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의 장 - 구상

  1
  우 몰려 온다. 돌팔매가 날은다.
  머슴애들은 수수깡에 소똥을 꿰매 달고
  어른들은 고꽹이를 휘저며 마구 쫓아 오는데
  돌아 서서 눈물을 찔끔 흘리고
  선지피가 쏟아지는 이마를 감싸 쥐고서
  어머니 얼굴도 떠오르지 않는데
  나는 이제 어디메로 달려야 하는가.

  2
  쫓기다가 쫓기다가 숨었다.
  도갓집으로 숨었다.
  애비 욕 애미 망신 고래고래 터뜨리며
  벌떼처럼 에아싸고 빙빙 돌아 가는데
  나는 얼른 상여 뚜껑을 열어 제치고
  벌떡 드러누워 숨을 죽엮다.

  3
  피를 토한 듯 후련해지는 가슴이여
  술 취한 듯 흥그러워지는 마음이여
  사람도 토까비도 얼씬 못하는 상여 속에서
  나는 어느 새 달디 단 꿈 한 자리를 엮고 있고나.

  4
  상여 속에서 송장처럼 잠들은
  사나이 얼굴은 십상 달같이 흴게다.
  어쩌면 상달같이 깜찍한 여인이 별같은 두 눈을 반짝이며
  내 상처에 향기로운 기름을 바르고 있어야 핳 풍경
  나의 달가운 꿈 속의 꿈이여.

  5
  추억의 연못 가엔 사랑의 연꽃도 한 송이 피었으리.
  다 홍신은 벗어 놓고 외로움에
  장승처럼 못 박혀 있는
  또 나의 사랑.

  6
  꽃다발처럼 화려한 상여를 타고
  림보로 향하는 길 위엔
  곡성마저 즐겁구나
  소복한 나의 여인아
  사흘만 참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