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사랑이야기 2부 (16)

자취생: 무슨 말을 할까? 갑자기 그녀를 보니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정말 그런데... 그녀가 먼저 인사를 해 주었다. 감격과 기쁨, 그 자체였다. 한여름 힘겨운 낮잠 속의 덧없이 애틋한 그런 꿈이 아니기를... 신이시여! 이것이 진정으로 꿈은 아닐런지요? 짐까지 들어준다고 했다.
긴장된 내 마음 옆으로 그녀가 내 가방을 들고 걷고 있다. 이고 있는 박스의 무게와 들고 있는 옷가방의 무게는 내 느낌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내 자취방에 너무도 빨리 오고 말았다. 아쉽다. 이제 그녀가 저 가방을 내려놓고 가버리리라. 근데 그녀가 무슨 생각으로 내방까지 들어올려고 했을까? 좀 황당하다.
무언가 고마움의 표시를 해야겠는데... 떡! 참으로 맛있는 우리엄마가 손수 해주신 떡이 있었다. 예전에 그녀도 그 떡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았다. 어머니 절 위해 이렇게 손수 떡을 만들어 주셨는데, 며느리한테 주신걸로 생각하십시오. 나도 이 떡을 참 좋아하지만, 에라 다 줘 버리자.
비록 내가 떡을 먹지는 못했지만 그보다 더 배가 부른 느낌이다.

만화방총각: 정경이를 부모님께 소개하고 싶은데, 자신이 없다. 정경이가 싫어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때문일까? 아니면 그녀가 결혼한 적이 있는 여자여서일까? 오늘 혜지씨는 덧없이 밝은 표정을 지으며 들어왔다. 훗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나보다.
"저.. 혜지씨?"
"예?"
"제 글 좀 한번 봐주시겠어요." 난 좀 어색한 표정으로 공책을 보여주었다.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 어떡 하나하는 생각때문이었다. "예? 아. 그 소설 다 쓰셨나봐요?" 별로 망설이지도 않는다.
"제가 다시 읽어보고 어색한 부분 있으면 체크해줄까요?" 후후.
정경이의 음반점에서 그녀의 모습에 내 마음을 들여다 보았다. 괜한 망설임을 하고 있지나 않나 해서다.

백수아가씨: 이병씨가 만화방을 나가기까지 떡봉지를 꺼내 놓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꺼내놓고 먹어보라고 말했을테지만, 왠지 주기가 싫다. 나만 먹고 싶었다. 이병씨가 그때 내 맘을 아프게 했던 공책을 조심스럽게 읽어보라고 주었다. 그래 내가봐도 수정해야 될 부분이 많아 보였다. 다시 그 공책읽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줄 알았는데, 다시 설레이는 맘 때문에 쉽게 받아 드릴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설레이는 마음은 이 공책의 주인때문이 아니었기에...
주위 눈치를 살피며 떡을 몇개 꺼내 먹었다. 요조숙녀라 자부했던 내가 이게 무슨 꼴이냐? 꼭 달빛에 뭘 훔쳐먹는 도둑고양이 모습이다. 녀석이 안온다. 올 것 같았는데...

자취생: 방안에서 짐정리를 했다. 시간이 조금 흘렀다. 만화방에 가야지. 조금 전에 그녀를 보았는데 지금 가면 너무 이르고 또한 티내는거 같다. 한 삼십분만 있다가 가자. 내려갈 때 개고 간 내 이불 위에 등을 붙였다. 아까의 일들이 나를 설레게 하고 있었다.
그녀와 난 손을 잡고 있었어요. 그녀는 어린 소녀의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며 웃었습니다. 주위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무릎밖에 오지 않는 시소와 내 키보다 작은 그네였지만 우린 그걸 재밌게 타고 놀 수가 있었습니다.
일어나니 밤 8시가 넘었다. 몽롱하고 아련하다. 좀 피곤했었나보다. 야이 바보야. 오늘이 그녀와 길게 대화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는데... 옆에 먹을게 많아서 나를 용서했다.

만화방총각: 밤에 손님이 있었지만 정경이에게 전화를 해 긴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와의 전화를 끊고 만화방문을 닫을 즈음 전화가 왔다. 아버지였다. 어디다 전화를 하느라 그렇게 통화중이었냐고 물으신다. 만화방경영하는게 싫냐고 물으셨다. 또 새해가 되면 아버지회사에 같이 나가는게 어떻겠냐고 말씀하셨다. 망설여진다. 이제 이 만화방에 정이 들고 있는데... 다음에 얘기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백수아가씨: 집에 와서 나갈 때보다 풍성해진 종이가방때문에 우리 어머니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하시었다. 결국 떡을 발견하셨다. 우리 아버지 저녁도 마다하시고 그 많던걸 다 드실려고 한다. 악착같이 붙어 한접시 얻어 왔다. 만화방에서 먹은 것까지 쳐도 서너개 밖에는 먹지를 못했다. 지금 접시에는 작은 꽃떡 십여개가 남아 있다.
먹음직스럽다. 그러나 녀석생각이 났다. 녀석의 어머님이 자식 줄려고 정성들여 만드신 것 같은데, 그리고 녀석이 가지고 온 떡을 모두 준 것 같았다. 입맛만 다시고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이병씨가 적은 공책을 읽어보았다. 몇장 찢겨져 있었다. 상당히 유치할 줄 알았는데 결말부분으로 갈 수록 차분해지면서 애틋한 감도 없지 않다. 물음표 지워진 내 이름과 느낌표가 여러개 찍힌 정경씨의 이름을 보았다. 이건 모르고 찢지 않았나보다. 어색한 부분에 줄을 그어주고 몇자 적어주었다. 그리고 또한 글자 틀린 부분도 수정해주었다. 근데 이 소설을 왜 지었을까?

자취생: 일어났다. 상쾌하기 그지 없다. 아침에 굶지 않아도 될 먹을 것이 있고, 또한 그리운 사람이 근처에 있다. 힘차게 밖으로 나와 찬 공기 속에 운동삼아 날라차기 한번했다. 하하. 꽁꽁 언 길바닥 위에서 한 것이지만 넘어지지 않았다. 그처럼 내 맘이 날고 있었다.

만화방총각: 단골녀석이 아주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점심 먹고 바로 왔나보다. 휴지를 주며 얼굴에 묻은 음식자욱을 지우라고 했다. 녀석은 항상 즐거운 모습이다. 그래 밝은 모습이 가히 보기 좋다.
3시까지 기다리기가 그렇다. 그래 이 녀석이 혜지씨 친구라고 했지. 어짜피 혜지씨 올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혜지씨 올 때까지만 만화방을 부탁하고 그 녀석 시간표에 시작시간을 3시로 해주었다. 한시간 가까이 면제해준 셈이다.
정경이에게 갔다. 그녀도 밝은 모습이다. 정경이의 이 밝은 모습을 평생 보고 싶다. 그녀는 카운터에 앉아 있고. 난 그의 옆에 앉아 있다. 분위기 좋은 음악도 흐른다. 내 마음이 점점 굳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언제 한번 부모님께 소개시키자.
"정경아."
"응?"
"부모님이 자꾸 선보라고 그러는데 어떡하지?"
"뭘?"
"자꾸 선보라고 그런다니까?"
"봐라."
'우쒸. 으이그 내 맘도 모르는 여자야.' 오늘은 그냥 돌아 갈랜다.

백수아가씨: 아하 춥다. 만화방문을 열었다. 따뜻한 공기가 탐스러웠다. 안녕하.. 어라? 저 녀석이 왜 카운터에 앉아 있지? 뭘 빤히 쳐다보냐? 내가 왔으면 벌떡 일어나야지. 쿠쿠 멀뚱 멀뚱 쳐다보는 녀석의 모습에 유치원 앨범 그 꼬마가 생각이 난다. 녀석이 안녕하시오.라고 말하고선 지자리를 찾아갔다. 내 자리를 되찾았다. 짐정리를 했다. 이병씨가 준 공책은 옛날 있던 자리에 넣고, 뜨개질 도구는 그 한쪽 옆으로 놓았다. 자리가 참 따뜻하다.
들고 온 접시의 랩을 걷어냈다. 녹으면 어제처럼 쫀득해지겠지. 쿠쿠 녀석 오늘은 어인일로 나보다 일찍왔냐...
뜨개질을 했다. 떡이 빨리 녹아야 녀석한테 갖다 줄텐데... 녀석이 또 자버리면 어떡하지?
"이거 드세요. 어제 그 쪽이 준 떡이에요."
"예? 아. 맛이 없던가요?" 녀석이 날 올려보더니 물었다. 별로 못먹어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참 맛있게 드시더라.
"아네요. 맛있었어요."
"그럼 혜지씨가 드시지..."
"아니에요. 집에 가면 아직 남아 있어요."
"그래요. 그럼 감사히..."
그가 떡을 하나 입에 넣고선 아직 그 앞에 서있는 날 올려보았다.
"에 그래도 이거 한개만 드셔볼래요?"
그가 이수시개에 꽂아 하나 건네었다. 주위에 사람들이 몇명있었지만 난 그걸 입으로 받아먹었다.
한번 얼었다가 녹아진 떡이었지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내 자리에 앉아 녀석을 바라보았다. 그 조그맣던 녀석이 이제는 나보다 훨씬 커버린게 신기했다. 떡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녀석의 목을 보며 지금 짜고 있는 목도릴 들어 대보았다. 후후 어울릴 것도 같다.

자취생: 오늘은 다른 날보다 상당히 일찍 만화방으로 갔다. 만화방아저씨가 대뜸 날 보더니 휴지를 준다. 아까 먹었던 우리엄마의 생김치 때문에 입 주위에 벌겋게 뭔가 묻어있었다. 고맙군. 다음에 내 사례를 하지. 만화방을 봐 달라고 했다. 혜지씨 올 때까지만... 신났다. 혜지씨가 앉던 자리에 앉았다. 하하. 그녀가 오면 무슨 말을 하지? 곰곰히 생각을 해보며 즐거워 했다. 그러나 그녀가 나타났을 때 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떡을 건넸다. 맛이 없었나? 얼마나 맛있는데! 하나 먹어보니 그렇게 느낄 수가 있었다. 안먹어보았나? 이 맛을 확인시켜 주고 싶어 하나 건넸다. 손으로 받을 줄 알았는데, 입으로 받았다. 허허 이럴 수가...
너무 오래본거 같다. 아무리 그녀가 좋다지만 일어설 때는 일어서야지.
티켓을 건네고 계산을 할려고 그녀 앞으로 갔다.
"벌써 가시게요?"
"예? 두시간도 훨씬 넘게 봤는데..."
"아. 그러세요. 티켓은 3시에 온걸로 되있는데..."
"에이 두시도 안되서 왔단 말이에요. 자기 올 시간에 맞춰서 온게 아니란 말이에요."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호호. 나 잘 모르죠?"
"예?"
"내가 누군지 모르겠죠?"
"예? 이름이 혜지란 건 아는데요. 에..나이도"
"아니에요. 천오백원만 주세요."

17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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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이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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