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처세술] 조조와 유비, 영웅을 논한다.  

한 번 배신한 자는 반드시 또 배신한다  

한나라 흥평 원년(194년), 유비는 서주의 도겸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었다. 유비의 인품에 매료당한 도겸은, 임종에 즈음하여 영토를 양도할 것을 유언하였으며, 그 덕분으로 유비는 수고로움 없이 서주의 영주가 되었다.  

그 무렵, 서주의 동남방 일대에 세력을 펼치고 있던 것이 원술이었다. 원술은 전국 옥쇄의 반환 문제로 강남의 손권과 대립하고 있었다. 전국의 옥쇄를 손에 넣은 원술은 제위에 오르기로 결의하고, 그 일을 위하여 영토를 대대적으로 확장할 계획을 세웠다. 그 첫번째 시작으로 서주로 눈을 돌렸다.  

한편, 극악 무도한 동탁을 살해한 여포는, 그 공적과 용맹성으로 친다면 어디를 가나 당연히 환영을 받아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각지의 군벌이나 영주들이 상대를 해 주지 않아 몹시 애타는 심정으로 각지를 유랑하고 있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벗이 되는 일이 전국의 난세에서 흔히 있는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양아버지와 주군, 두 사람을 살해한 여포의 절개없는 행각에 대해서는 야망에 불타고 있는 군벌들도 정떨어져 하고 있었다.  

그 여포가 애첩인 초선과 얼마 안 되는 부하들을 데리고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이 서주의 유비였다.  

"유비님, 나도 당신도 시골 출신으로 특별한 후원자도 없이 고군 분투를 계속해 왔소. 나는 동탁을 살해하여 의로운 군인으로서 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관동 지방의 여러 장군들은 차갑게 대할 뿐이라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소. 여기에서 당신을 만나게 되어 이렇게 기쁠 수가 없소. 좀 어떻게, 나를 당신의 진영에 넣어주지 않으시겠소."  

하며, 여포는 타고난 교만성과는 달리 유비에게 머리를 숙였다. 유비도 내심으로는 여포의 무절조를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기는 했지만, 이 야수 같은 녀석을 적으로 돌려 놓으면 득이 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건을 맞추어서 식객의 한 사람으로 집어 넣었다.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여포의 강함은 발군인 점이 있다. 일단 유사시에는 무언가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포용력이 큰 유비는 가볍게 생각한 것이었다.  

그런데 유비의 의도는 완전히 빗나가서, 한 조각의 절조도 없는 이 야수에게 호되게 손을 물리게 되었다.  

한나라 건안 원년(196년), 수춘(지금의 양주)에 본거지를 둔 원술이 서주로 침공해 왔다. 유비는 관우와 장비를 이끌고, 지금의 회음에 포진하여 원술군과 싸웠다. 유비군이 의외로 강한 데에 속이 탄 원술은 여포에게 밀서를 보내어 내통하기를 원하였다. 그 사례로서 좋은 쌀 20만 석을 증정하겠다고 제시하였다. 여포는 덩실거리며 기뻐하여, 식객의 신분임도 망각하고 유비의 본거지인 하비성을 급습하여 그의 가족들을 인질로 잡아 두었다. 앞뒤로 적을 맞게 된 유비는 하는 수 없이 여포에게 항복을 요청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런데 여포 쪽에도 착오가 생겼다. 원술이 약속을 안 지킨다는 것은 옥쇄 사건에서도 증명되고 있듯이, 아니나 다를까, 원술은 약속한 좋은 쌀을 보내오지 않는 것이었다.  

"저 사기꾼놈! 감히 나를 배반하다니."  

자신이 배반하는 일의 상습범인 것을 잊어버리고, 여포는 불같이 노하여 화풀이 삼아 부대를 보내서 유비를 맞아들여 소패에 주둔하는 것을 허용하였으며, 여포 자신은 서주의 태수가 되었다. 결국 유비는 사람이 좋은 탓으로 '행랑채를 빌려주었다가 안채까지 빼앗긴' 셈이 되고 말았다.


대망을 품었거든 경거망동하지 말라
  
어찌할 방법이 없어진 유비는 허도에 있는 조조의 힘을 빌리기로 하였다. 원래 폭군이기는 했지만, 모든 일에 분명한 사리파단으로 일관하는 조조는 여포와 같이 무절조한 사람을 대단히 싫어 하였다. 영락하여 초라해진 유비의 일행을 조조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때, 중신인 정욱이 반대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여포나 원술은 하찮은 무리들이어서, 내버려 두어도 저절로 멸망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유비는 방심할 수 없는 인물입니다. 장래에 반드시 주군님의 무서운 적수가 될 것입니다. 죽이려면 바로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조조는 정욱의 의견을 물리치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다만 한 사람이라도 영웅이 필요한 시대이다. 나를 의지하여 찾아온 영웅을 죽인다면 천하의 웃음꺼리가 될 것이다."  

건안 3년(198년), 조조는 호북성의 장수를 멸망시키고, 그 여새를 몰아 남서쪽으로부터 서주를 공격하여, 드디어 숙적인 여포를 죽였다.  

허도에 돌아오자 조조는, 유비를 좌장군으로 임명하고 이전보다 더 유비 형제들을 후대하였다. 그 무렵, 각지에 정보원을 파견하고 있던 조조는 원술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였다. 지금까지 손책, 조조, 유비, 여포 등과 싸워온 원술은 정세가 도무지 호전되지 않는 것에 싫증이 나서, 본거지인 수춘을 포기하고 서주를 지나 사촌형인 원소에게 몸을 의탁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정보를 분석한 결과, 조조는 유비를 총대장으로 삼아 원술의 북상을 저지하기로 했는데, 그러나 결과는 어이가 없이 되어버렸다. 싸우기도 전에 원술이 서주를 눈 앞에 두고 진중에서 죽고 말았던 것이다.  

조조는 산동, 하남, 안휘, 호북 등, 각지에 걸쳐 광대한 지역을 영유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영토, 인구, 경제력, 군대의 정예함과 강도, 인재 등등으로 보아 그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원소 한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이처럼 조조는 헌제를 받들어 내외에 빛나는 실적을 올리고 있었는데, 반면에 이러한 성공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권력과 간사한 아부로 사람을 구슬리고 억누르는 조조와 같은 독재자는 결국 자기 편이 천명, 적이 천 명이다. 특히 황제와 옛 신하들의 눈으로 보면 조조도, 동탁도 모두가 본질적으로는 다를 것이 없는 역신에 불과한 것이었다.  

유비가 원술을 정벌하기 위한 출발 준비에 분주한 무렵, 헌제는 처남이 되는 차기장군 동승을 접견하고, 작별할 때에 자신의 허리띠를 풀어서 동승에게 주었다. 실은 이 허리띠 속에 조조를 암살하라는 밀서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 밀서에 감동한 동승은, 몰래 동지들을 규합하여 조조를 암살할 준비를 추진하고 있었다. 그가 기대한 근황(勤皇 나라와 황제를 위해 몸을 바쳐 일함)의 지사 가운데에는 한나라 황실의 혈통을 잇는 유비도 포함되어 있었다.  

도읍에서의 불온한 움직임을, 정보 기관을 쥐고 있는 조조가 모를 리 없었다. 그처럼 상태가 심상치 않은 무렵의 어느 날, 유비는 조조로부터 회식을 하자는 초대를 받았다. 설마 조조가 자신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는 줄은 전혀 모르고 선뜻 그 초대에 응하였다. 조조는 유비의 얼굴을 보자마자,  

"현덕님, 요즈음 당신이 있는 곳에 여러 사람들이 출입을 하고 있는 모양이던데, 무슨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조."  

"....."  

조조의 의도를 잘 알 수 없었으므로, 유비는 얼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조조는 넓은 정원에 면해 있는 정자에서 유비에게 술과 안주를 권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날씨가 이상하게 변하여 검은 구름이 퍼져왔다. 그러자 조조는 검은 구름에서 용을 연상하였는지,  

"그런데 현덕님, 저 검은 구름을 보시오. 저 구름 속에는 반드시 용이 있을 것이오. 하늘을 나는 용을 인간으로 비유한다면, 천하를 다투는 영웅 호걸과 같은 것이지요. 당신은 여러 지방을 두루 돌아 다녔으니 많은 영웅들을 알고 있겠지요. 당신이 보아 장래에 천하를 잡을만한 영웅은 누구겠소."  

유비의 입장으로 보면, 가장 방심할 수 없는 상대가 바로 눈 앞에 있는 인물이지만, 조조의 흉중을 좀체로 알 수 없었으므로 무심히 본심을 말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말을 안할 수도 없었으므로, 원소, 원술, 손책, 유표 등의 이름을 들어 보았다. 조조는 유비가 열거하는 이름들을 일소에 부치며,  

"그런 무리는 들먹일 필요도 없소. 영웅이란 가슴에는 큰 뜻을 품고, 뱃속에는 큰 계략을 숨기고, 하늘을 감쌀 기개와 땅을 삼키는 기량이 있는 사나이요. 지금 천하의 영웅이라 하자면..."  

거기에서 잠깐 사이를 두고 유비를 응시하다가 손가락으로 유비를 찌르듯 가리키며,  

"결국, 당신과 나뿐이오."  

요리에 손을 대려던 유비는 섬뜩해져서 엉겁결에 젓가락을 떨어 뜨렸다.  

그 순간 굉음을 내며 천둥이 울렸다.  

"이것, 참으로 실수를 했소. 저는 천둥에는 아주 약해서 추태를 보였군요."  

유비는 그렇게 말하며 그 순간을 적당히 얼버무렸다.  

"아니, 천하의 영웅도 천둥을 무서워 하시오."  

조조는 입을 크게 벌리고 너털웃음을 웃었다.  

"현덕님, 당신은 대망을 품어신 몸, 소인들의 꾀임에 빠져 대국을 그르치지 마시오. 우선은 원술을 정벌하는 일이나 잘 하도록 하시오."  

그 후에도, 유비는 동승을 비롯한 동지들과 조조의 암살 기회를 노렸으나 실행으로 옮기기 전에 전선으로 출발하였다. 결국 그가 없는 사이에 모반의 계획이 발각되어 동승의 동지들은 전원이 처형을 당하고 말았다. 서주에 들어간 유비는 쿠데타 계획이 실패했다는 것을 듣자, 공공연히 조조에게 반기를 들었다. 그 이후, 유비는 허도로 돌아가지 않고 이전의 근거지였던 소패성에 주둔하면서, 조조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살피고 있었다.  

예전부터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요소의 하나가 자도자가 벌이는 정보 활동의 교묘함과 졸렬함이다. 고대의 가장 권위있는 병서 <손자>는 특별히 '용간(用間)'이라는 편을 만들어 전적으로 정보 공작을 논하고 있다.  

'상대를 알고 자기를 안다'는 것은 병법의 기본이며, 그를 위해 톱이 된 자는 노력과 비용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현대의 기업 전략에 있어서도, 정보 공작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1980년대 전반에 첨단 기술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에서 발생한 기업 정보 누설에 관한 소송 사건은, 미국 첨단 기술의 경영자들이 기업정보의 수집과 방위에 얼마나 진지하게 매달려 있는가를 말해주고 있다. 권력을 쥔 자와 제자리를 얻지 못한 유랑자라는 처지의 차이는 있지만, <삼국지>와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이 사건은, 정보 공작에 관해서 조조가 유비보다 한 수 위에 있었음을 잘 말해 주고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처세술을 삼국지의 조조, 손권, 유비를 통해 알아본다. 여기에 잇는 자료는 "삼국지를 읽으면 사람이 보인다 (松本一男 지음, 이주영 옮김, 이목출판, 1995년 12월 10일 초판발행, 6,000원)" 에 나오는 자료로서 독자 여러분들은 이 책을 한권 구입하여 자기의 가까운 곳에 놓아 두고 자주 읽어 봄으로써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처세술을 익히기 바랍니다.>


소설 三國演義
第001 - 019回 桃園結義, 除董卓, 三讓徐州, 斬呂布
第020 - 038回 煮酒論英雄, 千里走單騎, 滅袁紹, 三顧茅廬
第039 - 059回 長板坡, 赤壁之戰, 三氣周瑜, 戰馬超
第060 - 080回 入西川, 逍遙津, 取漢中, 失荊州, 魏蜀稱帝
第081 - 105回 彝陵之戰, 七擒孟獲, 六出祁山,
第106 - 120回 九伐中原, 破西蜀, 三分歸一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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