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고구려 안악3호무덤(안악제3호분)  황해남도 안악군 오국리 nkmhjhwangnam

오국리 벌판에는 외따로 우뚝 솟아오른 산이 있어 오르면 안악과 신천의 넓은 벌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유적은 바로 그 산꼭대기에 있다. 안악 3호 무덤은 왕릉급에 준하는 무덤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고구려 벽화무덤 가운데 그 규모에서나 벽화 내용의 풍부성에서 단연 손꼽히는 귀중한 민족문화유산이다. 마치 지하궁전을 방불케 하는 안악 3호 무덤은 4세기의 동방문화를 대표하는 유적으로서 고구려의 위상과 문화를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무덤은 인물풍속도를 그린 곁칸이 있는 무덤이다. 무덤무지는 방대형이며, 그 크기는 남북 약 33m, 동서 약 30m, 높이 약 6m이다. 무덤무지 자체도 크지만 산 위에 자리잡아 무덤과 산이 한 덩어리처럼 되어서 그 모습은 실로 산악처럼 웅장하다.

무덤칸은 언덕을 파고 반지하에 돌로 쌓았는데 문칸, 앞칸, 앞칸 동서의 두 곁칸, 안칸, 회랑 등으로 이루어졌다. 문칸은 동서 길이 2.17m, 남북 너비 2.12m, 높이 약 3.48m이고, 앞칸은 동서 길이 4.88m, 남북 너비 2.73m, 높이 3.47m이다. 동쪽 곁칸은 동서 길이 1.22~1.27m, 남북 너비 2.99m, 높이 2.97m이며, 서쪽 곁칸은 동서 길이 1.7m, 남북 너비 3.13~3.23m, 높이 2.75이다. 안칸은 동서 길이 3.8m, 남북 너비 3.32m, 높이 2.8m이며, 회랑은 길이 10.13m, 너비 0.87~0.69m, 2.5m이다. 무덤 입구는 문칸 남쪽에 있는데 판돌을 세워 막았다. 무덤칸 입구에는 두짝 돌문을 달았는데 그 크기는 각각 높이 2.43m, 너비 0.765~0.75m이다.

안칸은 앞칸보다 0.2m 높다. 회랑은 안칸의 동쪽과 북쪽을 ㄱ자로 싸고 돌았다. 천장형식은 평행삼각고임인데 회랑 만은 평행고임이다. 동서 두 곁칸과 안칸, 그리고 회랑에는 문이 없고 그 대신 돌기둥들을 세워 입구를 표시하였다. 두 곁칸과 회랑 입구에는 2개의 4각 기둥을 세웠고 안칸 남쪽에는 3개의 8각기둥을 세웠다. 기둥 돌 위에는 첨차(제공)나 주두를 올려 놓았다. 이렇듯 지하궁전을 방불케하는 무덤칸의 복잡한 구조는 고구려 왕족 및 귀족들의 웅장하고 화려한 주택을 그대로 옮겨다 놓으려는 데서 온 것이다.

이 무덤은 돌 다루는 기술에서도 우수함을 보여주고 있다. 여러 칸의 매 벽면이 거의 한 장의 판돌로 세워졌으며, 무게가 반톤이 넘는 두짝 돌문을 가볍게 여닫게 한 것은 높은 돌 다루기 기술을 보여 준다.

벽화는 돌벽 위에 직접 그렸다. 문칸에는 무덤에 묻힌 주인공을 호위하는 위병을 그렸으며, 앞칸에는 의장대와 수박희, 음악과 무용 등의 장면들을 그렸다. 서쪽 곁칸에는 고구려에서 왕만이 썼다는 '백라관'을 쓰고 화려한 비단옷을 입은 주인공인 왕이 문무관들을 거느리고 정사를 보는 장면과 왕비가 시녀들을 거느리고 있는 장면을 그렸고, 동쪽 곁칸에는 부엌, 육고, 우물, 방앗간, 외양간, 마구간, 차고 등을 그렸다. 회랑에는 '백라관'을 쓰고 소수레를 탄 주인공이 '성상번기', '뚝기', '정절' 등 고구려왕만이 가지는 의장기들과 문무백관들, 고취악대들과 무사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위풍당당하게 나아가는 대행렬도를 그렸다.

각각의 벽화들은 그린 솜씨들이 서로 다르다. 벽화 중에서 특히 잘된 것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그림들이다. 인물도는 비록 신분의 높이에 따라 크기를 달리하여 그리는 위계법이 적용된 시대적인 제약성이 있기는 하나 우리나라 초상화의 오랜 연원을 밝혀 주는 귀중한 그림이다. 행렬도 역시 여러 줄의 복잡한 종대행렬이 겹치는 상태를 부감도식으로 능숙하게 표현하였다.

이 그림은 회화기법이 당시로서는 매우높은 수준의 이르고 있음을 보여줄 뿐 아니라 250여 명이 넘는 등장인물의 수와 화면의 크기, 복잡하고 다채로운 내용면에서 우리나라 고분벽화 중에서 첫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세계미술사상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대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무덤의 피장자에 대해서 초기에는 중국에서 고구려로 귀화한 동수라는 설이 유력하였다. 이에 따라 이 무덤을 한동안 '동수묘'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후 고구려의 소수림왕, 혹은 고국원왕이라는 설 등이 나타났으며, 현재 북한에서는 고국원왕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안악 3호무덤은 무덤칸의 구조와 축조연대를 짐작할 수 있는 기년이 있는 묵서명 및 벽화 내용을 통하여 고구려의 역사, 풍습, 건축, 회화, 음악, 무용, 무기, 무장 등 여러 방면의 것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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