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영(詠影) - 김삿갓(金炳淵)

 

진퇴수농막여공 進退隨농莫汝恭
여농혹사실비농 汝농酷似實非농


월사안면독괴상 月斜岸面篤魁狀
일오정중소왜용 日午庭中笑矮容


침상약심무멱득 枕上若尋無覓得
등전회고홀상봉 燈前回顧忽相逢


심수가애종무신 心雖可愛終無信
불영광명거절종 不映光明去絶踪
 
그림자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날 따르는데도 고마워 않으니
네가 나와 비슷하지만 참 나는 아니구나. 


달빛 기울어 언덕에 누우면 도깨비 모습이 되고
밝은 대낯 뜨락에 비치면 난쟁이처럼 우습구나. 


침상에 누워 찾으면 만나지 못하다가
등불 앞에서 돌아보면 갑자기 마주치네. 


마음으로는 사랑하면서도 종내 말이 없다가
빛이 비치지 않으면 자취를 감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