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권처세술] 손견, 옥쇄를 독점하다  

'벌 閥' 의식의 폐단을 극복  

한나라의 중평 원년(184년), 손견이 28세 때, 황건의 난이 일어났다. 그때, 하비현의 부지사였던 손견은 조정의 명령에 따라 토벌군에 참가하여, 우장군인 주준군의 부대장으로 임명되었다. 황건적의 평정에 손견은 눈부신 무훈을 세웠다. 특히, 출신지인 강남에 가까운 형주를 진압하는데 공이 있었다 하여, 오정후로 봉하여졌다.  

그러나 공훈을 세우는 것에 비하여, 토벌군의 자리는 손견에게 있어서는 편한 곳이 못 되었다. 아직 나이가 젊은 손견은 싸움이나 전투에는 강하지만, 교제에 있어서는 고립되고 있었다. 그것은 출신지와 파벌의 관계에 의한 것이었다.  

중국은 넓다. 유럽같으면 10여 개의 나라가 될 넓은 땅을 하나의 국가가 통치하고 있으므로,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되기 전에는 나라 전체의 연대감이 희박하였다. 전에 제국주의 침략자로부터, '중국인은 작은 나라의 국민만큼 애국심이 강하지 못하다.'라고 지적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 대신에 향토나 출신지에 대한 애착심이 강렬하며, 동향 의식이 비상할 정도로 강했다. 한어(漢語)는 크게 나누어 북경 관화(표준어), 오어, 광동어, 복건어, 객가어의 5대 방언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방언이란 명색 뿐이고, 이들 언어는 상호간에 전혀 통하지 않으므로 차라리 외국어나 같다고 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즉, 중국이라는 나라는 실제로는 몇 개의 국가로 분리되어도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렇게 광할한 땅을 하나로 통합시킨 국가 의식보다도 같은 언어를 사용하며, 같은 향리의 인간이다 라고 하는 의식 쪽이 강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 싶다. (그러나 이것은 혁명 전의 중국을 말하는 것이므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어지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은 국가의 통일에 힘을 써서, 국민 전체의 공통 의식을 고양시키고, 공동 언어인 '보통어'를 보급시키고 있으므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민족주의나 이데올로기보다 차원이 낮은 동향의식은 일본사회에도 있다. 명치 유신에서 대동아 전쟁 전까지, 육군에서는 야마구치현 출신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었으며, 해군의 상층부에는 가고시마현의 출신자가 많았다.  

그보다도 더욱 차원이 낮은 것이 학벌이나 문벌의 의식이다. 이 경향은 관료와 경제계의 일부에 강하다. 대장성은 동경대학 법학부 출신자가 아니면 출세를 못한다든가, 매스컴 계통의 엘리트는 와세다대학 출신자가 많다든가, 재벌계열의 회사에는 게이오대학의 출신이 강하다는 등의 얼토당토 않은 생각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오히려 사회 발전에 방해가 되는 것이다.  

'그는 출신이 좋다.'라는 말에 이르러서는 넌센스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남의 샅바를 매고 씨름을 할 수는 없다  

황건적을 토벌하는 관군은 주로 북방어를 쓰는 사람이 많았다. 당시의 북방어는 현대의 북경 관화계 (소위 만다린이라는 것)이며, 양자강 이북에서 황하유역까지의 넓은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특히 장교들 가운데에는 하북, 하남, 산서, 산동, 안휘 출신의 사람이 많았고, 오(吳)의 방언을 사용하는 이남의 사람은 적었다. 액센트가 강한 오의 방언을 쓰며, 먼 강남에서 찾아온 손견이 여기서 화북인의 동향의식의 벽에 부딪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때문에 화북색이 강한 관군 안에 있으면서, 강남 출신의 손견은 아무래도 고독해질 수밖에 없었다.  

관군에 있어도 출세를 못할 것이므로 슬슬 고향으로나 되돌아갈까 하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 도성인 낙양에서는 동탁의 전횡이 극성을 부리고, 한나라 왕실의 측근으로부터는 각지의 영웅과 군벌에게 동탁 정벌의 밀서가 전해지고 있었다. 화북의 여러 영웅들은 원소를 맹주로 받들어 동탁 정벌의 연합군을 결성하였다. 혈기왕성한 손견은 당장 이 연합군에 가담하였다.  

동탁 정벌의 원정군은 각지의 혼성 부대이고, 총대장인 원소가 무능하므로 단결력이 약했다. 장군들은 남의 샅바로 씨름을 하려드는 타산성이 강하여, 앞장서서 진겨하려고 하지 않았다. '쳇, 화북의 인간들은 패기 없는 녀석들 뿐이야...'라고 생각한 손견은 같은 고향 출신의 병사로 구성한 부대를 이끌고 선봉으로 나섰다. 그런데 낙양의 동쪽을 지키는 요충지인 사수관에서 동탁의 부대장인 화웅(華雄)에게 진로를 저지당했다. '화웅, 뭐하는 녀석이야...' 손견은 정보, 황개, 한당, 조무 등의 사천왕을 이끌고 싸움을 걸었다. 하지만 동탁의 수하에서는 여포와 비견되는 용감성을 떨치는 화웅을 당할 수가 없었고, 또 원정군이라 양식을 넉넉하게 보급하지 못하여 크게 패배하였다. 손견도 가장 신임하는 조무의 희생으로 겨우 살아나서 도망쳤다.  

사수관에서의 패배는, 언제나 자신 만만하던 손견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적의 화웅은 관우라는 무명의 무장에게 격파당하여, 동탁군은 모조리 붕괴되고 말았다. 그 10일 전, 동탁은 제왕을 받들고 장안으로 떠났으며, 낙양은 빈 껍데기가 되어 남아 있었다. 아득히 먼 낙양을 돌아보면, 2백여 년 계속되어 왔던 도읍은 검은 연기와 진홍빛의 불꽃으로 휩싸여, 과거의 영광도 한자락의 꿈으로 화하고 말았다.


굴러 들어온 '보배'는 자신의 몸을 망치게 한다  

군대를 재정비하고, 사수관에서 하룻밤과 낮을 강행군하여, 선참으로 낙양에 입성한 손견은, 제일 먼저 성 안을 치우는 일과 불을 끄는 일에 착수하였다. 이틀이 걸려서 불을 다 껐을 무렵 원소가 지휘하는 본부대가 겨우 성 밖에 도착하였다.  

폐허가 된 궁전에 경비사령부를 설치하고 있던 손견이, 깨어진 기와와 자갈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궁중의 뜨락을 거닐고 있자니, 보초를 서고 있던 병사가 큰소리로 외쳤다.  

"저기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무엇일까요?"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오래된 우물 속에 무엇인지 이상하게 반짝거리는 물체가 있었다. 손견은 그 병사를 시켜서, 낡은 우물을 치우게 했다. 병사는 숨을 헐떡이며 우물 속에서 관녀의 시신을 끌어올렸다. 한 눈에도 고귀한 여인으로 보이며, 옷차림도 훌륭했고, 죽은 얼굴이라도 아름다웠다. 가녀린 목에 비단주머니가 걸려 있었으므로, 손견은 그 주머니를 풀어서 그 안을 살펴보았다. 금으로 만든 사슬로 단단히 묶은 작은 상자가 들어 있었다. 뚜껑을 열고 보니 순금으로 테두리를 한 아름다운 경옥으로 만든 인감이었는데, 예날 전서체로,  

壽命於天 (수명어천 - 목숨을 하늘로부터 받으니)  
旣壽永昌 (기수영창 - 주어진 목숨이 영원히 창성하리라.)  

라는 여덟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손견은 긴장하여 몸이 부들부들 떨려옴을 느꼈다. '이것은 참으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전국의 옥쇄...' 그야말로 시조인 유방 이래로 수백년 동안 전해져 내려온 대한제국(大漢帝國)의 황제의 인장이며, 이것을 가지는 자만이 왕조의 계승자임을 의미하고 있었다. 아직 젊은 손견이 옥쇄를 손에 들고 몸이 떨린 것도 무리가 아닌 듯싶다.  

손견은 발견 현장에 있던 부관과 병사들에게 함구령을 내린 후, 즉시 전체 부대에 출동 준비를 명령하였다.  

다음날, 손견은 성 밖의 총사령부로 가서 원소를 만났다. 그는 낙양성 성내의 정리와 질서 유지의 일들이 일단락 지어진 것으로 보고하고, 이어서,  

"그리고 원소님, 낙양의 점령작전도 끝났고, 소인의 임무도 마치었으므로 휴가를 내주시기를 바랍니다."  

"휴가를 내달라고? 그것은 또 무슨 말인가. 낙양 선참의 공을 세운 그대가 좀더 있어주지 않으면 곤란한데."  

"아니올시다. 사수관에서의 전투 이래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생각이 들어서 일단 고향으로 돌아가 정양을 할 생각입니다."  

원소는 입이 비틀어 올리며 빈정대듯이,  

"그래, 상태가 나쁜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겠지. 그대는 이 나라에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옥쇄를 독차지 하려고 고민하고 있는 것이지."  

뜻밖의 말에 손견은 안색이 변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손견, 우리들이 군병을 일으킨 큰 뜻을 그대는 잘 알고 있을 것이오. 나라에 전해지는 보물이 손에 들어왔거든 그것을 사령부에 신고하고, 역적인 동탁을 친 다음에 폐하께 반환해 드리는 것이 신하된 자의 도리가 아닌가. 그것을 몰래 독점하고, 더구나 그것을 고향으로 가져가려고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는 소견이군."  

안색이 창백해진 손견은 그래도 시치미를 떼고,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요. 나라에 전해져 내려오는 옥쇄가 어째서 소인에게 있다는 말씀입니까."  

"시치미를 떼서는 안 되지. 그대가 어제 저녁, 우물에서 옥쇄를 건져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네."  

"소인으로서는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그래도 시치미를 뗄 작정인가. 그러면 증인을 데리고 오지."  

"증인?"  

손견이 미심쩍은 얼굴을 하고 있자, 원소는 막료에게 명령하여 한 사람의 병사를 데리고 오도록 하였다. 찬찬히 보니 어젯밤에 우물을 치웠던 그 병사가 아닌가! 발끈해진 손견은, 이내 허리에 차고 있던 큰 칼을 빼어들어 잽싼 솜씨로,  

"이놈, 배신자!"  

하고 그 병사를 베어 죽였다. 일순, 장내의 모든 사람이 일어섰다.  

원소도 칼을 빼어들고,  

"너야말로 반역자가 아니냐."  

하고 대들었다. 까딱하면 칼질이 오가려고 할 때에, 막료들이 당황해서 사이에 끼어들어 원소를 말렸다. 그들은 무예자로서는 손견의 솜씨를 잘 알고 있었으며, 우두머리인 원소로서는 도저히 맞설 수가 없다고 생각햇던 것이다.  

"언제든지 생대해 주겠소."  

손견은 모멸찬 한마디를 내뱉고는 기세등등하게 물러나가, 그날 중으로 부하들과 함께 고향으로 떠났다.  

봉건시대의 중국에서는, 옥쇄는 가장 권위있는 신분의 상징이며, 주술력과 동등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천하 제패의 꿈을 가진 손견이 옥쇄를 발견하여, 흥분하고 그것을 독점하려고 한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손견의 이 당돌한 행동이 그의 신세를 망치게 한 원인이 된 것이다.  
  

허영에 구애되면 실질적인 것을 잃는다  

현대의 사회에도 신분의 상징은 있다. 자동차로 말하면 BMW는 현대적이며 부유한 젊은이, 벤츠는 기업의 경영자, 링컨이나 캐딜락처럼 기름을 뿌리고 다니는 대형차는 폭력단 두목의 신분을 상징한다. 어린애 장난같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평범한 사람은 그러한 허영된 상징에는 약한 법이다. 월급장이에게 있어서는 사택의 넓이나 책상의 크기까지도 일종의 스테이스 심벌이 된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 보면, 그러한 형식적인 상징에 너무 구애되는 것은 절대로 득이 되는 일이 아니다. 근대 사회에서는 각 개인의 능력, 식견, 개성과 노력이 직업인으로서 대성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지, 큰 책상에 앉는다든가, 넓은 아파트에 산다든가, 외국산의 차를 탄다든가 하는 것으로써, 그 인간의 일생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스테이스 심벌에 동경심을 가지고, 자신도 그것을 가질 수 있는 신분이 되겠다고 스스로 분발하고 노력하는 것은 무방하다. 그러나 그것에 지나치게 구애되면, 실력사회를 이겨내는 일은 어려워진다. 특히 젊은 사람이 이런 공허한 상징에 사로잡히는 일은 더없이 어리석은 짓이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처세술을 삼국지의 조조, 손권, 유비를 통해 알아본다. 여기에 잇는 자료는 "삼국지를 읽으면 사람이 보인다 (松本一男 지음, 이주영 옮김, 이목출판, 1995년 12월 10일 초판발행, 6,000원)" 에 나오는 자료로서 독자 여러분들은 이 책을 한권 구입하여 자기의 가까운 곳에 놓아 두고 자주 읽어 봄으로써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처세술을 익히기 바랍니다.>


소설 三國演義
第001 - 019回 桃園結義, 除董卓, 三讓徐州, 斬呂布
第020 - 038回 煮酒論英雄, 千里走單騎, 滅袁紹, 三顧茅廬
第039 - 059回 長板坡, 赤壁之戰, 三氣周瑜, 戰馬超
第060 - 080回 入西川, 逍遙津, 取漢中, 失荊州, 魏蜀稱帝
第081 - 105回 彝陵之戰, 七擒孟獲, 六出祁山,
第106 - 120回 九伐中原, 破西蜀, 三分歸一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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