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 김관식

  수천만 마리
  떼를 지어 날으는 잠자리들은
  그날 하루가 다하기 전에
  한 뼘 가웃 남짓한 날빛을 앞에 두고, 마즈막 타는, 안쓰러히 부서지는 저녁 햇살을.
  얇은 나래야 바스러지건 말건
  불타는 눈동자를 어즈러히 구을리며
  바람에 흐르다가 한동안은 제대로 발을 떨고 곤두서서
  어젯밤 자고온 풀시밭을 다시는 내려가지 않으리라고
  갓난 애기의 새끼손가락 보담도 짧은 키를 가지고
  허공을 주름잡아 가로 세로 자질하며 가물 높이 떠 돌아다니고 있었다.

  연못가에서는
  인제 마악 자라 오르는 어리디 어린 아그배나무같이
  물 오른 아희들이 웃도리를 벗고 서서
  그 가운데 어떤 놈은 물 속의 하늘만을 들여다보고 제가끔 골똘한 생각에 잠겼다.
  허전히 무너져 내린 내 마음 한구석 그 어느 그늘진 개흙밭에선
  감돌아 흐르는 향기들을 마련하며
  연꽃이 큰 봉오리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