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지난해 사업자가 선정된 서울 용산구 국제업무지구 조감도)

공모형 PF사업이 뭐길래…  

먹잇감으로 제격인 블루칩 사업장 많아

“올해 공모형 PF 개발사업을 잡아라.” 올해 공모 예정인 PF(프로젝트파이낸싱) 개발사업에 대한 건설업계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단기간에 주택사업이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먹잇감이 풍부한 공모형 PF사업 따내기에 혈안인 것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주택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단기간에 주택사업이 활기를 띠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PF사업에 건설업체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공공,민간 합동사업 방식]]

공모형 PF 사업이란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 지방자치단체 등이 도심지 역세권이나 신도시·공공택지지구 중심지 등을 개발하기 위해 민간의 금융자본과 아이디어를 이용하는 개발 방식이다.

주공과 토공, 지차체 등은 공모를 통해 업체들로부터 사업 계획과 매입 땅값 등을 제시받아 이를 심사해 사업자를 선정한다. 선정된 사업자는 통상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고 이 회사를 통해 사업을 진행한다.

[[먹잇감 진짜 풍부하네]]

올해 공모형 PF개발사업이 적지 않다. 사업 시행자 측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사업이 많아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업계는 올해 30~40건의 공모형 PF사업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내다본다.

주요 사업으로는 광교신도시 파워센터와 비즈니스센터를 비롯해 은평뉴타운 복합단지, 인천 청라 중심상업지구, 인천 가정오거리 도심재생사업, 오산 세교지구 복합단지 등이다.

이와 함께 △대전서남부 복합개발 △양주 혜천지구 △평택 소사벌지구 △인천 구월동 농수산물센터 이전사업 △삼산신도시 개발 △한류우드 2구역 개발 △인천 송도 테크노파크 5ㆍ7공구 △영등포 교정시설 이전 △부산북항 재개발 △인천 제물포 역세권 개발 △김포공항 제2주차장 부지 개발 △동남권 물류 유통단지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사업시행자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철도공사,지방자치단체 등이다. 올해 추진될 이들 공모형 PF개발 사업비도 천문학적이다. 올 상반기 공모 예정인 광교신도시의 파워센터와 비즈니스센터 개발사업에는 각각 2조4000여억원과 2조5000여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파워센터는 백화점과 멀티플렉스, 실내테마시설, 주상복합아파트 등으로 이뤄진다. 또 워터프런트형 글로벌 기업단지로 조성되는 비즈니스센터에는 해외 유수 기업의 본·지사 및 상업 문화시설이 들어선다.

인천 가정오거리 도심 재개발 사업은 5만㎡ 규모의 상업용지에 주거기능을 갖춘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사업비는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평택 소사벌지구는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건설업계, PF사업 준비 분주]]

건설업계는 예정 물량에 대한 사업성 검토와 참여 프로젝트 선별작업에 들어가는 등 PF사업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대부분 업체들이 조직 개편을 통해 개발사업부를 확대하고 인력을 늘렸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공모형 PF개발사업이 많아 사업 참여를 망설였지만 올해의 경우 사업성이 워낙 좋은 물건들이 많이 회사의 핵심 사업으로 이미 설정해놓은 상태”라고 귀뜸했다.

공모형 PF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대형 건설업체 뿐만이 아니다. 중대형·중견 업체의 도전도 거세다. 특히 시공능력 10위권대에 포진한 중대형 업체들은 최근 조직을 개편하고 인력을 보강하는 등 대형사와의 일전을 준비 중이다. K건설 관계자는 “중대형사들은 그동안 컨소시엄 참여 등을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사업성 분석과 업무 추진 경험을 쌓아왔다”며 “풍부한 노하우를 지닌 중대형사의 참여는 향후 더욱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호건설과 두산건설, 코오롱건설, 한진중공업 등 시공능력 10∼30위권 업체들은 지난해 대형업체간 컨소시엄 제한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PF사업에서 단 한건도 주간사로 나선 적이 없었는 데도 천안국제비즈니스파크 개발사업과 판교 복합단지, 용산역세권 개발, 해운대 관광리조트 등 공동도급 참여만으로 1조3000여억원이라는 놀라운 수주실적(잠정 집계)을 거뒀다.

금호건설도 지난해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서 10%의 시공지분을 확보했고, 천안국제비즈니스파크에서도 6.06%의 지분을 획득하는 등 총 9000여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코오롱건설 역시 청라국제업무타운(8.08%), 천안국제비즈니스파크(7%), 송도테크노파크(95%) 등 참여를 통해 단숨에 1조원 안팎의 물량을 잡았다.

[[업체간 경쟁 치열로 사업성 악화 우려 목소리 많아]]

이처럼 건설업계가 공모형 PF사업에 적극 뛰어들 태세인 까딹은 뭘까? 주택시장 침체와 PF사업 물량 확대를 원인으로 꼽을 수 있겠다. 코오롱건설 관계자는 “최근 주택 사업이 미분양 등으로 고사 상태에 빠지다시피 한 반면 공모형 PF는 새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GS건설 이상규 차장은 “리스크가 있음에도 PF사업이 매력적인 것은 무엇보다 규모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체간 땅값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어서 업계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대형 업체들 뿐 아니라 후발 업체들도 주택사업 부진을 만회할 목적으로 공모형 PF사업에 잇따라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체들이 사업 물량을 따내기 위해 고가로 입찰에 나설 경우 자칫 사업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반면 광교신도시 등 일부 사업에서만 과열 경쟁이 나타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업체들도 출혈 경쟁을 하면서까지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가 많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대부분 2∼3파전 정도로 경쟁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2008/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