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부동산정책 방향은?

도심 재건축ㆍ재개발 규제 및 세제 완화 예상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19일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부동산 정책은 크게 규제완화와 세금 감면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당선자는 규제 일변도의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은 잘못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재건축ㆍ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늘리고 세금을 줄여주면 부동산 시장은 안정된다는 게 이 당선자의 생각이다.

따라서 재건축ㆍ재개발 규제 완화와 함께 양도소득세 완화 등 세금 부문에서도 손질이 가해질 가능성이 크다.

[[도심 재건축ㆍ재개발 활성화 기대]]

이 당선자는 수도권에서 추가 신도시 건설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신 기존 도심 재정비를 통해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서민들의 주거 및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당선자는 후보 시절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보다 기존 도시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도심의 공급 확대를 위해 재개발과 재건축 용적률을 풀어줄 가능성이 크다. 이 당선자는 서울지역 용적률(현행 250%)을 더 높이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 재임 시절, 강남 재건축에 대해 용적률 확대가 어렵더라도 층고 완화를 통해 건물을 높게 지어 초고층 탑상형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다고 밝힌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이 당선자는 또 산지나 구릉지 개발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강남구 개포 주공단지, 송파 잠실 주공5단지 등 강남권의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이미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에 대한 검찰 조사가 발표된 이달 초부터 급매물이 팔리거나 회수되고, 매도자들이 호가를 2천만-3천만원까지 높이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남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새 정부가 용적률이나 개발이익환수제 등 각종 재건축 규제를 풀어 사업을 활성화시켜줄 것으로 기대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일부 집주인들은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북 뉴타운(재개발).재정비촉진지구도 분위기가 들떠 있다.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 재임시절 강북 뉴타운 사업을 처음으로 추진했던 만큼 강북개발 사업이 날개를 달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특히 용적률 인상이 임대주택 의무건립(개발이익환수제) 등의 이중삼중 규제가 쳐 있는 재건축보다는 정부 지원아래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뉴타운쪽에 훨씬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재건축 보다는 집값 상승 등의 부작용이 적은 뉴타운.재개발의 규제 완화 폭이 클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J&K투자연구소 권순원 대표는 "다만 뉴타운 지역의 상당수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외지인 접근이 쉽지 않은 만큼 단기간내에 투기장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1가구 1주택' 양도세ㆍ종부세 감면 예상]]

이 당선자의 부동산 정책 중 또 다른 축은 세제 완화다. 양도세ㆍ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감면을 통해 거래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1가구 1주택자 중 장기 보유자에 대해선 과감한 세금 감면이 필요하다는 게 이 당선자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국회에 1가구 1주택자 중 10년 이상 보유할 경우 종부세를 면제하고, 3년 이상 10년 미만 보유할 경우 종부세의 50%를 감면해주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제출해 놓고 있은 상태다.

양도세와 관련해서는 부동산을 장기 보유할수록 누진적으로 인하 폭을 넓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꽉 막힌 주택 거래에 숨통을 틔워 시장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차기 정부의 구상이다.

[[민간 단지 원가 공개는 없던 일?]]

이 당선자의 선거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부동산시장에도 적지 않는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대운하는 대규모 개발 공약이라는 점에서 참여정부의 행정도시, 혁신도시 못지 않은 투기 수요를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이다.

앞으로 경부 대운하 개발이 시작된다면 대구.광주광역시, 충주시, 구미시, 경기도 여주군 등 운하 인근 지역도 후광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아파트 원가공개에 대해 이 당선자는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주택공급을 위축시켜 오히려 주택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의 공약 대로 차기 정부는 복지 정책 일환으로 신혼부부에게 매년 12만가구의 아파트를 저가에 공급하고 저리의 주택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소득 하위계층용 4만8000가구는 신혼부부 주택마련 청약저축(월 5만원 이상) 가입자에게 공급할 방침이다.

[[단기간내 큰 변화는 없어]]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당장 부동산 시장이 크게 불안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미 미분양 아파트가 10만가구를 돌파하며 위험 수준까지 온데다 분양가 상한제 영향으로 싼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청약을 꺼리거나 내집마련을 미루는 경향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또 서민들의 '돈줄'인 주택 대출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신규 주택 구매 수요가 발생하기도 힘든 구조다.

새 정부도 규제를 마구 풀어댈 경우 투기를 부추긴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는 만큼 참여정부의 정책을 단기간내에 뒤엎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민간 연구소가 내놓은 내년도 집값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도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에 따른 주택 구매력 양화와 양도세.종부세 부담 증가, 미분양 증가 등의 이유로 집값이 올해보다 1.9%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산업연구원도 비슷한 이유로 전국 주택 매매값은 1.5%, 수도권은 2.0% 오르는 등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새 정부의 세제 완화, 규제 완화 의지가 내년에 금리 상승 등 금융시장의 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할 것을 연착륙으로 완화시키는 역할은 하겠지만 집값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선 이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동안 시장을 관망하고 있던 대기수요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경우 올해보다 거래량이 늘면서 집값도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셋값은 당분간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내년이후 서울 재개발, 재건축에 따른 다세대(연립) 등 소형주택 멸실과 그에 따른 이주수요 증가, 분양가 상한제 및 청약가점제 실시에 따른 매수 대기자의 관망세 확대로 전세수요가 증가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내년에 강남권을 제외한 수도권의 입주물량이 감소하고, 전세 이동이 많은 짝수해라는 점도 전셋값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이 당선자가 밝힌 '신혼부부 주택 12만가구 공급' 정책도 매매 보다는 전세 수요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이 당선자가 부동산 시장을 잘 알아 규제를 풀더라도 그에 상승하는 집값 안정대책도 함께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집값이 크게 요동치진 않을 것"이라며 "내년 전셋값 안정이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2007/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