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에서 자다 - 김삿갓(金炳淵)

골짜기 따라 종일 가도 사람을 못 보다가
다행히도 오두막집을 강가에서 찾았네.

문을 바른 종이는 여와 시절 그대로고
방을 쓸었더니 천황씨 갑자년 먼지일세.

거무튀튀한 그릇들은 순임금이 구워냈고
불그레한 보리밥은 한나라 창고에서 묵은 것일세.

날이 밝아 주인에게 사례하고 길을 나섰지만
지난밤 겪은 일을 생각하면 입맛이 쓰구나.