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蘭) - 박목월(朴木月)

이쯤에서 그만 하직(下直)하고 싶다.
좀 여유(餘裕)가 있는 지금, 양손을 들고
나머지 허락(許諾)받은 것을 돌려 보냈으면.
여유있는 하직(下直)은
얼마나 아름다우랴.
한포기 난(蘭)을 기르듯
애석(哀惜)하게 버린 것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가지를 뻗고,
그리고 그 섭섭한 뜻이
스스로 꽃망울을 이루어
아아
먼 곳에서 그윽히 향기를
머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