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 감태준

1.
오늘밤 서울은
영하 15도, 끈을 놓친 새들은
바람에 날려가고
끈에 잡힌 새는 집으로 돌아가고
나머지는 아직
끈을 찾아
허공에 떠 있다

2.
몇 시나 됐소?
시계가 얼었어요
젊은 양반이, 너무 오래 바깥에 있었군
끈은 좀 잡힙니까?
난 눈이 얼었소
마음이 얼었겠지요
놀라지 마시오, 마음이 얼었으면 볼장 다 본 거요
어서 몸 녹일 데를 찾아야 할 텐데
몸 녹일 데? 난 발이라도 어디 좀 붙였으면 좋겠소

3.
허공에서 허공으로 떠돌다가
바람이 달려 오면
바람 밑 허공으로 몰려 가는
새들, 새들의
아픈 무게를 더 받지 못하는
허공 한편의 지금
서울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