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만 천안아파트분양시장  

연내 분양 예정 물량 대거 내년으로 미뤄질 듯

충남 천안시의 아파트 신규 분양시장이 좋다 말았다.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달 분양된 한 주상복합아파트가 큰 인기를 끌며 성공리에 분양됐다.

이 아파트는 순위 내 경쟁률이 9대 1에 달했고, 청약이 끝나자마자 분양권에 수천만원의 웃돈이 형성됐다. 이 때문에 꽁꽁 언 천안 아파트 신규 분양시장이 해빙기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최근 용곡동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는 1·2순위 청약 접수 결과 청약률이 6%에도 못 미쳤다. 아직 3순위 접수가 남아 있지만 해당 건설업체는 이미 기대를 버렸다.

[[펜타포트 웃돈만 수천만원]]

지난달 경부고속철도(KTX) 천안·아산역 인근에서 분양한 펜타포트 주상복합아파트는 순위 내에서 최고 9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보인데 이어 100%에 가까운 계약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 분양권에는 벌써 적지 않은 웃돈이 형성돼 있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아파트 3개 동 가운데 66층으로 지어지는 3블록의 30층 이상 162㎡대의 경우 현재 웃돈만 9000만원을 호가한다.

1블록 20층 이상 132㎡대에는 5000만~6000만원의 웃돈이 형성돼 있다. 다른 면적형 분양권에도 보통 3000만~4000만원의 웃돈이 붙어 있다.

충남도에 따르면 천안·아산 등 충남 지역 전체 미분양 아파트는 현재 1만여 가구에 달한다. 천안시에만 약 4500가구의 미분양 아파트가 있다. 분양시장이 이처럼 극도로 침체한 상황에서 펜타포트 주상복합아파트가 큰 인기를 끌자 천안 분양시장이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정부가 9월 천안시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면서 계약 후 곧바로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게 된 것도 분양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펜타포트 주상복합아파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그러나 이 같은 기대는 금세 무너졌다. 한라건설이 용곡동에서 분양 중인 한라비발디 아파트 115~209㎡형 1163가구의 청약 접수 결과는 그야말로 참담하다. 21일 1순위 접수 결과 56명만이 청약했다. 22일 2순위에서는 7명만이 접수했다.

115㎡형에는 1·2순위 청약자가 단 1명도 없다. 188가구를 모집하는 209㎡형은 청약자가 3명뿐이다. 3순위 접수(23일)가 아직 진행 중이지만 한라건설은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펜타포트를 계기로 천안 분양시장이 좀 나아지나 싶었는데 1순위 접수 결과가 너무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는 115~209㎡형 1163가구로 분양가는 주변 시세와 비슷한 ㎡당 227만원 선이다. 한라건설은 23일 오후 3순위 접수가 마감되는 대로 선착순 분양에 나선다. 한라건설은 전체 분양가의 10%인 계약금을 계약 때와 내년 1월에 각각 5%씩 나눠 받는다. 중도금은 이자후불제로 50%까지 대출할 수 있다.

이 같은 금융혜택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쉽지 많은 않을 것 같다. 용곡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올 들어 아파트 공급이 봇물을 이루면서 이보다 더 좋은 입지에서 나온 아파트도 아직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초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연내 천안에서 아파트 분양을 준비 중이던 건설업체들은 분양 시기를 잡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천안시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9월 이전 새로 사업승인을 신청한 업체는 총 13개 업체(1만여 가구)다.

[[연내 1개 업체만 분양할 듯]]

이들 업체들은 오는 30일까지 분양승인을 신청해야 분양가상한제를 피해갈 수 있다. 그러나 30일이 불과 7일 밖에 남지 않은 현재까지도 분양승인을 신청한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천안시 관계자는 “다음주(26일)나 돼야 분양승인 신청이 들어올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13개 업체 중 연내 분양을 계획 중인 업체는 12월 초 백석동서 푸르지오 아파트 108~174㎡형 746가구를 분양할 대우건설 1곳 밖에 없다. 나머지 업체들은 일단 분양승인을 신청하되 분양은 분양시장을 좀 더 지켜본 뒤 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수지구에서 분양을 계획 중인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당초 11월 분양할 계획이었으나 시장 상황이 너무 안 좋아 분양을 미루기로 했다”며 “일단 대통령 선거와 부동산시장 흐름을 지켜본 뒤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12월 초 백석동서 분양에 나서는 대우건설도 고민이 깊다. 현지 분양팀 관계자는 “일단 장기적인 측면에서 분양 전략을 짜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욕심 부리지 않고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실수요자들을 공략해 나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중앙일보 2007/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