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안니, 로, 리 - 김종삼

  나는 그동안 배꼽에
  솔방울로 돋아
  보았고

  머리 위로는 몹쓸 버섯도 돋아
  보았읍니다 그러다가는
  <맥웰>이라는
  노의의 음성이

  자꾸만
  넓은 푸름을 지나
  머언 언덕가에 떠오르곤 하였읍니다

  오늘은
  이만치하면 좋으리만치
  리봉을 단 아이들이 놀고 있음을 봅니다

  그리고는
  얕은
  파아란
  페인트 울타리가 보입니다

  그런데
  한 아이는
  처마 밑에서 한 걸음도
  나오지 않고
  짜증을 내고 있는데

  그 아이는
  얼마 못가서 죽을 아이라고
  푸름을 지나 언덕가에
  떠오르던
  음성이 이야기ㄹ 하였읍니다

  그리운
  안니, 로, 리라고 이야기
  하였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