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재의 종횡무진(縱橫無盡)] 계책으로 우산국을 복속시키다
 
사람이 어리석고 사나우면 위세로 굴복시키기는 어렵지만, 계책으로는 굴복시킬 수 있다(人愚悍, 難以威來, 可以計服).

신라 지증왕 13년(512), 지금의 강릉인 하슬라주의 군주(軍主)로 이찬 이사부(異斯夫)가 임명됐다. 군주란 주(州)를 관할하는 지방관이었다. 부임과 함께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바다 건너 우산국(于山國)을 복속시키라'는 것이었다.

신라는 막 국가로서의 기틀을 갖추고 국운이 뻗어나가던 시기였다. '덕업을 날로 새롭게 해 사방을 망라한다(德業日新, 網羅四方)'는 말에서 한 글자씩 따 '신라(新羅)'라는 국호를 공식화하고, '마립간'이라는 군주의 칭호를 '왕(王)'으로 바꾼 것이 지증왕 4년의 일이었다. 우산국 정벌은 해상 요충지를 확보함으로써 동해의 제해권을 장악하고 고구려와 왜(倭)의 교류를 차단하려는 의도에서 기획됐을 것이다.

이사부는 누구였나? 내물마립간의 후손인 진골 귀족으로, 관등은 신라 17관등 중 두 번째인 이찬이었다. 훗날 진흥왕 때 정치적 실권자인 병부령으로서 한강 유역을 점령, 소백산맥 남쪽의 소국이었던 신라를 업그레이드시키고 6세기 한반도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우산국 복속이라는 임무는 쉽지 않았다. 요서·산동·왜를 분주히 오갔던 해상왕국 백제와는 달리 신라는 아직까지 원거리 항해에 익숙지 않은 나라였다. 게다가 우산국은 지세가 험난했으며 백성들도 호전적이었다.

이사부는 '손자(孫子)'의 애독자였던 듯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방법을 찾아냈다. 목우사자(木偶師子·나무사자)를 많이 만들어 전함에 나눠 싣고 출항해 우산국 해안에 다다른 뒤 "항복하지 않으면 이 사나운 짐승을 풀어 밟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겁이 난 우산국 사람들은 신라에 항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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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각에선 이 '목우사자'를 보고 제갈량이 군량 수송용으로 개발한 기계장치라고 전해지는 목우유마(木牛流馬)를 연상한 모양이다. '그것은 옛 기록에 간간이 보이는 고대 로봇의 원형이 아니었을까'란 의문이 생겨났다. 일부 전설에서 '나무사자가 입에서 불을 뿜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가설을 뒷받침해주는 듯하다.

그러나 '삼국사기' 신라본기의 전후 맥락으로 비춰볼 때 나무사자란 아무래도 계책의 산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출정 전 이사부가 바로 이런 말을 했다고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우산국 사람들은 어리석고 사나워 위세로 굴복시키기는 어렵지만, 계책으로는 굴복시킬 수 있다."

문제는 '우산국'이 도대체 어디였느냐는 것이다. 오늘날 일본인들은 '우산국은 지금의 울릉도였을 뿐 독도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들에게 반드시 보여줘야 할 자료가 '세종실록' 지리지다.

'우산(于山·독도)과 무릉(武陵·울릉도) 2개의 섬이 울진현의 정동(正東) 쪽 바다 가운데 있다. 두 섬은 거리가 멀지 않아 날씨가 맑으면 바라볼 수 있다. 신라 때는 우산국이라 불렀다(于山武陵二島, 在縣正東海中, 二島相距不遠, 風日淸明, 則可望見, 新羅時稱于山國).'

이사부가 정벌한 '우산국'이란 '울릉도'와 '독도'라는 두 섬으로 구성된 나라였음이 여기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울릉도에서 날씨가 맑은 날에만 육안으로 관측되는 섬은 독도 말고는 없다.

'어리석고 사나운 사람들'은 당시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왜곡 교과서들을 검정에서 통과시켜 모처럼 훈훈해졌던 한·일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도 모자라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자손이 나서서 '다케시마가 미사일 공격당하면 군사적 대응' 운운하는 나라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위세보다는 계책이 더 현명하다. '천지가 두 번 개벽해도 우리 땅'이란 식의 말싸움으로 대응하는 것보다는 독도가 '왜' 우리 땅인지를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는 얘기다. 며칠 전 한 교과부 관료는 "우리 학생들이 일본 애들과 독도를 주제로 토론을 하면 번번이 밀린다"며 한숨을 쉬었다.

우선 독도가 우리 땅이 된 것이 과연 몇 년이나 됐는지부터 알 필요가 있다. 이사부가 우산국을 정벌한 지증왕 13년이 서기 512년이니 서기 2012년인 내년은 독도 영유권 확보 1500주년이 된다. (조선일보 201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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