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계약 사기사건 잇따라…피해 막으려면?

다시 쓰는 실전부동산학/수요자 세심한 주의 필요

한 부동산중개업자가 집주인들이 월세로 내놓은 임대 물건을 전세로 임대하고 전세금을 받아 달아나는 등 임차인을 노린 사기 사건이 속출하고 있어 수요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 같은 사기 사건은 주로 임차인들이 집주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임대차계약을 해 생기는 문제로, 임대차계약 때 반드시 계약하려는 사람이 집주인이 맞는 지 확인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전세 사기사건 피해액이 수억원대?]]

24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서초구 A부동산중개업소 대표 등 5명이 지난 2년간 서초구 소재 한 다세대주택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며 임차인 14명에게 월세를 전세인 것처럼 꾸며 임대차계약을 한 뒤 전셋값 6억7000만원을 챙겨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A부동산중개업소 직원들을 불러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해외로 달아난 중개업소 대표 최모씨 등 2명의 소재를 확인 중이다.

전세 사기사건 치고는 피해금액이 큰 편인데다 어떻게 2년간 사기행각을 벌일 수 있었을까.

그런데 알고 보면 사기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집주인으로부터 월세 임대차계약을 위임받은 중개업자가 실제로는 전세로 임대를 놓은 것이다.

이를 테면 집주인 A씨는 자신의 다세대주택을 보증금 1000만원 월 50만원에 월세로 임대 놓기 위해 중개업자 B씨에게 임대차계약을 위임했다. 그러나 B씨는 이 주택을 임차인 C씨에게 1억원에 전세로 임대했다.

임차인 C씨는 집주인으로부터 임대차계약을 위임받아 위임장과 도장을 갖고 있던 중개업자 B씨를 그대로 믿었던 것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기존 전세 사기 수법과 동일하다.

대개 여기서 중개업자 B씨가 전셋값을 가지고 달아나는 게 보통이다. 그러면 C씨는 전셋값을 고스란히 떼이는 것은 물론 입주할 수도 없게 된다.

그런데 임차인 C씨는 사기 계약 이후 실제로 전셋값을 지불하고 입주해 살았다. 이는 중개업자 B씨가 가짜 월세 계약서와 함께 C씨로부터 받은 전세금에서 1000만원을 집주인 A씨에게 보증금으로 주고, 또 매달 50만원씩 월세를 송금한 때문이다.

[[서초동에서만 2년간 사기행각]]

집주인 A씨는 계약서와 보증금, 월세가 꼬박꼬박 들어오니 별 의심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임차인 C씨도 계약 때 중개업자가 집주인의 위임장과 도장을 갖고 있었고 이후에도 계속 영업을 했던 것은 물론 집수리 등도 도맡아 해결해 주니 아무런 의심을 못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A씨와 C씨는 사기 당한 줄도 모르고 1년 넘게 지낸 것이다. 중개업자 B씨는 이런 수법으로 2년 간 임차인 14명에게서 전세금 명목으로 6억7000만원을 받아 달아난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한 40대 남성은 아직 등기가 나지 않은 아파트 23가구를 월세로 임차한 뒤 집주인 행각을 하며 전세 임차인을 구해 10억여 원을 챙겨 달아난 사건도 있었다.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김모씨는 관악구 신림7동에 새로 건축된 H아파트 23가구를 월세로 계약한 뒤 집주인 행세를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전세를 놓았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파트 재개발 당시 분양권을 수십 개 보유하고 있었는데 양도소득세 때문에 쉽게 매매를 할 수 없었다. 우선 전세로 입주했다가 아파트 등기가 나면 경매 방식으로 넘겨주겠다”고 임차인들을 속였다고 자백했다.

이 같은 사기 사건의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전·월세 임대차계약 때 주의해야 할 게 많다. 우선 계약하려는 집주인이 실제 해당 집의 소유주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위 사례에서 보듯 전세 사기는 대개 세입자가 집주인 확인을 소홀히 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집주인 여부는 반드시 확인]]

따라서 가급적이면 집주인 본인과 계약을 하는 것이 좋다. 사정이 생겨 집주인의 가족이나 중개업자와 대리 계약할 때는 기본적으로 집주인의 인감증명서가 첨부된 위임장을 받아 둬야 한다. 또 계약 전 집주인에게 연락해 위임 여부 및 위임자의 신분을 확인한다.

계약 전 등기부등본을 떼서 가압류·근저당 설정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대출이 해당 주택의 매매 시세와 전세금(혹은 보증금)을 합친 것보다 많다면 피하는 게 좋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의 경우 미등기 상태에서 전세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은 데 이때는 해당 아파트를 분양한 건설업체를 통해 계약하려는 집주인이 실제 소유주인지, 중도금 연체 등은 없는지를 확인한다.

계약서를 쓴 뒤에는 그 주소지에 정확하게 전입신고를 하고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이후에는 주소지를 옮겨서는 안 된다.

주소를 다른 곳으로 옮긴 사이 가압류 등이 들어오면 다시 전입신고를 해도 후순위가 된다. 등기 후 대출을 받기 위해 집주인이 주소지를 잠시 옮겨 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절대 이 요구를 들어줘서는 안 된다. (중앙일보 2008/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