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003년 10월 개통된 독일 마그데부르크의 입체 교차 수로. 유럽 최대 규모다. AFP=연합뉴스)

급물살 타는 大운하 맞바람도 거세진다

설설 끓는 '한반도 대운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9일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게 “대운하 착공은 취임 후 1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장석효 인수위 한반도대운하 TF팀장은 “운하 공사는 착공에서 완공까지 4년 걸린다”고 본지 인터뷰(2007년 12월 30일자 5면)에서 밝혔다. 둘을 더하면 5년. 이 당선인의 임기 내에 운하가 개통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명박ㆍ장석효 콤비’는 청계천 복원 사업에서 한번 손을 맞췄다. 그때 역시 착공은 이 당선인의 서울시장 취임 1년 후(2003년 7월)에 이뤄졌다. 공사는 서울시장 퇴임을 8개월 앞둔 시점에(2005년 10월) 마무리됐다.

[[이 당선인 "임기 내 완공"]]

이 당선인 측의 ‘운하 임기 내 완공’ 주장은 입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장 팀장이 대표로 있는 ‘한반도대운하연구회’가 최근 펴낸 『한반도 대운하는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물길이다』책자에는 운하에 대한 상세한 계획이 담겼다.

유우익 서울대 교수, 곽승준 고려대 교수,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를 비롯한 이 당선인의 운하 싱크탱크 멤버들이 총출동해 만든 연구 결과물이다. 이 책자에는 화물 및 여객 터미널의 입지와 다리 보수 계획 등이 상세히 담겼다.

연구회는 접근성·확장성·연계성과 하천 특성 등을 고려해 파주·여주·상주·합천 등 12곳을 화물터미널 후보지로 제시했다. 여객 수요와 개발 잠재력 등을 감안, 여의도·뚝섬·점촌·을숙도 등지에 여객터미널 47개를 만드는 방안도 내놨다. 한강과 낙동강이 이어질 지점에는 배를 통째로 들어올리는 대형 리프트를 설치해 관광 명소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화물용 바지선이 다니려면 한강·낙동강의 115개 교량 가운데 잠수교·양평교·낙동강대교 등 14개를 개축하고 탄금교 등 4개는 철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레이더 시스템 ▶무선방향탐지기 ▶등대 ▶통항신호등 같은 시설 제원도 검토했다. 우려가 많이 나오는 환경 문제에 대해선 배가 다니는 수로 옆에 생태하천을 따로 조성하는 해법을 소개했다.

이 당선인 측은 영산강·금강을 정비하는 호남ㆍ충청운하도 경부운하와 비슷한 시기에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대북 핵심 공약인 ‘나들섬’(한강 하구에 조성할 남북경협의 섬)과 연계하는 등 장기적으로 북한까지 물길을 잇는다는 비전도 갖고 있다. 이런 기세에 정부 부처가 맞장구를 친다.

[[지자체가 더 적극적]]

경부운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던 건설교통부는 7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운하 완공을 위해선 6월 국회에서 특별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8일엔 문화관광부가 바통을 받았다. 인수위 보고에서 “한반도 대운하의 문화적 물길을 복원해 세계적 수준의 관광자원으로 육성하는 ‘관광 운하’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지방자치단체는 더 적극적이다. 경북 문경ㆍ상주시와 충북 충주시 등에선 TF팀 같은 운하 추진 조직을 만드느라 부산하다. 상주시 관계자는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 조만간 있을 인사 때 관련 부서를 신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 빠르기로야 업계를 따라갈 수 없다.

부동산 사이트에서 ‘대운하’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해당 지역 땅 매물이 우수수 쏟아진다. 이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에 곳곳에서 운하 이슈가 분출하자 통합신당을 비롯한 반대파들은 한판 싸움을 벼르고 나선다.

11일 취임식을 한 손학규 통합신당 대표는 “경부운하 추진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말을 취임 일성으로 내놨다. 이날 신당의 연구재단인 한반도전략연구원은 운하 추진에 반대하는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방위적으로 대운하 반대 단체가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운하 관련 특별법 제정과정에서 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철재 경부운하저지 국민행동사무국장은 “인수위가 말로는 여론수렴을 하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밀어붙이고 있다”며 “계속 저지 움직임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선인 측도 물러서지 않는다. 이재오 인수위 대운하TF 상임고문은 “이제는 운하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 해당 지역 주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운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이다. 새 대통령의 임기 초부터 ‘운하 전투’가 치열할 것임을 예고하는 상황이다. (중앙일보 2008/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