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사등(瓦斯燈 ) - 김광균(金光均)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信號)냐.

기인 여름 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 창백한 묘석(墓石)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夜景)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사념(思念) 벙어리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
까닭도 없이 눈물겹구나.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
기일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조선일보, 1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