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 김동명(金東鳴)

내가 다시 젊어지기는 다만
그의 화사(華奢)한 옷자락이
나의 무릎 밑에 감길 때……


이윽고 그의 우람한 두 팔이
나의 허리를 어루만질 때면

나는 나의 뼈가 흰 조개같이
그의 품속에서 반짝이는 환각(幻覺)에 취(醉)한다.


나의 가슴을 조그마한 항만(港灣)에 비길 수 있다면
굽이굽이 들이닫는 물결은

이국(異國)의 꿈을 싣고 오는 나의 나그네,
나의 마음은 너의 품속에서 해초(海草)같이 일렁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