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펜트하우스 속앓이’

건설사들이 ‘펜트하우스’를 두고 남모를 고민에 빠졌다. 펜트하우스는 꼭대기 층에 들어서는 최고급 주택을 뜻한다.

펜트하우스가 고민거리가 된 것은 분양 방식이 바뀐 때문. 그동안 건설사들은 아파트의 미계약분이 나오면 임의로 아무한테나 판매할 수 있었지만 9월부터는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이 개정돼 미리 신청을 받은 예비 입주자에게 순번대로 공급해야 한다.

문제는 펜트하우스를 원하는 ‘비정상적 수요’가 워낙 많다는 것. 건설업계에 따르면 펜트하우스를 분양할 때마다 관계나 재계, 혹은 해당 회사의 임원 등 유력 인사들이 “물량을 하나 빼 달라”고 부탁하는 사례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들은 민원 해소를 위해 분양가를 일반 아파트의 2배 이상으로 대폭 높여 미계약이 되도록 유도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남는 물량이 나오면 이를 임의로 유력 인사들에게 판매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격도 일부 할인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양가 규제가 시작되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펜트하우스 가격을 대폭 높이면 단지 전체의 평균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분양심의를 통과하기가 어렵다.

일부 건설사는 펜트하우스만 따로 떼어 별도분양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이 경우에도 특정인을 찍어서 판매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계약 아파트 총량을 예비 입주자에게 모두 공개한 뒤 순서대로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지방 광역시에서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을 추진 중인 A사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 과정이 투명해져 민원 해소용 물량을 따로 확보하기 어렵다”며 “일반 아파트는 안 팔려서 고민이고, 펜트하우스는 수요가 너무 많아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동아일보 2007.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