라도 막 하지, 화장하고 좋은 옷 입고 하면 말 대꾸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왕 맘 먹은 거 사 줘 버리지 뭐.

"나영씨!"
"왜요."
"허리가 어떻게 되요?"
"그건 왜 묻는데요."
"치마하나 사게요."
"예?"
"허리 사이즈를 알아야 치마 사 줄거 아네요."
"정말 내 생일 선물 사 주려고요?"
"예? 저번부터 무슨 생일 얘기에요? 나영씨 생일이 언제 인데요?"
"오늘이요."

그녀가 설거지 하다 말고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방긋 웃었다. 오늘이 그녀의 생일이랜다. 무슨 아버지 제사 다음날 생일이냐. 아버님 돌아가시고 난 다음부터는 저 여자 생일 축하 제대로 받지 못했을 것 같다. 오늘 미역국 끓인 게 다 인것 같았다. 괜히 신경 쓰이네. 아까 그래서 축하해,라는 말 해 달라고 했던 거였구나. 지금까지 봐왔던 그녀라면 '오늘 내 생일인데 뭐 없냐?' 이럴 줄 알았는데 의외다.

"진짜 생일이에요?"
"네."
"생일이면 뭐 약속 잡힌 거 있어요?"
"아니요."
"그냥 평상시처럼 지나칠 거에요?"
"그래야겠죠 뭐.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다음부터는 그냥 내 생일 없는 셈 쳤어요. 아빠 제사 다음 날 딸 생일이라는게 좀 웃기죠?"
"좀 웃기네요. 나영 씨 생일날 가족 전부가 많이 울었던 적이 있었겠어요. 쩝."
왜 오늘따라 그녀가 자꾸 안되어 보이냐. 막 잘해 주고 싶어 진다. 그녀는 그냥 웃다가 다시 싱크대로 고개를 돌렸다.

"허리가 얼마냐니까요? 내 봐둔게 하나 있단 말이에요."
"됐어요. 말이라도 고맙네요."
"진짜 사 줄게요."
"근데 왜 하필 치마에요?"
"치마 싫어요?"
"싫진 않지만. 동엽씨 수준으로 사 온 것을 입을 수 있을런지 좀 의문이 드네요."
"예? 백수라고 보는 수준도 떨어 질거라 생각지 마세요. 섭하네."
"그래요? 예전엔 24사이즈가 맞았는데 요즘 좀 찐 것 같아서..."

뭐여. 지 허리 사이즈도 모른단 말여? 그건 그렇고 내게만 맘에 든 것을 사왔다가 그녀가 맘에 안들어 안 입는다면 괜히 돈 낭비만 하는 거잖아. 그녀하고 외출이나 해 볼까? 시장 같이 갈때도 기분 괜찮았잖어.
"같이 갑시다."
"어딜요."
"치마 사러."

11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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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이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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