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부동산시장 훈풍 오래갈까  

일부 지역 분양시장·기존 매매시장 살아나

극도로 침체한 충청권 부동산시장에 모처럼 생기가 돌고 있다. 최근 대전과 청주에서 분양한 일부 아파트는 최고 12대 1이라는 경쟁률로 순위 내에서 마감됐다.

대규모 공장 증설이라는 호재를 만난 청주시는 올 들어 10월까지 10개월 연속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보였지만 지난달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일부 지역은 전셋값이 뛰고 있다.

[[일부 분양 아파트 순위내 청약 마감]]

대전시도시개발공사가 최근 대전시 유성·서구 일대 서남부신도시 9블록에서 분양한 트리풀시티 아파트(1872가구)는 청약 첫날 대부분 조기 마감됐다. 6일 실시한 이 아파트의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6개 주택형 가운데 2개 주택형을 제외하고 모두 마감됐다.

특히 34가구를 모집한 161㎡형에는 426명이 청약해 1순위에서 1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순위에서 미달된 171㎡형과 183㎡형도 각각 2순위 3순위에서 모집 가구 수를 다 채웠다.

신영이 충북 청주시 복대동에서 분양한 복대지웰 아파트도 순위 내에서 대부분 마감됐다. 4일부터 6일까지 진행된 이 아파트의 청약 결과 2순위까지는 미달 가구 수가 많았으나 3순위에서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전체 분양 물량(447가구) 중 6% 선인 66가구만 미달됐다.

3가구를 모집한 225㎡형은 1순위에서 2대 1로 조기 마감됐다. 110㎡형과 111㎡형도 순위 내에서 각각 5.8대 1, 2.3대 1의 비교적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트리풀시티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아 3년간 팔 수 없다. 그러나 충청권 최대 택지개발지구에 들어서는데다 분양가가 3.3㎡당 833만~863만원 선으로 주변에서 최근 분양한 아파트(3.3㎡당 900만~1000만원)보다 저렴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청약 직전 대전 유성구가 최근 투기과열지구·주택투기지역에서 해제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복대지웰도 마찬가지다. 청주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돼 분양권 전매가 자유롭다는 점 등이 청약률을 높인 원인으로 업체 측은 풀이한다.

[[청주 아파트값은 하락세 멈춰]]

신규 분양시장은 물론 기존 아파트 시장에도 훈풍이 분다. 내년 상반기 하이닉스 증설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는 청주 부동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하이닉스 협력업체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공장 주변의 원룸과 소형 아파트 전·월세값이 뛰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에 위치한 하이닉스 청주공장은 증설이 완료되면 아산 탕정 삼성전자 공장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공장이 된다. 하이닉스와 협력업체 임직원들의 이주 수요로 벌써 복대동 주변 원룸과 소형 아파트 임대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원룸의 경우 연초 평균 보증금 200만원에 월 25만원 선이었으나 지금은 월 30만원으로 올랐다. 신축 원룸은 연초 보증금 300만원에 월 30만원 선이었으나 지금은 35만원에도 매물이 나온다.

소형 아파트 전셋값도 오름세다. 66㎡대 아파트의 경우 전셋값이 연초 평균 7000만~7500만원 선이었으나 지금은 7500만~8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복대동 성신공인 조선분 사장은 “임대 수요자들은 많은데 시장에 매물이 거의 없어 거래가 잘 안 된다”고 전했다.

아파트값도 꿈틀거린다.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1월부터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던 청주시 아파트값이 지난달(0.13%) 상승세로 돌아섰다. 12월(10일 현재) 들어서도 0.0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닉스 공장 증설과 투기과열지구 해제, 대통령 선거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현지 중개업소들은 보고 있다. 가경동 석사공인 관계자는 “매도자들이 공장 증설에 따른 수요 증가, 양도소득세 완화 등을 기대하면서 매도 호가를 높이고 있다”며 “매수세의 문의도 늘었지만 아직 거래가 활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짝 장세에 그칠 것”]]

그러나 이 같은 장세가 확대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줄지 않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가 부담이다.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으로 매수세가 좀처럼 활발히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실제로 신영이 올해 초 복대동에서 분양을 시작한 지웰시티 복합단지 내 주상복합아파트는 아직도 40~50% 가량이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그나마 최근 반짝 장이 서면서 계약자가 늘어 계약률이 5~7% 가량 올랐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청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310가구였던 청주의 미분양 아파트는 4월 말 1573가구로 급증했다. 이후에도 미분양 아파트는 꾸준히 늘어 10월 말 현재 1646가구가 팔리지 않은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대전도 마찬가지다. 대전시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대전의 미분양 아파트는 2148가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말 791가구에 비해 2.7배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서남부신도시와 덕명동 등지에서 내년까지 아파트 1만7000여 가구가 새로 나올 예정이다.

이들 지역은 특별한 인구 유입이 없는데다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 상황이어서 분양 대기 중인 물량이 고스란히 부동산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최근의 장세는 ‘반짝’하고 말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전 유성구의 D공인 관계자는 “충청권 등 지방은 기본적으로 실수요 시장”이라며 “대선으로 부동산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분간 인구 유입 없이 공급만 늘 것으로 보여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2007/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