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겪은 경매주택 거래세 인하 판결

대법원 “개인간 거래 아니다” 최종 확정

서울에 사는 장모씨는 2006년 6월 서울 동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부동산 경매에 참가해 서울 송파구 송파동의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 한 채를 4억2270만원에 낙찰했다.

이에 송파구는 장씨의 낙찰금액 4억2270만원을 과세표준으로 정하고 지방세법에 따라 취득세 2%, 등록세 2% 등 총 4.4%의 거래세를 부과했다. 장씨는 이에 따라 취득·등록세 1690만원과 교육세 169만원 등 총 1859만원을 납부했다.

그러나 장씨는 노무현 정부가 2006년부터 주택의 개인간 거래의 경우 취득세는 25%, 등록세는 50%를 인하했으니 자신도 이에 해당하는 633만원을 돌려 달라며 송파구청을 상대로 ‘취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장씨는 개인간 유상거래인 경매를 통해 아파트를 취득했으니 자신의 경우도 당연히 취득세 25%, 등록세 50% 인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취득·등록세 등을 감면하지 않고 부과하는 것은 경매 취득자와 일반인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화해 평등원칙을 위반하고,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위법이라는 게 장씨의 논리다.

[[지방·고등법원 잇따라 엇갈린 판결]]

그런데 이런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비단 장씨뿐만이 아니었다. 정부가 2006년 주택의 개인간 거래에 한해 취득·등록세를 인하해 주자 장씨와 같이 경매를 통해 주택을 취득한 사람들이 각 구청이나 시청 등을 상대로 대거 소송을 낸 것이다.

2006년 9월에는 김모씨 등 44명이 서울시를 상대로 거래세를 돌려 달라며 무더기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국 각지에서 장씨와 같은 경매 취득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동안 울산지방법원에서 경매 취득자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은 2006년 9월 20일 경매를 통해 주택을 취득한 경우 개인간 유상거래가 아니라는 이유로 취득·등록세를 감면하지 않고 부과한 것을 잘못이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장이었던 고종주 수석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경매는 사법상 매매의 법적 성격을 가지므로 ‘개인간의 유상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또 일반적인 개인간 유상거래와 경매의 경우를 달리 취급하는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이상 조세법적으로 양자를 달리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판례에도 불구하고 장씨는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 동부지방법원은 2006년 11월 “경매는 개인간의 거래행위와는 다르고, 개인간의 거래세 인하는 실거래가 신고제도 도입으로 증가하는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므로 실거래가 제도 시행 이후 세금이 늘어나지 않는 경매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장씨가 낸 소송에 대해 원고패소 판결했다.

장씨는 이에 서울고등법원에 항고했지만 서울고등법원도 지난해 5월 16일 1심과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장씨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경매는 개인 의사에 상관 없이 법원이 매도하는 것”]]

장씨가 1·2심에서 패소하고도 대법원까지 간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서울고등법원이 장씨의 판결에 앞선 판결에서는 경매도 일반 개인간 거래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던 것이다.

지난해 1월 서울고법 특별7부 김대휘 부장판사는 장씨와 똑같은 이유로 서울에서 사는 조모씨가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경매도 개인간 유상거래로 봐야 하므로 서초구청은 취득세 등 일부를 조씨에게 돌려주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1심은 물론 고등법원에서 조차 엇갈린 판결이 나오자 장씨는 이 문제를 대법원으로 들고 간 것이다. 결국 ‘경매’가 ‘개인간의 거래’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장씨의 손에 의해 대법원으로 가게 됐고, 대법원이 17일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대법원은 17일 장씨가 낸 상고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재판장인 이홍훈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경매가 일반 거래와 유사한 점은 있지만 일반 거래는 매도·매수자간의 합의에 의한 것인 데 반해 경매는 매도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법원이 매도하는 것이어서 개인간의 거래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2년여를 끌어온 소송에서 결국 장씨가 진 것이다. 송파구에 낸 거래세 633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던 장씨는 거래세를 돌려받기는 커녕 이젠 송파구청의 소송비용까지 물게 됐다.  (중앙일보 2008/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