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부(白磁賦) - 김상옥(金相沃)

찬서리 눈보래에 절개 외려 푸르르고
바람이 절로 이는 소나무 굽은 가지
이제 막 백학(白鶴) 한쌍이 앉아 깃을 접는다

드높은 부연 끝에 풍경(風磬)소리 들리던 날
몹사리 기다리던 그린 임이 오셨을 제
꽃 아래 빚은 그 술을 여기 담아 오도다

갸우숙 바위 틈에 불로초(不老草) 돋아나고
채운(彩雲) 비껴 날고 시내물도 흐르는데
아직도 사슴 한 마리 숲을 뛰어드노다

불 속에 구워 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
티 하나 내려와도 그대로 흠이 지다
흙 속에 잃은 그날은 이리 순박(純朴)하도다

<초적(草笛),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