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고구려 철령유적  북한 강원도 고산군 , 강원도 회양군 nkmhjkwon

철령유적은 강원도 고산군과 회양군의 경계를 이루는 철령의 서쪽 봉우리에 있는 고구려(3세기) 유적이다. 동서 8m, 남북 10m의 범위 안에서 지표로부터 내려가면서 두께 5cm의 조선시대 문화층과 15cm의 고려시대 문화층, 20cm의 고구려시대 문화층이 층층이 놓여 있다.

불에 탄 붉은 흙덩이와 숯이 섞인 누런 진흙층으로 되어 있는 고구려시대 문화층에서는 1개의 건물터가 드러났다. 동서로 길게 놓인 남향집으로 서쪽 부분의 일부와 2개의 기둥받침돌만 남아 있다. 불에 타서 붉게 다져지고 붉은 색 기와조각들이 깔려 있는 건물바닥 위에서 54개의 쇠말모형, 4개의 청동말모형과 각각 1개씩의 쇠룡, 쇠거북이, 쇠범, 쇠새 모형들을 비롯하여 모두 17종 81점의 유물이 드러났다.

이 유물들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말모형들이다. 길이 28cm, 높이 19cm, 무게 10kg이나 되는 큰 것부터 길이가 10cm 안팎의 작은 것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크기의 말의 모형이다. 특히 중배중심의 큰 청동말은 고구려의 마구일식으로 특별히 화려하게 치레(장식)되어 있고, 안장은 두꺼운 가죽깔개 위에 부드러운 요를 덧깔고 그 위에 올려 놓은 것처럼 만들었다. 말모형들 가운데서 가장 작은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재갈을 물리고 안장을 얹고 등자를 달았고, 그 중에는 개마도 적지 않아 고구려 기병들이 탔던 군마를 형상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렇듯 크기와 형태가 다른 군마모형들이 한 곳에서 많이 발견된 것은 드문 일로, 당시 고구려에서 철주조기술과 생산이 발전되어 철기가 널리 이용되었던 사실과 함께 기병을 기본으로 편성되었던 고구려의 강력한 군사력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58개의 말모형들은 맨앞에 19마리, 그 다음에 20마리, 맨뒤에 19마리씩 3개의 무리를 이루어 남쪽으로 향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이를 고구려 무덤벽화의 기마행렬도와 비교해 보면 전배, 중배, 후배의 대열을 나타낸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기마행렬의 바깥둘레 네 방위에 쇠로 만든 용(동쪽), 거북이(북쪽), 범(서쪽), 새(남쪽) 모형들이 놓여 있어 "사신"을 상징하고 있음도 아울러 짐작할 수 있다. 중배는 청동의 큰 말을 중심으로 그 좌우와 뒤에 중, 소형의 청동말 3개와 대, 중, 소형의 쇠말 16개를 배치하여 19마리의 말들이 한 마리의 큰 말을 호위하여 나가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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