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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3.29 21:09:20
백수의 사랑이야기 1부 (1) 1998년 9월 넷츠고 유머란에 연재된 이현철님의 글로서, IMF의 여파로 인해 많은 백수들이 생길때, 이 글이 통신상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받았습니다. 그당시의 추억을 떠 올리며 다시 한번 올리고자 합니다. ---------------------------------------------------------------------- 백수: 내가 단골로 이용하던 만화방집 주인이 바뀌었다. 어떤 삭막하게 생긴 아저씨가 가게를 보고 있었다. 저 아저씨하고 사귈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만화방아가씨: 드디어 꿈에 그리던 만화방을 차렸다. 만화도 보구 돈도 벌구 일석이조다. 어제 만화방을 삼촌에게 지키게 했더니 삭막한 놈들만 만화방에 와 있었다. 오늘부터 열심히 나의 이공간을 꾸며야지. 백수: 도저히 만화가 보고 싶어 안되겠다. 저번에 칼맞고 떨어진 그 새끼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 미치겠다. 만화방에는 젊은 아줌마가 지키고 있었다. 그때 그 삭막한 아저씨 마누란가 부다. 나이차가 엄청 많이 나 보인다. 담에 그 아저씨하고 친해지면 젊은 마누라 얻는 법이나 배워야겠다. 저 아줌마가 불쌍해 보였다. 만화방아가씨: 생각대로 만화책보며 돈을 버니 사는 보람을 느낀다. 내일은 오디오를 설치하고 클래식음악이나 틀어야겠다. 음악 속의 독서. 생각만해도 너무 낭만적이다. 오늘은 왠 백수같은게 불쌍한 듯이 날 쳐다봤다. 저자식이 왠지 한권책값으로 여러권 보는 부륜거 같은 느낌이 왔다. 단단히 감시해야지.. 백수: 만화방에서 왠 클래식..? 저 아줌마 옛날에 다방레지였던거 같다. 그럼 그때 그 아저씨는 기둥서방인가 부다. 저 아줌마가 가여운 생각이 들었다. 한권값으로 책 세권을 봤다. 오랜 경험에서 오는 빠른 동작이다. 저런 초짜 아줌마가 눈치챌리 없다. 만화방아가씨: 그 백수같은 자식이 또 불쌍한 눈초리로 날 쳐다봤다. 재수없다. 뭔가 이상한 짓을 하는거 같아 보이는데 단서를 못잡겠다. 백수: 만화방 아줌마가 음악을 들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다. 어찌 보면 이쁜거도 같다. 배가 고파 "여기 아줌마 라면 하나요.".라고 말했다. 그 아줌마가 졸라 열내며 "여긴 라면 안해요.. 아저씨.."라고 대받아쳤다. 안하면 안하는거지 화는 왜 내는지 모르겠다. 어제 기둥서방한테 대들다 맞았나부다..신경이 날카롭다. 내가 만화방경력 10년에 라면 안 끓여주는 만화방은 첨이다. 만화방아가씨: 자꾸 졸음이 온다. 디따 심심하다. 오늘 신간 올때까지는 할 일도 없다. 또롯또테잎 하나 사서 틀어야겠다. 단골 백수녀석이 날 아줌마라고 놀렸다. 아직 남자손 한번 못 만져본 수처녀한테 아줌마라니... 저 녀석 졸라 밉다. 내일은 화장하고 나와야겠다. 백수.: 주인 아줌마가 화장을 하고 나왔다. 좀 야리꾸리해 보인다. 남편되는 사람이 잠자리를 자주 같이 안 해주나 부다. 트롯트음악이 나오는걸루 봐서. 기둥서방이 제빈가 부다. 근데 왜 주인아저씨는 한번도 보이지 않는걸까.. 쥐포 천원치를 구워달랬다. 그 아줌마가 쥐포굽다가 손을 대었다. 단골집 주인이라 할 수 없이 옆 쌀집에 가 간장을 얻어다 발라주었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나? 아줌마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만화방아가씨: 그 단골백수가 내 이쁜얼굴을 보더니 눈이 개슴츠레해졌다. 역시 내 미모는 감출 수 없나부다. 그녀석이 쥐포를 구어달랬다. 독서하면서 뭐 먹는 녀석이 낭만이 있을리 없다. 디었다. 엄청 아팠다. 그 백수녀석이 간장을 얻어다 발라주었다. 진짜 황당한 녀석이다. 백수: 앗 오늘은 그 아줌마가 없다. 그때 삭막한 아저씨가 만화방을 보고 있다. 주기를 따져 보니 한달에 한번은 집에 들어오나부다.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때쯤 그 아줌마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 아저씨보고 삼촌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그럼 저 사람이 남편이 아닌가벼.. 주인 아줌마를 썩 쳐다봤다. 외출복을 입은 그녀가 오늘따라 섹시해보인다. 만화방아가씨: 오늘은 한달에 한번 있는 동창 곗날이라 삼촌보고 만화방을 봐달랬다. 좀 꾸미고 친구들과 만나 재밌게 놀았다. 만화방에 돌아왔을때 그 백수녀석이 나가다 말고 나를 이상한 듯 쳐다봤다. 마약 맞은 놈 같다. 백수: 오늘 큰맘먹고 아줌마한테 아줌마 진짜 라면 안돼요?라고 물었다. 아 실은 아줌마. 아줌마 맞아요.라고 물어봐야 했었는데.. 주인아줌마가 그랬다. 나 아줌마 아녜요. 라면도 안해요.. 신경질적인 답변이 왔다. 아줌마가 아니랜다. 기뻤다. 자세히 보니 무진장 예뻐보였다. 만화방아가씨: 그 백수녀석이 또 날 아줌마라고 놀렸다. 라면하구 원수진 녀석같다. 라면 안된다고 했는데 상당히 기쁜표정을 짓는다. 경계해야 될놈이다. 백수: 아침 문여는 시간에 그녀를 보러 만화방에 갔다. 금방 밥먹다 나왔나부다. 얼굴에 밥 풀이 묻어 있다. 이제는 그 모습도 귀여워 보인다. 그래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마도 난 그녀를 좋아하기 시작했나부다. 만화방아가씨: 백수녀석이 아침부터 밥도 못먹게 들이닥쳤다.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날 보고 실실 쪼갠다. 단골이라 뭐라 할 수도 없는 내 신세가 처량했다. 백수 :그녀가 오늘은 왠일로 치마를 입고 앉아 있다. 너무 뇌쇄적이다. 다리가 참 이쁘다. 이래선 안된다라고 마음을 달랬지만 자꾸 눈이 그녀의 다리로 간다. 앗 치마 안쪽에 빨간 속옷이 살포시 비쳤다. 오늘 밤 잠 못잘거 같다. 그녀의 빨간 팬티를 보았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가슴이 벌렁거려 만화가 눈에 들오지 않았다. 만화방아가씨: 오늘 왠지 치마가 입고 싶어졌다. 근데 게슴츠레한 그 백수녀석 눈빛이 떠올랐다. 쪽팔리긴 하지만 고등학교때 입던 빨간 체육복을 안에다 껴입었다. 백수 그녀석이 만화책보다 말고 벌벌떨면서 나갔다. 약기운이 떨어졌나보다. 2편에 계속... 기대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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