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 정지용(鄭芝溶)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 바람.

  앞섰거니하여
  고리 치날리어 세우고,

  종종다리 까칠한
  산새 걸음거리.

  여울 지어
  수척한 희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돋는 빗낯

  붉은 잎잎
  소란히 밟고 간다.

<문장 22호, 19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