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느니 - 김동환

북국(北國)에는 날마다 밤마다 눈이 내리느니,
회색 하늘 속으로 흰 눈이 퍼부을 때마다
눈 속에 파묻히는 하아얀 북조선이 보이느니.

가끔가다가 당나귀 울리는 눈보라가
막북강(漠北江) 건너로 굵은 모래를 쥐어다가
추위에 얼어 떠는 백의인(白衣人)의 귓불을 때리느니.

춥길래 멀리서 오신 손님을
부득이 만류도 못하느니,
봄이라고 개나리꽃 보러 온 손님을
눈 발귀*에 실어 곱게 남국에 돌려보내느니.

백웅(白熊)이 울고 북랑성(北狼星)이 눈 깜박일 때마다
제비 가는 곳 그리워하는 우리네는
서로 부등켜 안고 적성(赤星)을 손가락질하며 얼음 벌에서 춤추느니.

모닥불에 비치는 이방인의 새파란 눈알을 보면서,
북국은 추워라, 이 추운 밤에도
강녘에는 밀수입 마차의 지나는 소리 들리느니,
얼음장 트는 소리에 쇠방울 소리 잠겨지면서.

오호, 흰 눈이 내리느니, 보오얀 흰 눈이
북새(北塞)로 가는 이사꾼 짐짝 위에
말없이 함박눈이 잘도 내리느니.

<금성 3호, 19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