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따라 돈이 흐른다

길과 부동산①총괄/바뀌는 교통지도…투자 전략 새로 짜야

올해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올랐던 곳은 어디일까? 바로 경기도 의정부다.

국민은행 부동산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 일 년 새 의정부 아파트값은 21.3% 올랐다. 서울지역 전체 평균 상승률(3.4%)을 크게 웃돌았다. 경기·인천지역(전체 평균 상승률 각각 3%, 9.5%)과 비교해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전반적인 거래 침체 속에서 서울 강남권(-0.8%) 등 상당수 지역 집값이 하락했던 것을 감안하면 의정부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세는 눈에 띌 정도로 가팔랐다.

실제로 올 들어 대부분 지역의 경우 각종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제공하는 아파트 시세표에 유난히 내림 화살표(↓)가 많았던 반면 의정부에서는 오름 화살표(↑)가 곧잘 눈에 띄었다.

[[길이 뚫리면 부동산값도 뛴다]]

노무현 정부 이후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집값이 크게 오르는 동안에도 제자리걸음을 하며 소외됐던 의정부 아파트값이 올 들어 이처럼 뛴 이유는 뭘까? 바로 ‘길’(도로·전철) 때문이다.

2006년 말 개통된 경원선 복선전철은 의정부지역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복선 전철 개통으로 서울 출·퇴근이 한결 쉬워진 데다 지난 5월에는 의정부 지역을 관통하는 경전철도 착공됐다.

올 연말 완전 개통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최대 수혜지역이 바로 의정부라는 점도 집값 상승을 견인한 호재라는 것이다.

10년 전 충남 아산만 일대 땅값은 ㎡당 10만원 안팎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2년을 전후해 ㎡당 50만원을 넘어서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이 일대 땅값이 급등한 이유 역시 ‘길’ 때문이었다. 낙후 지역으로 꼽히던 이곳이 서울과 목포를 잇는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이후 서해안의 핵심 발전 축으로 떠오르면서 땅의 가치도 치솟았던 것이다.

경기도 구리 일대의 아파트 역시 2003년 11월 초 서울 강변북로 천호대교~구리 토평 구간의 연장개통 효과를 톡톡히 봤다. 수택동 토평 금호베스트빌2단지 205㎡(62평형)은 한 달 만에 4000만~5000만원 올라 6억5000만~7억8000만원으로 뛰었고 웬만한 중형 아파트도 당시 수천만원 올랐다.

[[길은 부동산 투자의 확실한 재료]]

‘길’은 부동산 투자에서 집값·땅값이 오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재료로 꼽힌다. 아무리 시장이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도 ‘길’이 놓이거나 뚫리면 주변 집값과 땅값은 상승곡선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부동산 뭉칫돈은 ‘길’ 따라 흐른다”는 재테크 격언까지 생겨난 것 같다.

특히 ‘길’은 불확실성이 크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의 부동산시장 상황에서 실수요자는 물론이고 투자자들도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재료다.

도로뿐 아니라 지하철 경전철 등 대중교통 수단이 잘 발달한 곳은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고 상권을 비롯해 각종 인프라가 잘 조성되게 마련이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길이 새로 뚫리면 땅값은 개통 직전 5~10%, 개통 후 10~20% 오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건설계획·착공 등 그 이전 단계에서도 값은 추가로 더 오를 수 있어 ‘길’ 하나만으로 생기는 가치 상승 폭은 그 이상이다.

긴 말이 필요 없다. 지하철 분당선을 따라 늘어선 분당신도시 아파트단지 가격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유엔알 박상언 대표는 “시장 상황이 안 좋을수록 기본 원칙에 충실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도로·전철망은 노하우가 없는 일반인들도 쉽게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요소”라고 말했다.

[[확대되는 수도권 광역 전철망]]

정부와 일선 지방자치단체는 수도권 신도시와 대규모 택지지구 개발에 맞춰 서울과 연계되는 전철망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따라서 신설 전철망을 잘 살펴보면 알짜 투자처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존 철도를 전철화하거나 지하철 노선을 연장해 구축하는 수도권 광역전철망. 최근 개통된 중앙선 청량리~덕소구간 및 경원선 복선전철화 구간을 비롯해 2009년 개통 예정인 경의선 성산~문산 구간 전철복선화가 대표적 예다.

그동안 취약했던 수도권 동북·서북부지역의 서울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는 셈이다.

수도권 남부의 전철망도 대거 확충된다. 2010~2012년 완공 예정인 분당선(서울 선릉~분당 오리) 연장 구간(선릉~왕십리, 분당 오리~수원 )과 2010년 개통될 신분당선(서울 강남~분당 정자동)과 신분당선 연장 구간(분당 정자동~용인 동천~용인 수지~광교신도시~수원 호매실) 건설에 따라 앞으로 성남에서 수원에 이르는 전철 노선이 대거 확충된다.

용인 동천·성복지역과 수원 등이 수혜지로 꼽힌다. 또 수인선 단선 협궤철로는 복선전철로 다시 태어난다.

분당선 연장 구간 중 분당 오리~수원 구간은 2010~2012년 완공 예정이다. 또 신분당선 연장 구간 중 1단계 구간((분당 정자동~광교신도시)은 2014년 개통될 예정이다. 이 두 개 전철이 완공되면 용인과 수원지역의 교통난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여주~성남 복선전철도 현재 설계가 끝나 2011년까지 완공한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성남~여주선은 그간 교통여건이 좋지 않아 소외됐던 여주와 이천, 광주 등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강을 따라 서울 강남권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김포공항~강남 교보타워사거리, 2009년 초 개통 예정)은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황금 노선으로 불리고 있어 눈여겨 볼 만하다. 지하철 7호선·3호선 연장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공항철도는 민자사업으로 추진돼 지난 3월 1단계(인천공항~김포공항) 구간이 개통됐다. 현재 2단계(김포공항~공덕~서울역) 구간의 공사가 진행돼 2010년께 마무리된다.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 공사 중이거나 계획이 잡힌 경전철 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수도권에서 경전철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해당 지역 교통여건 및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북권 등에서는 경전철 건설 기대감으로 올 들어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는 등 '경전철 효과'를 톡톡히 봤다.

[[넘쳐나는 새 도로]]

정부가 주택 공급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나서면서 신설 도로망도 꾸준하게 확충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향후 2~3년 안에 개통될 예정인 크고 작은 고속도로·국도가 적지 않다.

가장 먼저 눈여겨 봐야 할 곳은 수도권 북부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서울~춘천, 서울~문산, 서울~포천 고속도로 등이 잇따라 개설된다. 수도권 남부에 비해 기반시설이 열악했던 수도권 북부는 도로 개설과 함께 개발 열기가 후끈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중 유일하게 미개통 구간으로 남아있던 사패산터널을 포함한 송추IC~의정부IC 사이 28.8㎞가 올해 말 완전 개통된다.

의정부는 물론 남양주·양주 등 주변부가 외곽순환고속도로 완전 개통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동북부지역의 호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재료는 동서고속도로와 제2영동고속도로 개통이다. 동서고속도로는 총 연장 150㎞로 서울~춘천~양양을 잇게 된다.

이 중 이르면 2009년께 우선 개통되는 서울~춘천구간은 남양주·가평은 물론 춘천 등 영서지역의 집값·땅값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경부고속도로로 몰리는 차량을 분산시킬 수 있는 대체 도로 건설도 활기를 띠고 있다. 서울~용인 고속도로가 판교신도시와 용인 지역을 가로질러 2009년 개통될 예정이다. 판교신도시와 광교신도시 후광 효과가 예상되는 용인시 동천·성복·상현동과 흥덕지구 등이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지난 6월 화성 동탄2신도시 개발계획 발표와 함께 민간사업자들이 제시한 제2경부고속도로도 조기 착공 가능성이 커졌다. 제2경부고속도로는 전통적인 주거중심축인 경부축과 함께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개발 축을 형성할 것이란 기대까지 낳고 있다. 아직 노선은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하남을 기점으로 용인~오산~천안~연기(행정도시)를 연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밖에 송도·영종·청라 등 인천과 시화~오산~용인~남양주~양주~동두천~파주~김포 등을 순환하게 될 제2외곽순환고속도로는 수도권 1기 신도시를 연결한 기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처럼 2기 신도시의 핵심 교통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언제 투자하는 게 좋나]]

별다른 개발 호재가 없는 부동산시장에서는 ‘길’ 개통이 큰 호재로 작용한다. 개발 계획만 들려도 부동산값이 들썩이고 착공 시점에 한번, 개통 전후로 한번 가격이 상승한다.

부동산시장에서 새로 전철이 생기거나 도로가 뚫릴 예정지 주변의 부동산 상품은 투자 1순위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개통 기대감으로 그동안 집값 등 부동산 시세에 이미 호재가 상당 부분 반영됐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개통 시점에서 부동산값은 다시 한번 상승할 여지가 있다.

특히 도로 및 전철 개통 예정 주변지역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는 신규 아파트는 주거와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 가치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아파트 분양시장에도 역세권과 도로 나들목(IC) 프리미엄이 톡톡히 붙는다. 특히 지하철 공사 기간과 아파트 공사 기간이 맞물려 개통과 입주가 비슷한 시기에 이뤄지면 그 영향은 더 크다.

와이플래닝 황용천 대표는 "지하철 역세권과 도로 나들목 프리미엄은 부동산시장에 빠르게 반영되기 때문에 인근 유망 물량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개통이 임박하면 가격은 반영될 대로 반영된 상태이기 때문에 기존 단지보다는 신규 분양 물량에 관심을 갖는 것이 투자 수익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강현구 실장은 “지금은 교통 여건이 불편하지만 입주 후 전철 등이 개통이 된다면 역세권 프리미엄에 새 아파트라는 장점까지 겹쳐 투자가치가 단연 돋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어디에 투자하는 게 좋나]]

아파트 등 부동산을 고를 때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가 교통 여건이다. 지하철 역세권인지, 버스 등 대중교통 여건은 어떤지, 주변에 도로가 새로 뚫리는지 등은 중요한 선택 요소다.

지하철이나 전철(경전철) 주변 역세권 아파트는 교통이 편리하고 쇼핑시설 등 생활편의시설이 풍부하다. 이 같은 특징으로 전세 수요자가 많아 환금성이 뛰어나고 시장 침체기에도 거래가 잘되는 편이다.

따라서 주택 수요자라면 우선 정부가 추진 중인 광역교통망 확충에 따라 새로운 역세권 주변에 들어서는 분양 단지들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교통 불편으로 소외됐지만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될 때는 획기적인 교통여건 개선으로 시세 차익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설 도로의 경우 나들목(IC) 주변에 공급되는 아파트를 노려볼 만하다. 교통여건 개선으로 지역개발이 가속되고 편의시설도 확충되는 등 투자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따져봐야 할 것도 많아]]

신설 도로나 새로 뚫리는 지하철 주변부의 집값은 단기간에 급등하기보다 건설 단계에 따라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통확충 계획이 발표되고 실제로 도로나 전철이 개통되기까지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는 역으로 이미 개발 계획이 발표된 지 몇 년이 지났거나 개통이 임박한 길이라도 굳이 투자대상 지역에서 제외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신설도로나 전철은 개통 후에도 최소한 5~10% 이상 오를 여력이 있다”며 “해당 수혜지역들이 개통 후 효과를 체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해당 도로와 전철의 개통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기존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는 곳보다는 그동안 교통망이 취약했던 곳 일수록 체감 효과가 크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 상승 폭도 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올 들어 최악의 장세에도 불구하고 의정부시 일대 집값이 수도권 지역에서 돋보이는 가격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그만큼 기존 교통망이 취약했던데 따른 보상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시간과 공간 한광호 사장은 "다만 일부 지역은 이미 개통을 앞두고 호재가 상당부분 반영된 만큼 지나친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도로나 전철 개통으로 인한 교통 환경 개선을 내세우는 입주 예정 혹은 분양 아파트는 반드시 현장에 가서 입지를 확인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 도로와의 거리는 멀지 않더라도 실제 진·출입이 불편해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도로와 전철이 완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짧은 시간 안에 이익을 보려고 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자금 운용계획에 맞게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은 조언이다. (중앙일보 2007/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