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간다는 소 - 이광수(李光洙)

  깍아 세운 듯한 삼방 고개로
  누른 소들이 몰리어 오른다.
  꾸부러진 두 뿔을 들먹이고
  가는 꼬리를 두르면서 간다.

  움머움머 하고 연해 고개를
  뒤로 돌릴 때에 발을 헛짚어,
  무릎을 꿇었다가 무거운 몸을
  한 걸음 올리고 또 돌려 움머.

  갈모 쓰고 채찍 든 소장사야
  산길이 험하여 운다고 마라.
  떼어두고 온 젖먹이 송아지
  눈에 아른거려 우는 줄 알라.

  삼방 고개 넘어 세포 검불령
  길은 끝없이 서울에 닿았네.
  사람은 이 길로 다시 올망정
  새끼 둔 고산 땅, 소는 다시 못 오네.

  안변 고산의 넓은 저 벌은
  대대로 네 갈던 옛터로구나.
  멍에에 벗겨진 등의 쓰림은
  지고 갈 마지막 값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