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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예고… 럭비 보느라 하루 연기… 그래도 성공

코미디 같은 쿠데타가 인구 90만명의 태평양 섬나라 피지〈지도〉에서 벌어졌다.

프랭크 베이니마라마(Bainimarama) 군 사령관은 지난달 30일 “정부가 부패를 뿌리뽑지 않으면 12월 3일 쿠데타를 일으키겠다”고 발표했다. 쿠데타를 미리 예고한 것이다. 그가 이처럼 배짱을 부린 것은 2000년 원주민(인구의 51%)계 군세력의 쿠데타를 진압한 후 명실상부한 군의 최고 실력자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그러나 막상 3일이 되자 “럭비 경기를 봐야 한다”며 쿠데타를 하루 연기했다. 여유만만한 그가 4일 쿠데타 실행에 나섰으나 그에 맞설 무장세력이 없었기 때문에 충돌 사태는 빚어지지 않았다.

베이니마라마는 5일 “군부가 오늘 오후 6시를 기해 정부와 국정을 장악했다. 라이세니아 가라세(Qarase) 총리를 해임한다”고 선언했다. 가라세 총리는 “나는 가택에 연금된 상태지만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버티고 있다. 모세스 드리베르 경찰청장은 “군부의 범죄행위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경찰이 쿠데타를 ‘용인’하지 않을 수단을 갖고 있지는 않다.

베이니마라마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유는 원주민과 인도계 이주민(44%) 간의 갈등 때문이다. 인도계인 베이니마라마는 인도계 정권을 쿠데타로 무너뜨린 2000년 원주민계 군 세력을 진압했다. 하지만 이후 선거로 뽑힌 가라세 총리는 원주민계 SDL당 소속이다. 가라세 총리가 2000년 쿠데타 세력의 사면을 추진하자, 베이니마라마가 위협을 느낀 것이다. 86세의 일로일로(Iloilo) 대통령은 노환으로 허수아비 상태다. 주(駐)피지 대사관 오중근 참사관은 “총 1000여 명의 교민 중 쿠데타로 인한 피해는 아직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2006.12.06) bdmapfor 피지 (Fiji) - 수바 (Su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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