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서설 - 권일송(權逸松)

  아르노 강변의 꽃도 지고
  백합 문장의 도시와 창들이
  이파리를 접으며 가을에 사위는

  눈을 들면 낙엽으로 저무는 모든 것
  글썽한 눈물이게 내 맘도 지고
  4년을 하루같이 순금으로 일렁였던
  마지막 한 점 붓을 놓았을 때

  모나리자 모나리자 모나리자
  부인 "지오콘다"여-
  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울지 않겠읍니다.

  당신의 신비로운 눈동자와 함께
  그 온갖 것
  내게서 소리없이 사라져 간다 할지라도
  영원을 때리는 오묘로운 빛보라
  그 앞에서
  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서러워 않겠읍니다.

  육신에 닿는 아픈 여백의 사랑을 말고
  찰나에 숨지는 이슬의 영광을 말고
  이승에서 만나는 그 최후의
  값진 두려움에 떠는 담홍빛의 영혼들

  이윽고 첫날같이 칠칠한 밤이 내리고
  서늘한 내 손이
  깊디깊은 산회의 덧문에 걸리어
  서성이고 있었던 경이의 순간

  모나리자 모나리자 모나리자
  부인 "지오콘다"여-
  그때 당신의 수정 입술은
  내 머리털에 부딪고
  처음으로 내미는
  당신의 부신 손목에 입맞추었을 때
  오호 전혀 부끄러운 쉰 넷의 생애
  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차마 울 수조차 없었읍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시 오지 못할 길
  죽음과 만날 그 최후의 약속 위하여
  나는 눈 덮힌 알프스를 넘고
  당신은 카라브리아 연안
  지아비 프란체스코의 곁으로
  달려갔읍니다.

  사랑이란 기다리는 플로렌스의 꽃밭
  예술이란 호올로 남는
  나의 키 큰 그림자에 불외했던 것

  나의 손은 이미 조용한 천상의 것
  당신의 눈동자는 이승을 출렁이는
  고요한 상징과 강물의 회귀로 시방은
  문예부흥의 심장
  플로렌스에 떨구는
  나의 한 방울 눈물의 의미처럼

  아르노 강변의 꽃은 지고
  내 맘의 설운 문장도 어둠에 묻히는
  부인 "지오콘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