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사랑이야기 2부 (7)

만화방총각: 혜지씨한테 만화방을 맡겨놓고 이틀전처럼 정경이의 음반점앞으로 가보았다. 그때처럼 정경이는 카운터에 앉아 있다. 오늘은 날씨가 많이 춥다. 아직 눈의 주검들이 낙엽위에 썩지않고 존재하고 있다. 추워서 나도모르게 음반점에 들어가고픈 용기가 생겼다. 음반점으로 들어갔다. 정경이의 시선을 피하며 음반을 찾았다. 또롯토시디를 들추면서 유식한척 "바그너의 지게우너웨젠을 찾는데요."라고 말했다. 그녀가 웃으며 "혹시 지고이네르바이젠아네요? 그건 독어라 그렇게 읽어야하는데..."라고 말한다. 조금 쪽팔린다. 고개를 그녀한테 돌렸다. "어머? 너 이병이 아냐?" 그녀가 날 알아보며 반가워했다. 다알고 찾아왔으면서도 난 애써 우연인것처럼 가장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난 취직은 못하고 여기서 멀지 않는 곳에 도서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혼한 것을 알고 있지만 모르는척 결혼생활에 대해 물었다. 이혼했다고 순순히 말했다. 얼굴을 무겁게 바꾸고 사정을 물어보았다. 그냥 성격차이라고만 말했다. 그냥 성격차이라...? 멀지 않는곳에 있으니 시간나면 다시 놀러오겠다고 인사하고 만화방으로 돌아왔다. 만화방에는 다른날보다 손님이 많다. 대부분 이근처 대학생들같았다. 손님들 많은건 혜지씨 영향이 큰거 같다. 아버지힘 안빌리고 내돈으로 책낼수 있을거 같은 느낌이 팍온다. 오늘 정경이도 만나고 장사도 잘되고 기분이 좋다. 혜지씨의 모습은 언제나 밝다. 그리고 몰랐는데 상당히 미인이다. 그래서 왠지 옆에 있기가 쑥스럽다. 웃으며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솔직히 힘들진 않을것이다. 오늘은 그만 가보고 내일보자고 했다. 그녀는 나 없을때 손님들 들어온거에 대해 설명해준다. 그녀가 집으로 갈려고 하는걸 잠시 불러 세웠다. 먹을거 싸온거. 잠깐 기다리라 해놓고 집에서 싸준 음식과 과일들을 그녀에게 나눠주었다. 힘들더라도 꿋꿋하게 생활하라는 말도 해주었다. 혜지씨가 갸우뚱거리더니 잘먹겠다며 받아갔다. 그래 자취생들한테는 먹을거 주는게 제일 좋은 선물이지. 그녀가 나가고 얼마 안있어 만화방손님들이 떼거지로 나갔다. 만화방에는 이제 다섯명도 안남았다. 그리고 잠시뒤 그 만화무지하게 좋아하는 녀석이 들어왔다. 손에는 비닐봉투가 뭔가 푸짐하게 담겨 있는듯 들려있다. 그가 나를 아래위로 한번 .었다. 그의 모습은 재밌다.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주었다. 그가 내 인사를 받더니 여기있던 아르바이트생은 어디갔냐고 묻는다. 집에 갔다고 그랬더니 약간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들고 있던 비닐봉투를 나한테 맡겼다. 아까 내가 혜지씨한테 준양보다 훨씬 많은 음식과 과일들이다. "아저씨도 좀 드시고 여기 아르바이트하는 아가씨한테도 나눠주세요. 안녕히 계세요."그리고 쏜살같이 밖으로 나가버렸다. 어라. 혜지씨 아무래도 어렵게 자취생활하나보다. 여기저기서 도와줄려고 하는걸 보니. 저녀석 혜지씨 친군가보다. 그래 저녀석 계속 혜지씨하고 같은 시간에 그녀의 옆에서 만화책을 봤었지... 별말이 없길래 모르는사인줄 알았는데.. 오늘은 기분이 맑다. 정경이와도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었고 만화방수입도 늘었다. 기분좋게 소설이나 쓰자.

백수아가씨: 손님들이 많이 들어왔다. 그래도 힘들진 않다. 이병씨는 저녁무렵에 돌아왔다. 오늘도 별말안하고 집으로 가란다. 상당히 무뚝뚝한 남정네다. 엄한 집안에서 자랐나보다. 집에 갈려는데 이병씨가 먹을걸 이만큼 싸준다. 먹을거 주는건 좋은데 왜 힘들더라도 꿋꿋하게 살라는 당부를 했을까? 내가 백순걸 아나보다. 좀 씁쓸하군. 봉지안을 보니 나한테 제법 도움이 되겠다. 숨겨놓고 나만 먹어야겠다. 또 엄마가 아침부터 쌀사오라고 하면 한번쯤 배째라 그래야겠다. 집에 갔더니 엄마가 왠일로 20킬로짜리 쌀가마니를 하나 사다 놓으셨다. 20킬로짜리는 들고오기도 그렇고 배달도 안되는데... 어떻게 들고 왔을까? 착한 총각이 조금 거들어주었다고 했다. 훗. 또 엄청 불쌍한 표정지으시며 그 총각을 쳐다보았나보다. 우리어머니... 엄마께서 빨래걷어오라고 시켰다. "엄마! 제발 내 브래지어좀 보이는데 말리지마!" 오늘밤에는 과일로 간식도 먹고, 기분이 좋다. 날씨가 엄청추워졌다.

자취생: 작전구상중이다. 공부열심히하라던 아버지의 당부는 잊은지 오래다. 어떡하지. 어제 나의 날라차기 덕분에 찌그러진 박스로 눈길이 갔다. 행복하다. 먹을게 바로 손닿을곳에 있다는것은... 행복하다? 그래 그거다. 박스를 열어보았다. 아직 푸짐하게 먹을게 남아있다. 비닐봉지에 사과한개와 귤한개를 넣었다. 아무래도 초라하다. 떡을 옮겼다. 그래도 불안하다. 바나나 한묶음을 옮겼다. 사과두개와 귤다섯개를 또 옮겼다. 켄으로 된 햄도 옮겼다. 그렇게 옮기다보니 내 박스에는 오늘 아침에 먹고 남은 고기와 김치박스밖에 없다. 그래 이정도면 되겠다. 다시 만화방으로 갔다. 이미 혜지씨는 퇴근을 했다. 만화방주인이 웃으며 나를 맞아주었다. 그의 웃는 얼굴이 여자들이 좋아할 것 같은 반반하고 밝은 모습이다. 자세히보니 나만큼 잘생긴거 같다. 이놈이 제일 요주의 인물인거 같은 느낌이 왔다. 주고 싶지 않았지만 들고온게 상당히 무거웠다. 아저씨는 먹지말고 그녀만 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예의상 조금드시고 그녀한테도 나눠주라고 했다. 아찌는 쫌만 먹어. 아까와는 다르게 만화방에 손님이 별로 없다. 그녀도 없는데 만화책은 무슨. 인사를 하고 바로 집으로 왔다. 내일 아침은 남은 고기 구워먹으면 되지만 또 다음날부터는 굶는 생활이 되겠군. 내일 올때는 라면이나 사와야겠다. 아까 쌀아줌마가 준 박카스랑 초코파이도 괜찮던데... 그거나 사다놓을까?

만화방총각: 다시 새로운 날이 밝았다. 점심때가 되어간다. 배도 고프고 무료하다. 오늘은 소설은 많이 썼다. 만화무지하게 좋아하는 녀석이 준 떡을 먹고 있다. 조금만 먹을려고 했는데 맛있다. 자꾸 손이간다. 인절미랑 꽃떡이랑 종류도 제법많다. 이제 점심은 안먹어도 될정도로 배가 부르다. 떡을 그래도 조금 남아 있다. 다른 접시에 깨끗하게 담았다. 얼마안있어 혜지씨가 출근했다.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혜지씨. 사랑스러운 여자다. 오늘도 정경이의 음반점을 가야겠다. 접시의 떡 혜지씨 친구가 주었다며 먹으라 그러고 카운트에 있는 봉지속 먹을것도 친구가 준거라며 가져가라고 했다. 혜지씨한테 만화방을 맡기고 나올려고 준비하는데, 어제처럼 손님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음반점으로 향하다가 멀리서 달려오는 녀석을 보았다. 저녀석 언제한번 이름이 뭔지 물어봐야겠다.

백수아가씨: 만화방에 출근하니 이병씨가 내친구가 주었다며 떡을 준다. 내친구? 그가 누군지 궁금했지만 떡은 무진장 맛있다. 얼마 안있어. 녀석이 들어왔다. 내가 떡먹는 모습을 보더니 대뜸 물었다. "그걸 다 먹었어요?" 저녀석 무슨말 하는거야? 어쭈 저녀석 이제는 나한테 말을 자연스레 건다. 날 언제 봤다고. 모른척 쌀쌀하게 물었다. "저기. 나 알아요?" 근데 얼굴색하나 안변하고 "모르는데요."그러며 시간티켓을 받고 자기가 잘 앉던 자리로 가버렸다. 뭐야 저녀석? 그가 만화책을 보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여기. 라면하나요!" 그 순간 만화방 모든이의 시선이 그녀석한테 집중되었었다.

자취생: 만화방에 가니 그녀가 내가 준 떡을 먹고 있다. 우리엄마 떡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만드시는데.. 조금 남겨 둘걸 그랬다. 쩝쩝. 접시가 거의 비워져 있었다. 먹고 싶어서 그랬을까? 괜히 말걸고 싶어서 그랬을까? 한마디 했다. 나 알아요? 그래 잘 모른다. 그게 무슨 문제냐. 그리고 이제 그런말 너무 많이 들어서 대수롭지도 않다. 나도 한때 눈만 마주쳐도 저여자가 나한테 관심있는줄 알고 말걸든 때가 있었거든. 그때 그말을 참 많이도 들었지. 그나저나 오늘도 늑대들 투성이다. 배가 고파 라면하나를 주문했다. 그녀가 끓여 주겠지. 왜 진작 이생각을 못했을까? '우웩. 이것도 라면이냐. 그 주인아저씨하고 막상막하다. 햐. 이렇게 라면을 못 끓이냐. 두사람다 내가 교육좀 시켜야겠다.' 근데 이녀석들 뭐야. 저기도 라면. 여기도 라면. 라면 주문이 쇄도한다. 아무래도 잘못 주문했나보다. 그녀가 힘들것 같다.

8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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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이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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