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落花) - 조지훈(趙芝薰)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珠簾) 밖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歸蜀途)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조지훈 시선, 1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