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야의 장 - 공중인

  새하얀 장미의 탄식과도 같이
  눈 내리는, <마리아>의 밤!

  옛날의 그이를 사모쳐
  새하얀 공간에 가득히
  그려 놓은 새하얀 그림들이
  일시에 무너지듯이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가 없는 추억을 묻히고
  밤을 묻히고, <청춘>이 작별한
  나의 마음을 묻힌다.
  밤이 새도록 쉴 새 없이
  머언 그이의 사라진 발자욱처럼

  꽃과 나비와 낙엽들의
  쓰러져 하염없는 사연처럼
  눈은 내 고독의 숲을 내려 쌓인다.

  아- 이러한 밤에
  <예수>는 태어났는가!
  바람들이 남기고 간
  이 새하얀 영원의 여백.

  하늘과 땅이 융합하는
  그 설백한 사랑의 노래는,
  그지없는, <운명>을 우는
  나의 혼을 갈앉히우며
  세계를 덮는다.
  ... 눈 내리는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