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천안시 안서동

성거산계곡신부동의 복잡한 아파트 숲과 숨이 막힐 것 같은 차량행렬을 뒤로하고 입장방면으로 달리다 오른쪽 백석대학으로 들어서는 길목으로 발길을 돌려 10여분을 가다보면 안락한 저수지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바로 문암저수지.

천안 인근에 이토록 고요함이 느껴지는 저수지가 있었나 싶게 세월의 낚시를 드리우고 있자면 세상만사 걱정될 것이 없을 듯한 운치가 그곳엔 있다.

이곳 주민들은 문암저수지를 일컬어 <물 반 고기 반인 곳>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수질이 좋은데 문암저수지는 1급수로 맑은 물에서만 산다는 빙어가 낚싯대에 걸려 찬란한 은빛을 드러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낚시 기술이 전혀 없는 사람일지라도 낚싯대만 드리우면 월척을 낚을 수 있다는 문암저수지에는 빙어처럼 작은 물고기부터 대표적 민물고기인 붕어는 물론 팔뚝만한 잉어와 향어까지 다양한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다.

등뒤에서 불어오는 살랑이는 산바람에 몸을 맡기고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낚싯대를 벗삼아 도란도란 애정을 싹틔우고, 조용히 미래를 설계하고픈 사람들의 쉼터로 전혀 손색이 없는 문암저수지는 그 오른쪽 위치한 성거산 덕에 더욱 그 값어치가 빛나는 곳이다.

지칠만큼 낚시를 하다 청아한 물소리가 손짓하면 그곳 문암저수지 오른쪽으로 나있는 조금은 험준한 성거산 자락 계곡길을 따라 올라보자. 얼마안가 다리 펴고 편안히 쉬었다 갈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이 반길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 성거산을 유왕계곡 혹은 어댕이라고 부르는데 계곡을 따라 20여분 가량 오르면 우물과 함께 널브러진 기와들이 있어 이곳이 절터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알아본즉 2년 전까지만 해도 유왕사라는 단아한 절이 있었으나 절을 지키던 보살님이 작고한 후 유왕사는 사라지고 절터엔 탐스러운 밤나무와 감나무만이 옛날을 회상하며 유유자적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단 이곳을 찾으려면 몇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이곳에는 먹을거리가 별로 없다. 성거산 중턱에 슈퍼가 하나 있을 뿐이므로 요기 할 수 있는 음식 등 필요한 물건은 미리 챙겨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워낙 숲이 우거져 쉴 수 있는 곳들 대부분 늘 축축한 습기가 올라오므로 돗자리 준비는 필수. 아직은 사람의 발길이 뜸해 조금의 불편만 감수한다면 낚시와 등산을 겸하기에 더없이 좋은 문암저수지와 성거산은 언제나 넉넉히 우리를 받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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